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은 임금님이 드시던 쌀로 유명한 쌀의 고장이다. 풍년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쌀이 특산물인 이천에서는 풍년이 오길 더욱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천 향토음식에는 이러한 바람과 문화가 담긴 음식이 존재한다. 바로 볏가마니에 곡식을 가득 넣은 모양을 한 볏섬만두다.
“정원대보름에는 보통 부럼과 오곡밥을 먹지만 이천에서는 볏섬만두를 만들어 먹어왔어요. 곡식을 가득 넣은 볏가마니처럼 그 안에 갖가지 채소와 고기를 넣고 정성껏 만두를 빚었지요. 볏섬만두를 만들어 먹는 것은 곧 풍년을 기원하는 일이자 복을 먹는 것과 같았답니다.”
석촌골 이복순 대표는 시어머니가 1938년부터 담그셨던 장을 이어받아 2006년부터 전통장 사업을 하던 중 이천농업기술원에서 향토음식을 배우며 볏섬만두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볏섬만두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지역 문화가 담긴 향토음식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던 이복순 대표는 향토음식체험장에서 볏섬만두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볏섬만두에는 이천 등 국내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는 게걸무가 들어갑니다. 톡 쏘는 맛이 일품인 토종무인데, 볏섬만두를 만들기 위해 3,305㎡ 규모로 직접 게걸무 농사를 짓고 있어요. 게걸무의 무청을 말려서 만든 시래기를 잘게 다져 만두소로 사용합니다. 여기에 들깨가루, 묵나물, 대파, 돼지고기, 두부, 버섯 등을 함께 넣고 있지요.”
볏섬만두의 특별함은 재료뿐만이 아니다. 볏섬만두의 피는 당근, 시금치, 흑미, 치자 등을 넣어 오색 빛을 내는데, 이는 오복(五福)을 상징한다.
“볏섬만두는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주는 음식입니다. 여기에 오복을 담았다는 뜻까지 있으니 더없이 좋지요. 현재 석촌골에서는 각종 버섯과 채소들이 담긴 냄비 위에 볏섬만두를 올려 끓여내는 볏섬전골만두를 선보이고 있어요. 육수는 한우양지, 홍합, 새우 등을 푹 우려내어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뜨끈한 전골로 몸을 녹이고 싶은 분들이 찾아오세요. 또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도 ‘복’을 드시러 많이들 방문하십니다.”
석촌골 상차림
볏섬만두전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