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쓸모 있는 일’ 사이
나의 반X를 찾아서

글 ㅣ 남궁소담
X는 두 개의 선이 교차되어 이루어져 있다.
반농반X에서 ‘X’의 한 축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다른 한 축은 사회에 공헌하는 의미 있는 일을 뜻한다.
농촌에서 나의 반X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시작하면 좋을까?

꿈꿔왔던 취미에 도전하기

가능하다면 도시에서 했던 일을 농촌에서도 이어서 하는 방법이 있다. 직업 특성상 혼자서 할 수 있거나 주로 재택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면 공간에 영향 받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도 좋겠다. 예컨대 번역, 글쓰기와 같이 글을 다루는 직업, 그림이나 디자인과 같이 이미지를 다루는 직업, 프로그램 개발과 같이 아이디어를 다루는 직업이라면 농촌에서도 도시와 소통하며 꾸준히 일할 수 있다. 이처럼 반X로 원래 해왔던 직업을 이어가는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수익이 안정화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안정은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진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면 생활에도 불안감이 스며들어 반농반X의 삶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전문 분야 커리어를 꾸준히 쌓아가며 반농반X의 삶을 살아간다면 경제적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농촌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해왔던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거나 농촌에서 이어갈 수 없는 직업이라면, 과감히 새로운 반X를 찾아 나설 것을 추천한다. 도시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비용적 문제에 부딪혀서 하기 힘든 일들이 있다. 쳇바퀴 돌 듯 하루를 보내는 도시인에게 취미를 위한 여유 시간을 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농반X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도전하기 어려웠던 일들에 눈을 돌려보자.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릴 것이다.
만약 목공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도시에서라면 목공 교실에 찾아가야겠지만 농촌에서는 나무를 구하거나 작업실을 얻기가 훨씬 수월하다. 목공을 하면서 발생하는 소음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원예 또한 좋은 취미가 될 것이다. 농촌에는 원예를 배우기 좋은 자원이 주변에 널려 있다. 취미로 시작해보고 적성에 맞으면 활동 범위를 넓혀 새로운 직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도 좋을 것이다. 이밖에도 사진, 제빵, 공예 등 취미 생활 스펙트럼을 넓힐 좋은 기회다.
반농반X는 삶의 여유를 갖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농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급자족이 되어 소득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면 평소 꿈꿔왔던 일에 도전해 보자.

농촌의 즐거움 발굴하기

가만히 둘러보면 농촌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농촌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을 아이디어를 고민해 보자.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농촌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요즘 반농반X를 실현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농촌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농촌문화 콘텐츠를 만든다든지 청년농업인들 간 소모임을 만들고 마을 잡지를 만드는 식이다.
농촌의 매력은 그곳에 사는 사람이 제일 잘 안다. 그래서 반농반X를 실현하며 내가 발 딛고 선 농촌에 어떤 문화가 있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살펴보고 발굴하면 좋은 농촌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막걸리가 유명한 마을이라면 막걸리를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를 구상해보면 어떨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마을이라면 이를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는 역사 콘텐츠도 제작 가능하다. 농촌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건 마을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자부심이 될 것이고, 외부인들에게 우리 마을을 더 널리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마을에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 소모임을 만들면 생활의 활력이 샘솟는다. 도시의 꽉 막힌 아파트에서 느껴지는 고립감이 싫어서 농촌에 왔지만, 농촌에서도 똑같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집과 집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소모임은 농촌 생활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농촌에서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 보면 그 안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새로운 일들을 도모할 기회도 만들어진다.
소모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중 하나가 바로 마을 잡지 만들기이다. 마을 잡지는 소통이자 기록이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모임이 필요하고, 마을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잡지 만들기는 반농반X의 생활을 하면서 농촌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치 있는 일로 좋은 반X가 되어줄 것이다.
나의 즐거움과 우리의 즐거움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보자. 보다 현명하고 슬기로운 반농반X의 삶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가만히 둘러보면
농촌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농촌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을
아이디어를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