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구마 이야기

맛의 방주에 등재되다,

글 ㅣ 김제림
고구마는 우리가 즐겨 먹는 구황작물 중 하나다.
달콤하면서도 포만감이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맛과 식감 등에 따라 다양한 품종이 있는 고구마 중 수분이 많아 촉촉한 맛을 자랑하는 토종품종이 있다.
바로 ‘물고구마’다.

박부례 할머니가 보관해온
물고구마

수분이 많아 날로 깎아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물고구마는 강원 횡성군 박부례 할머니에게서 찾은 토종종자다. 횡성군의 공근면 오산리라는 외진 곳에서 이미 수십 년 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토종 물고구마를 찾은 후 박 할머니에게 소중한 씨앗을 받아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물고구마는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점질(粘質)고구마라고도 품종이다. 고구마는 같은 품종이라도 토양의 질에 따라 습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면 물고구마가 되고, 건조한 사질토(沙質土)에서 자라면 밤고구마가 된다. 또 전분의 특성에 따라 물고구마와 밤고구마로 구분되는데, 밤고구마 품종이라도 저장 기간이 오래되면 물고구마가 된다. 물고구마와 호박을 접목하여 육성한 것이 호박고구마이다.
모양새도 차이가 나는데, 밤고구마가 둥근 모양이라면 물고구마는 길쭉한 모양이다. 수분이 많은 탓에 육질이 연하여 찌거나 삶은 경우에는 혀로 뭉개질 만큼 물렁물렁하다. 날것으로 먹으면 수분감 때문에 맛이 좋고 겨울에 얼렸다가 찌거나 구우면 끈끈하고 단맛이 난다. 특히 물고구마는 다른 고구마들이 갖고 있는 효능이 있으면서도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화작목으로, 맛의 방주로

물고구마
우리나라의 고구마라고 하면 해남고구마를 말할 정도로 해남군은 고구마를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해남군은 지난 2009년 재래종 고구마 복원사업을 추진해 농가에 남아있던 물고구마 종자를 발굴했다. 이후 조직배양을 통해 2010년 6ha의 시범단지에 물고구마 80톤을 수확해 유통했다. 소비자의 취향이 수분이 많은 고구마로 선회하면서 재배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함께 횡성군은 지난 2017년 12월 토종농산물인 물고구마를 비롯해 수세미오이, 팔줄배기옥수수, 감자범벅 등 4개 품목을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횡성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등재된 물고구마는 모양이 예쁘지는 않지만 토종의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을 것, 특정 지역의 환경·사회·경제·역사와 연결돼 있을 것,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어야 할 것,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될 것 등에 대한 기준을 충족해 등재되었다.
사라진줄 알았던 물고구마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관심과 소비가 이어진다면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품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