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디지털농업이라고 하면 유리 온실, 비닐하우스, 식물공장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한국의 농경지에서 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이른다. 노지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농업 ICT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농작물 재배 환경이 기후에 따라 변화무쌍해지는 만큼 이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분석해 대응할 수 있는 정밀 농업 솔루션이 필요하다. 시설농업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디지털농업의 강점은 현장에 사람이 없어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지에서도 사람 없이 작물관리를 할 수 있는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로봇 농기계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노지 활용 스마트 농기계들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미국 존디어의 로봇 콤바인, 일본 쿠보타의 트랙터와 이앙기 등이 자율주행, 지능형 농작업 등의 기능을 갖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 2020년 10월에는 국립농업과학원과 대동공업(주), LS엠트론(주), 동양물산기업(주), 국제종합기계(주)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국산 스마트 농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친환경 농업에서도 디지털농업 구축 기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2015년부터 다양한 기계가 생산되기도 했다. 2015년에 나온 친환경 벼농사 제초로봇이 그 시작점이다. 자율주행과 수동운전 모두 가능하고, 잡초제거율이 80% 수준에 달한다. 특히 1시간 동안 10a의 잡초 제거를 할 수 있어 사람이 잡초를 제거하는 것에 비해 16배 능률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병충해 방제작업에서도 스마트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8년 개발된 전주기 무인 농작업 과원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방제가 필요한 나무가 있는지 측정해 효율적으로 방제를 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이 나온 것이다. 기존에 인력이나 자동기계로 진행하던 방제 방식에 비해 농약과 노동력을 아껴 생산비를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는 양상을 보였다.
노지 디지털농업을 구축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영상 기반 무인 농작업을 위한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을 비롯해 각자 다른 기종 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 연구, 인공지능 기술 적용 등 연구해야 할 분야도 산더미다. 특히 노지 농업은 노면이 비정형인 데다 비가 오면 땅 상태가 연약지반으로 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동작하는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