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품종이 보급되면 그에 따른 재배 기술 교육도 따라가야 한다. 품종별로 취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관성에 따라 재배를 하다 보면 결과가 시험포장의 결과와는 동떨어지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수요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집합교육을 실시한 뒤, 교육에 참여한 농가를 대상으로 직접 방문하여 교육 내용이 잘 실천되고 있는지 살피고 현장에서 문제점을 개선하기도 한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토양의 상태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육종을 할 때 제시한 특성이 그대로 나올 수 있으려면 나무가 심어진 토양의 상태도 시험포장과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다시 과수농가에 필요한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접촉이 쉽지 않아서 배 농가들이 가입해있는 ‘배사랑방’이라는 밴드를 통해서 선진농가의 재배 노하우를 동영상으로 제공했어요. 보다 안정적으로 재배기술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생산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농가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만큼 그에 따른 어려움을 캐치하는 것도 빠르다. 인력을 덜 쓸 수 있는 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재배, 병해충에 강해서 농약을 덜 뿌릴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동적으로 과수원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인해 낙과와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과수원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 연소장치, 바람과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배연구소의 몫이다. 대형마트와 MOU를 맺거나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관계자 대상으로 시식을 진행하고 경매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품종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품종을 생산하는 농가와 연계해주기도 한다.
“전라북도 순창에 강천산이나 강릉 경포대처럼 8월 중순에 사람들 많이 모이는 유원지에서 홍보겸 판매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아름’이라는 품종을 한 300kg 이상 싣고 가서 시식을 진행했는데, 소비자들이 여름에도 배가 있다는 것을 신기해하면서 사가시더라고요. 100개 상자를 한시간 반만에 모두 판매했습니다. 처음에 시식회를 할 때는 시범품종을 가져가곤 했는데, 맛을 본 소비자 분들이 드셔보시고 구입하려고 해도 보급이 안 된 상태이니 판매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보급이 된 품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산 배 시장에서 수출 비중도 상당하다. 2019년 기준으로 수출량이 20.7톤에 달하는데, 이는 신선 농축산물로서는 상위 4번째에 드는 수출량이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미국과 대만, 베트남 등을 들 수 있으며 그 외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캐나다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본토 마켓은 반응이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깎아서 잘라 먹는 배가 주류지만, 서양권에서는 작은 배를 그대로 들고 먹는 방식이 훨씬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배연구소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여 크기가 작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배품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