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앉은뱅이 밀이 사라져가고 있던 시기, 해외에선 앉은뱅이 밀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앉은뱅이 밀을 교잡한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Norman Ernest Borlaug)가 세계 식량 증산에 기여하여 녹색혁명을 이끈 공로로 197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국내에 자세히 알려진 것은 최근이기에 미국 밀이 우리 앉은뱅이 밀의 유전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노먼 볼로그가 교잡한 앉은뱅이 밀의 또 다른 이름은 ‘소노라 64호’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소노라가 개량한 ‘농림10호’와 멕시코 재래종을 교잡한 품종이다. 소노라 64호는 앉은뱅이 밀의 특징인 높은 생산력과 강한 생명력을 그대로 가져가는 품종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번식력이 좋아 이를 도입한 국가들은 수많은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앉은뱅이 밀의 활약은 멕시코에서도 이어졌다. 과거 밀 수입국이었던 멕시코는 앉은뱅이 밀 도입 후, 밀 생산량이 3배 증가하며 주요 밀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앉은뱅이 밀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명맥이 끊겼다가 2012년 백관실 진주 금곡정미소 대표가 보존하고 있던 앉은뱅이 밀을 안완식 전 농촌진흥청 연구관에게 알리면서 대중화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앉은뱅이 밀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음식과 종자를 찾아 기록하고 널리 알리는 글로벌 프로젝트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2013년 등재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우리 토종 밀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