귀촌 후 사진 재능기부,
농촌에서 함께 행복해요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순수사진 분야에서 활동한 이민숙 작가는 충북 제천으로 귀촌 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진교실을 열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농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전시회, 봉사,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민숙 작가를 만났다.

 

Q.
귀촌 전 어떤 작품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사진의 모든 주제는 ‘영혼의 노래’에요. 집안이 가톨릭인데, 보이지 않는 대상을 믿는 게 어려워서 신앙을 갖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카메라로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암술, 수술 등 눈에 보이지 않던 게 잘 보였어요. 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사진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려니 힘들었지만, 이 길을 묵묵히 가다 보니 개인전, 단체전, 여류작가 초대전, 동북아 초대전 등 많은 사진전을 열게 됐어요. 사진 강의도 진행했지요.
Q.
활발히 활동하다가 귀촌을 결심한 이유가 있으세요?
남편이 퇴임할 즈음 제가 갑상선암에 걸리면서 몸이 안 좋아졌어요.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온갖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들게 살면 안 되겠다, 좀 쉬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건강을 회복하면서 남편이 퇴임 10년 전쯤부터 주말마다 오갔던 제천으로 귀촌했어요. 남편 꿈이 시골에서 사는 거였거든요. 저도 꽃, 바람, 별……, 자연을 워낙 좋아하니까 이곳이 마음에 들었어요.
Q.
사진 재능기부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성당에 다녔는데, 어느 날 신부님이 가정방문을 오셨어요. 제 작품들은 귀촌하기 전에 장애인시설, 복지시설 등에 다 기부하고, 남은 몇 개만 집에 걸어두었거든요. 그런데 신부님이 보시곤 사진인지 그림인지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성당에서 사진교실을 열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지역 주민들이 문화나 구심점이 없으니 사진으로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싶으셨던 거죠.
Q.
지역 주민 대상의 사진교실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먼저 카메라가 문제였어요. 그런데 ‘아, 스마트폰도 카메라였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스마트폰 카메라 수동모드를 살펴보니 일반 카메라와 기능 차이가 별로 없었어요. 카메라 메커니즘이 다 들어있고, 기능도 많았죠. 그렇게 저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공부하면서 강의 준비를 했어요. 스마트폰은 크기가 작으니 한계는 있지만, 장점도 대단히 많아요. 접사도 잘 되고 무거운 렌즈 등 장비가 없어도 되니 출사를 갈 때도 편리하지요.
Q.
사진교실에선 어떤 것을 가르치나요?
저는 사진 찍는 걸 가르치지 않아요. 메커니즘을 알려주면 머리만 아프죠.(웃음) 보는 것,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내가 본대로 표현하는 걸 가르칩니다. 내가 본 것과 찍은 것이 다른데 같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몸으로 익히는 거예요.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쑥스러워 몸을 빼시던 분들도 이젠 무척 재미있어 하세요.
Q.
사진교실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과수원 하는 분,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명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초창기부터 계속 하신 분들도 있고 제천 시내와 원주에서 오신 분들도 계세요. 한 달에 한 번씩 출사를 가는데,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시골이기도 하고 농사 때문에 여행가기가 쉽지 않았던 터라 무척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무척 행복해 하시죠. 저도 그런 보람으로 살고 있어요. 이분들이 싫다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할 생각입니다.(웃음)
Q.
해마다 사진 전시회도 여시죠?
3개월 기초반을 진행하고 첫 전시를 작게 했어요. 처음이라 주제에 잘 표현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이듬해엔 ‘봄, 색깔, 자연치유’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지요. 봄 색깔을 꽃에서 찾아 접사로 찍었는데, 전시회를 찾아온 분들이 꽃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며 많이 놀라셨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엔 전시회를 잠깐 쉬었는데, 갤러리카페, 성당 등에서 요청이 많아서 소규모로는 전시회를 많이 열 수 있었어요.
이민숙 작가 <영혼의 노래>
이민숙 작가 <또 다른 풍경>
Q.
사진교실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제천 백운면에 어린이집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행사를 못 열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성탄을 맞아 선물을 주고 싶어서 저희가 찍은 사진으로 액자를 2개씩 만들어줬어요. 코로나19로 직접 만날 수는 없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산타 옷을 입고 가서 전달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고 해서 기뻤지요. 그리고 시골 어르신들은 사진 찍어둔 게 별로 없어서 영정사진을 찍어서 액자에 넣어서 드리기도 했어요. 영정사진이라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꼭 필요한 거니까 다들 고마워하시더라고요.
Q.
회원 들 중 사진으로 또 다른 활동을 하시는 분도 있나요?
사진을 직업으로 하진 않지만, 다섯 분이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 ‘동네작가’라는 코너에서 제천지역 사진을 올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하나씩 농사짓는 모습, 마을 문화재, 윷놀이 등 사소한 동네생활을 사진으로 소개하는 거죠. 농촌에서 행복한 모습을 통해 귀농, 귀촌에 관심 있는 분들을 이끄는 역할이에요.
Q.
농촌에 사진처럼 예술·문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살고 있는 농촌이 아름다운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너무 아름답거든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과 감사한 마음이 생기죠. 또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자부심도 생기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가진 재능을 나누어주는 기쁨이 무척 커요. 나누어줄 수 있는 만큼 나누어주고, 농촌에서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도시에서의 생활이 힘든 분들이 있다면 농촌에 와서 조금씩 농사지으며 마음에 편안함을 얻으면 좋겠어요. 공기도 좋고 철마다 꽃피고 단풍 들면서 무척 아름답거든요. 처음엔 지역 주민과 소통이 어려운 면이 있겠지만, 나누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라면 어울리며 재미있게 살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농촌에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며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