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과수화상병
무증상 감염 진단기술 개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박동석 농업연구관
글 ㅣ 김진·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과수화상병은 사과나 배, 장미과에 속한 일부 식물 등에 해충을 매개로 전파되는 세균병이다.
아직 치료나 방제약이 없어 감염되면 과일나무들을 뽑아 땅에 묻어야 해 농가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매몰 위주의 방제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의 집중 방역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박동석 농업연구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과수화상병 무병징·저밀도 감염 과수 고감도 정밀 진단/검출키트’가 있어 가능했다.
큰 피해를 입히는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한
연구 착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박동석 농업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병해충을 예찰·관리 및 예방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동석 농업연구관은 작물보호과 진단역학연구실에서 각종 세균병의 진단법을 개발하고, 세균이 어떻게 이동·분포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역학조사 유전자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 박동석 농업연구관이 작물보호과에서 근무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수화상병 발생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020년 6월 초, 과수화상병 초정밀 진단을 위한 기술개발을 서둘러 진행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농업생명자원부 유전체과에서 작물보호과로 이동했다.
“과수화상병에 감염되면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실 등이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한 증세를 보이다가 고사합니다. 과수화상병에 감염된 과일나무들을 뿌리째 뽑아서 땅에 묻는 형식으로 폐기를 해야 합니다. 농가의 피해가 크지만 과수화상병은 확산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2020년 6월에는 국내 87개 농장이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으며 큰 피해가 발생했다. 사과 주산지인 충주가 67곳으로 피해가 가장 심각했는데, 충주처럼 발생 과수원이 많은 지역의 경우엔 전체 과수산업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다.
“과수화상병 감염으로 과일나무를 매몰하면 3년이 지난 후에 토양 내에서 과수화상병 균이 발생되는지 여부를 유전자검사법으로 진단합니다. 그리고 균 검출이 안 되면 다시 과수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평생 과수원을 일궈온 농업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과수화상병 균이 검출되는 과일은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후대책이 아닌 사전예방이 답이었다. 박동석 농업연구관의 주도로 과수화상병 정밀 예찰을 위한 진단기술 개발이 추진되었다.
세계 최초
정밀 진단용 유전자 발굴…
진단키트 개발까지
박동석 농업연구관은 신규 과제 추진을 위해 연구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함께 힘을 합해 과수화상병 정밀 진단용 유전자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발굴·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그동안 외국에서도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상황이었다.
“유전체 빅데이터 정보를 이용한 정밀 진단용 유전자를 발굴했습니다. 제가 유전체과에 있을 때 진단연구만 20년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유전체 해독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정보도 부족했었는데요. 최근 바이오데이터 빅뱅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집된 과수화상병 유전체 정보 130개를 모아 직접 개발한 데이터마이닝 기술로 일주일 내에 유전자의 특이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동석 농업연구관은 이렇게 발굴한 유전자를 이용해 진단법을 개발했고, 정확성 검정까지 단 3개월 만에 완수할 수 있었다. 박동석 농업연구관이 개발한 ‘과수화상병 무병징·저밀도 감염 과수 고감도 정밀 진단/검출키트’는 코로나19 검사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술을 이용해 과수화상병을 1시간 내에 진단할 수 있다.
“과수화상병 예찰 및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가지검은마름병과 유관상 구분이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의 원인균 특이 검출 유전자를 발굴해 구분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진단을 위해 병원균을 분리, 배양 후 진단하는데 5~7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과수화상병이 더 확산될 위험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1조/3명으로 운영시 1시간 이내로 5~7개 농가를 검사·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수화상병은 병질이 나타나야지만 확인이 가능했다. 무증상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예방 및 대처가 어려웠다. 하지만 ‘과수화상병 무병징·저밀도 감염 과수 고감도 정밀 진단/검출키트’를 사용하면 증상이 없어도 예찰이 가능하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서 과수화상병에 걸리지 않은 것 같지만, 잠복기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유전자검사법은 무증상·저밀도 감염 과수 내 존재 병원균을 10~100마리까지도 검출할 수 있습니다. 초저밀도 단위의 병원균 검출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하게 된 것이지요.”
“
키트 사용으로 과수화상병 발생 보상비를
700~800억 원을 절감할 키트에
적용한 알고리즘은 다른 병해에도
예찰 및 빠른 대처가 가능하고,
새로운 균이 발생해도
빠른 시간 내에 대응이 가능하다.
”
농업인들의 피해 절감 위해
최선 다할 것
박동석 농업연구관이 개발한 ‘과수화상병 무병징·저밀도 감염 과수 고감도 정밀 진단/검출키트’는 현재 농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시기에 따라 대응방식이 다른데, 균 활동량이 적은 겨울에는 키트로 밀도를 정확하게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에는 예찰만 해서 균을 보유하고 있는 잎 등을 잘라내어 예방하면 됩니다. 봄에는 다른 병해충들이 함께 활동하여 급격히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 예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과원의 인근 과원으로 범위를 넓혀 표본 추출 후 키트로 진단하면, 일정한 범위 내에 있는 궤양을 잘라낼 수 있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키트의 사용으로 지난해에만 과수화상병 발생 보상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키트에 적용한 알고리즘은 다른 세균병에도 적용 가능하고, 새로운 균이 발생해도 빠른 시간 내에 대응이 가능하다.
“병해를 예방하기 위해 약제를 살포하는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다 살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키트를 사용하면 약제에 대한 적절한 양을 확인할 수 있어 살포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약제 사용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지요.”
박동석 농업연구관은 과수화상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지치기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에서 전염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면 소독을 잘 해야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성과로 과수화상병 피해가 줄어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농가의 피해를 한시라도 빨리 줄이기 위해 단 3개월 만에 연구·개발을 완수해준 연구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세균병 정밀 진단용 유전자를 신속히 발굴·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농업인들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키트를 이용한 과수화상병 진단
과수화상병 무병징·저밀도 감염 과수
고감도 정밀 진단/검출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