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젖소로
올바른 유제품을 만들다

아침미소목장 이성철·양혜숙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한상훈
제주도 아침미소목장은 국내 유일 자유방목 동물복지 농장이다.
행복한 젖소를 키우고 갓 짜낸 원유로 건강한 유제품을 만들어내는
아침미소목장 이성철, 양혜숙 대표를 만났다.

자유방목으로 더욱 건강한 젖소

아침미소목장에 들어서면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젖소들이 초록색 풀밭에서 자유롭게 거닐며 한가로이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울타리는 높고 삭막한 펜스가 아닌 낮은 돌담과 활짝 핀 꽃들이다.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처음엔 낯설기도 했지만 어느새 익숙해진다. 젖소들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침미소목장은 아버지가 지난 1975년 설립한 목장으로 당시엔 농원목장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목장 주인이 되는게 꿈이었는데요. 1985년 목장을 물려받으면서 내 아들에게 먹일 수 있는 건강한 우유를 생산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유방목을하게 된 이유지요.”
소 7마리에서 시작한 목장은 현재 101마리까지 늘어났다. 규모는 26만4,462㎡로 젖소들이 생활하는 목장, 가공시설, 카페, 체험장, 놀이터, 휴식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장 규모에 비해 사육 두수가 적은 편이지만 이성철 대표는 조사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정도로만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직접 키운 유기농 목초로 만든 조사료를 먹이고 있습니다. 곡물사료를 많이 줘서 우유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지만, 젖소 생리를 파괴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청정한 제주의 맑은 물과 공기도 젖소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영향을 주지요. 젖소들이 매일 거니는 토양도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송아지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젖소들은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 자연히 생산하는 원유도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아침미소목장이 요구르트 등 가공식품을 시작할 때좋을수밖에 없다부터 맛을 인정받았던 데에는 원유의 영향이 컸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가 좋아야 하듯 유제품 역시 원유가 좋아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우유를 원료로
만든 유제품 인기

아침미소목장의 대표 제품은 요구르트와 그릭요거트, 우유잼, 우유웨하스, 카이막, 우유비누 등이다. 목장에서 판매하는 우유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방문객들이 꼭 하나씩 찾는 인기 제품이다. 양혜숙대표가 지난 2003년 국립축산과학원 유제품 교육과정을 들으며 하나씩 개발한 제품들이다. 제주도에서 수원을 비행기로 오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IMF와 세계외환위기를 겪으며 목장 운영이 무척 어려워졌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제주도에 200개가 넘던 목장이 불과 26개밖에 남지 않았어요.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문을 닫고만 거죠. 저희도 젖소를 키울수록 오히려 빚만 늘었고 갚을 길은 없었어요. 이대로는안 된다는 생각에 가공식품 개발에 몰두했지요.”
교육을 받은 후 집으로 돌아와 수많은 우유를 쓰며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었다. 버려지는 우유를 생각하면 아깝고 가슴이 아팠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끊임없는 도전 끝에 완성한 요구르트는 제주도 내에서 점점 입소문을 탔고, 운이 좋게 국내 최대 제과제빵기업 P사의 눈에 띄면서 납품공급을 맺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는데 그 말이 맞았습니다. P사에서 제주도까지 와서 품질, 위생 등 다양한 교육을 9개월 동안 해줬어요. 겨우 제품 하나 완성했던 저희가 위생과 유통 등 전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사람, 제품,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저희는 이 세 가지를 다얻은 것 같아요. 감사할 뿐이죠.”
요구르트는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P사에서 판매하는 300여 개 제품 중 아침미소목장 요구르트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 납품 3개월만에 감사패를 받을 정도였다. 이후 하루 3만 병을 생산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성철, 양혜숙 대표는 정중히 거절했다. 그렇게 되면 남들과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래도 목장에서 저희 제품을 판매했지만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브랜드를 알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침 경찰로 근무하던 아들이 목장에 합류하면서 낙농체험목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낙농체험목장

아침미소목장은 2008년 낙농체험목장으로 선정되어 예약제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아들인 이원신 씨가 2017년 합류하면서 운영에 큰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체험목장을 입장료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한 것이다.
“예약제와 상시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입장료 없이 목장을 열어두었는데 처음에는 갈등도 심했어요. 와서 화장실만 이용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우선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시스템을 유지했지요. 초기엔 한 달에 200명 정도가 찾아왔는데 나중에는 2만 명, SNS로 홍보를 하니 7만 명까지 방문객이 늘었습니다.”
자녀를 둔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체험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목장을 예쁘게 가꾸니 점점 입소문이 났다. 목장을 구경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갓 짜낸 신선한 우유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었다.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젖소와 아름다운 꽃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SNS에 올라가며 자연히 홍보가됐다. 송아지 우유 주기와 피자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들도 인기가 좋았다.
“방문객들이 늘면서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는 젖병을 자판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일일이 응대하기엔 너무 힘들어 자판기 회사에 요청해 개조했지요. 카페 음료 주문이나 체험프로그램 결제도 무인주문기계에서 하고 있어요. 방문객들과 직원들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위생과 조경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덕분에 CF, 방송 촬영을위해 아침미소목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현재는 요구르트를 싱가폴, 홍콩, 태국, 몽골 등 6나라에 수출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유를 원료로 한 폼클렌징과 비누 등을 유럽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처음엔 둘이서 하던 농장이었는데 지금은 32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선 정직하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언제든 와서 즐길 수 있는 목장을 운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젖소를 키우고 믿고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 누구든 와서 즐길 수 있는 체험목장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아침미소목장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첨단동길 160-20
전화 | 0507-1469-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