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우
더 특별하게 즐기다

글 ㅣ 김주희 참고자료 ㅣ 농업의 답(畓),
농촌진흥청이 전(田)하다

사진제공 ㅣ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우리나라 대표 먹거리인 한우는 농경사회에서는 노동의 동반자로, 1970년대부터는 고급 먹거리로,
그리고 현재는 맡김차림(오마카세)과 캠핑 등에서 다양하게 즐기는 특별한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한우의 변천사를 알아본다.

한우, 노동의 동반자에서
고급 먹거리로

한우가 우리 식단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농경문화에서는 소를 먹거리가 아닌 노동을 위해 길렀기 때문이다. 노동력을 다한 소는 결국 먹거리로 활용되었지만, 지금처럼 최고급 먹거리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한우가 고급 먹거리로 우리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소는 노동의 동반자가 아니라 식생활을 위한 가축으로 인식되었고, 1969년 종축개량협회가 창립되면서 한우의 식재료 가치를 높이는 일을 시작했다. 1969년 10월 29일에는 ‘한우챔피언대회’가 열렸는데, 각 시도에서 뽑힌 우량종 한우를 정부에서 비싼 가격에 사들여 가축개량사업소에서 종자용으로 사육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한우챔피언으로 뽑힌 한우들 중에서도 우수한 소를 씨수소로 선발해 개량에 사용하면서 후대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게 되었다.
1983년부터는 우수 씨수소 기준을 강화해 자손 능력도 검사하는 후대검정을 실시했으며, 1987년에는 최초 보증 씨수소 21두를 선발했다. 씨수소 선발 과정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데, 한우가 보증 씨수소로 최종 선발되기까지는 무려 5년이 걸린다. 송아지 혈통, 검정자료,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 선정과 후보 씨수소 검증 등 과정을 거치며, 1990년대부터는 과학적인 유전능력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더욱 정확한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씨수소 선발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0년대 한우산업체계가 정착되면서 한우는 우수하고 맛 좋은 품종으로 거듭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유전체 분석기술이 급속도록 발전하면서 유전체 정보를 통해 송아지 때부터 능력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소고기 가치를 높이기 위해 1992년 소고기 등급제를 도입하고, 2007년에는 소고기 이력제도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한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안전성과 위생을 확보하여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게 되었다.

명품 한우로 인정받다

한우 명품화를 위해 정부는 장려금 정책을 시행해 육질등급 1등급 이상 한우를 생산하는 농가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1995년 12.8%이던 1등급 출현율이 2010년에는 62%, 2021년에는 74.9%까지 높아졌다. 한우 도체중도 2001년 332kg에서 2010년 399kg, 2021년에는 454kg으로 100kg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최고급육으로서 풍미를 높이는 고급화 전략으로 연도와 근내 지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육종, 사양방법, 사육 기간 등 한우 사육방식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노력들로 1990년대까지 수입 소고기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점차 한우가 고급육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한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히 가격이 높아졌으며, 그 덕분에 고급육 장려금을 중단해도 한우 농가에서는 스스로 한우 고급육 생산에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와 한우 관련 기관의 지원과 연구 개발에 한우 농가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한우 품질은 갈수록 좋아졌다.
그러나 한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육우나 젖소 고기를 한우를 둔갑해 판매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2000년 한우와 젖소의 모색 차이와 관련된 유전자를 이용한 가짜 한우 고기 판별법이 개발되면서 한우와 젖소 고기를 100% 판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여전히 한우는 명품고기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사랑 받고 있다.
이렇게 한우의 우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 전통 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던 황우, 칡소, 제주흑우, 흑우, 백우 중 황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최근 희소 재래 품종들의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이들 희소한우 보존 증식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축산연구기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품종 관리를 통한 유전적 다양성과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가축유전자원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맡김차림·캠핑 등
더 특별하게 즐기다

요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가심비(價心比)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일컫는 말로, 흔히 가성비(價性比)에 반하는 말로 쓰인다. 가격이 아니라 심적 만족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로 인해 인기를 끈 것이 바로 맡김차림이다.
맡김차림이란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에 전채요리부터 메인요리,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음식과 요리방법을 요리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기존엔 일식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 한식, 중식, 일식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한우 맡김차림은 최고급 한우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으로 특별한 날 찾는 음식코스가 되고 있다. ‘우(牛)강 신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인기 있는 한우 맡김차림 식당은 늘 예약 전쟁이 치열할 정도다.
한우 맡김차림은 식당에 따라 한우 구이부터 한우버거 또는 샌드위치, 한우솥밥, 한우된장찌개 등 다양한 요리가 제공된다. 최고급 한우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대는 인당 5만 원대부터 30만 원대 등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원하는 메뉴와 코스로 구성된 식당을 찾아 한우에 새로운 맛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한우는 특별한 먹거리다. 숯불에 구울 용도로 정육점에서 한우를 스테이크용으로 두툼하게 썰어달라고 하면, 불맛이 살아있고 육즙이 가득한 한우를 맛볼 수 있다. 파프리카나 버섯 등을 한입 크기로 잘라 한우와 번갈아 꼬치에 끼워 구워 먹으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구이를 즐길 수 있다.
캠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 라면이나 찌개 등에 한우를 몇 조각 넣으면 한층 풍미가 산다. 따로 음식을 만들거나 준비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한우 맡김차림 간편식 제품을 활용해 보자. 평범한 음식도 고급 음식으로 만들어주는 우리 한우를 취향대로 즐겨본다면 더욱 풍부한 미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