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토종스토리에서 주로 심는 품종은 졸장벼와 자광도다. 다른 품종들도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지만, 상품화가 가능한 규모로 심는 것은 이 두 가지뿐이다. 그런데 이 두 쌀이 자라는 논에 가보면 관행농법과는 다른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풀과 함께 자라나는 벼다. 일부러 척박한 땅에 물을 대어 논으로 만든 뒤에는 물 조절만 해가면서 벼를 키우기 때문에 다른 논처럼 김을 매서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 않고 키우는데도 꾸준히 소출이 나오는 것이 관행농법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신기한 부분이다. 김도우 대표가 처음 농지를 구했을 때는 화학 비료가 밴 표토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다 뒤집기까지 했었다.
“토종 벼와 개량종 벼의 차이점으로 비료의 필요 유무를 들 수 있어요. 토종 벼는 땅에 비료와 거름을 많이 주면 웃자라서 쓰러지기 쉬워요. 그래서 척박한 땅에서 키우는 거죠. 또 토종 벼는 까락이 있기 때문에 새나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능력이 있어요. 다만 수확할 때는 까락 때문에 도정하는 것이 어려워요. 그래서 개량종 벼는 이 까락을 없애는 쪽으로 개량시켰죠. 그러다 보니 병충해를 피할 수 없어서 농약으로 방제를 하게 되고, 논밭에서 풀을 먹이로 삼는 우렁이들도 죽게 되어 제초도 필요해진 거고요. 하지만 저희는 풀이 많이 생겨도 우렁이가 먹기 때문에 제초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김도우 대표는 건강한 토종 쌀을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큰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장과 밀착된 농업컨설팅을 받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토종 농사에 대한 특수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현장 밀착형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귀하죠. 귀농을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고 토종 농사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늘어났는데 컨설팅을 받기 힘들다는 게 아쉬워요. 토종 농사는 일반 농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컨설팅이 진행된다면 방향을 잡고 가기가 훨씬 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토종 종자에 대해 점차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백미 대신 건강한 현미를 소비한다거나 최근에 도정한 쌀을 찾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모습도 토종스토리의 성장을 점쳐 보게 하는 희망적인 신호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경향은 결국 토종 종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토종스토리에서 지역 특산물인 나주막걸리와 졸장벼를 이용한 콜라보 상품을 계획 중인 것도 이러한 시장에서 분명 토종 종자의 가치를 알아봐 줄 소비자들이 있는 거라는 생각에서다.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일본처럼 가정용 도정기로 직접 쌀을 도정해 먹는 거예요. 요즘은 쌀 포장지에 도정한 날짜를 적거나 아예 마트에서 쌀을 구입하면 바로 도정해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쌀 품종을 먹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쌀 품종을 찾아 직접 가정에서 도정해서 먹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우리 토종 쌀들이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