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밭에서
마음을 뉘이다 담양 대나무밭

글 ㅣ 김그린
담양 대나무는 1,000년 전부터 자생하며 주민들의 삶과 함께 해왔다.
예부터 대나무밭은 ‘생금밭’이라 불렸는데, 살아있는 금의 밭이라 일컬을 만큼 생계에 큰 보탬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산소 배출량이 많은 환경보전 수종이라 친환경이 주목받는 앞으로의 1,000년도 기대해볼 만하다.

대나무의 위풍당당한 자태

담양에 가면 대나무밭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담양 354개 자연마을 중 3곳을 제외한 351마을에 대나무가 분포해서다. 담양 그 어디를 가더라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대나무의 위풍당당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대나무의, 대나무에 의한, 대나무를 위한 담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나무는 1,000년 전부터 담양 주민들과 함께 해왔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대나무밭에서 이슬을 먹고 자란 죽로차를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1916년에는 참빗을 만드는 ‘진소계’가 조직되면서 죽세공예산업 규모가 커졌다. 193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죽제품 상품화가 이루어졌으며, 1980년대에는 담양 죽물시장에서 죽제품이 하루에 6만여 점이 거래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죽제품 수요가 줄어들었고, 담양 죽물시장은 급격하게 쇠퇴했다.
그러나 현재 담양은 더 많은 대나무를 심어 대나무밭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죽세공예산업은 예전만 못하더라도 매혹적인 대숲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또한 소나무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배 이상 많고 산소 배출량은 다른 수종에 비해 35% 더 많은 대나무의 가치가 재평가 받는 요즘이다.
담양 대나무밭 농업은 2014년 제4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6년만인 지난 2020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거주지와 농경지를 연결하는 다층적인 생산구조 농법이 높게 평가받았다. 이에 주민들은 담양 전역의 대나무밭을 정비하고 관리하며 대나무밭을 더 널리 알리고자 노력 중이다.

삼다리와 만성리의 대나무숲

세계중요농업유산과 국가중요농업유산의 핵심지역은 담양읍 삼다리와 만성리 두 마을이다.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대나무숲은 죽녹원이겠지만, 삼다리와 만성리의 대나무숲은 조상 대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명소다. 특히 삼다리 대나무숲 규모는 죽녹원의 2배에 육박하며, 만성리의 대나무숲은 면적은 크지 않지만 굵은 맹종죽이 가득 늘어서 울창하다.
삼다리 대나무숲에 들어서면 마치 원시림이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다. 삼다리 대나무숲에는 대나무 사이사이로 소나무도 함께 자라는데, 두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에 더욱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화된다.
곧게 뻗은 대나무숲을 거닐다 보면, 시원한 그늘이 피로를 녹여낸다. 실제로 대나무숲의 온도는 바깥보다 4도 가량 낮다고 한다. 잠시 멈추어 서서 눈을 감고 귀 기울여 본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대나무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며 마음이 선선해진다.
삼다리는 동다, 서다, 외다 등 3개 마을이 합쳐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이름에 차 다(茶)자가 들어갈 정도로 차로 이름난 마을이다. 죽로차의 원조 마을로 알려져 있다.
만성리는 맹종죽으로 유명한데, 맹종죽은 대가 굵고 키가 엄청나게 크다.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굵은 대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풍경이 자못 압도적이다. 맹종죽으로 울창한 만성리 대나무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죽림욕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죽로차 마시고 죽공예 경험하고

담양 일부 주민들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대한 가치와 대나무밭의 아름다움을 더 널리 알리고자 담양 대나무밭 전문 해설사로서 교육에 참여했다.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수준 높은 해설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담양에서는 대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대나무 묘목을 키우거나 대자리 등 죽공예품을 만든다. 댓잎술 등 주류도 제조하고 죽염, 죽로차를 생산하는 등 대나무 관련 제조품이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들을 바탕으로 여행자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은 죽로차 다도체험이다. 임금님께 진상했던 죽로차를 음미하며 담양의 매력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대나무를 이용해 굴렁쇠를 만든다거나 죽공예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대나무숲 산책로에서 즐기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대나무와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편백나무보다 피톤치드 발생량이 두 배 이상 높아 삼림욕에도 효과가 좋은 대나무밭과 대나무숲.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담양 대나무밭
위치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