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하고 달달한 양대파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김도혜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동글동글 양파는 먹기 싫어~ 제발 제발 맛없는 양파만은 빼주세요~”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나오는 노래 중 하나인 ‘야채 삼총사’의 가사다.
양파가 싫다고 말하는 뽀로로에게 알고 보면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노래로,
그만큼 채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김도혜 대표는 양파와 대파를 싫어하던 어린 남동생이
양파에서 자란 싹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양대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양파에서 자란 싹을 대파처럼 키운 ‘양대파’라는 새로운 작목으로 시장을 개척한 김도혜 대표를 만나봤다.

농양파의 싹에서
아이디어 도출…
양대파 개발까지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김도혜 대표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김도혜 대표
‘양대파’는 양파를 대파 모양으로 재배한 것으로, 양파를 토양에 심어 대파처럼 길러낸다. 양대파는 향과 맛이 양파와 비슷하고 대파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파 특유의 알싸한 맛이 적고 살짝 가열할 경우 단맛이 올라와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양파에서 키워 양파의 맛을 가지고 있지만 대파의 모양을 하고 있어 ‘양대파’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가정에서 양파를 오래 보관하면 싹이 자라는데요. 우리가 양파를 섭취하면서 한번쯤 본 적이 있는 싹이지만, 개량을 통해 ‘양대파’로 품종 개발을 한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오셨기에 김도혜 대표도 어릴 적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양파를 수확하고 포장박스를 접으며 일손을 도왔다. 포장박스 하나를 접는 데 1원씩 받으며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는 게 재미있었지 농업에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재배한 양파가 좋았고, 판매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양파가 버려질 때면 가슴이 아팠다.
“어느 날 양파를 보니 싹이 나 있었어요. 그 부분을 잘라서 파처럼 라면에 넣었는데, 어린 막내 동생이 잘 먹는 거예요. 편식이 심한 내 동생이 잘 먹는다면 다른 아이들도 잘 먹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판매되지 못하는 양파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도혜 대표는 부모님의 비닐하우스에서 양파를 대파처럼 키워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파를 대파처럼 심는다고 바로 대파처럼 굵고 튼튼하게 자라는 건 아니었다. 김도혜 대표는 먼저 다양한 품종을 실험하여 줄기가 잘 나뉘고 쉽게 쓰러지지 않는 양대파에 가장 적합한 품종을 찾아냈다. 이와 함께 언제 심어야 가장 효율적인지, 재배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수행하며 양대파라는 새로운 작목을 개발할 수 있었다.
농업인과의 상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도혜 대표

아이들은 초록색은
다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양대파가 채소에 대한 편견을
줄여줄 거라고 생각해요.

채소는 맛없다는
어린이들의 편견 줄여

양대파는 현재 국내 특허 및 미국 특허를 취득한 상태다. 특허는 선진화된 기술을 인정받아야 하며 경제성, 차별성, 특이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양대파는 일 년 동안 2~3차례 재배가 가능하고, 수량성과 맛의 차별성으로 특허 취득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특허를 받기 전에도 양대파에 대한 자신이 있었어요. 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한국농수산대학 채소학과에 진학했기도 했죠. 원래 경호원을 꿈꿨었는데 양대파가 저를 농업인으로 이끌었다고 할까요. 지금도 꾸준히 연구하면서 품종 개량 및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양대파는 대기업 마트와 로컬푸드, 스마트스토어팜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식감은 양파처럼 아삭하면서 가열했을 때 대파와 달리 진액이 적어 먹기가 훨씬 편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들이 많다.
“저는 양대파를 푸른 양파라고 생각해요. 처음 양대파를 생산했을 때 어린이집에 시범적으로 납품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대부분 잘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초록색은 다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양대파가 채소에 대한 편견을 줄여줄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많이 구입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김도혜 대표는 양대파를 나물처럼 살짝 익혀서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올해 김도혜 대표의 할머니는 동치미를 담글 때 양대파를 넣기도 했다. 김도혜 대표는 50년이 넘게 고수해온 할머니의 동치미 레시피를 양대파가 변화시켰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하다며 20대 중반의 청년다운 풋풋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포장된 양대파
포장된 양대파
갓 수확한 양대파
갓 수확한 양대파

농가들과의 상생으로
함께 성장하다

작업장에서 양대파를 소개하는 김도혜 대표
작업장에서 양대파를 소개하는 김도혜 대표
양대파는 올해 매출 1억 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신작목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양대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만큼 다양한 제안들도 받고 있다. 그중 경기도 용인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는 김도혜 대표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 소장님이 버려지는 양파를 함께 활용해 보자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용인시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양파로 양대파를 생산해 상품화시켰어요. 저는 농업은 혼자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농가들과의 협업과 상생이 저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줍니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도 김도혜 대표의 이러한 생각에서 설립되었다. 현재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에는 20개 농가가 함께하고 있다. 김도혜 대표는 조합원들에게 재배방법을 알려주고 틈틈이 농장에 직접 방문하며 관리를 돕는다. 또한 조합원 모두가 공선장에 참여해 자신이 재배한 양대파가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저는 조합원들에게 특허 사용료를 받지 않아요. 특허권은 양대파를 재배하는 농가들을 보호하는 울타리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위 분들 중에는 비용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냐고 하는데, 돈은 양대파 김치, 장아찌, 라면 분말 등 가공식품을 통해 벌면 돼요. 저는 돈을 쫓는 사람이 아닌 양대파로 계속 콘텐츠를 만드는 길라잡이가 되고 싶습니다.”
김도혜 대표는 양대파를 충남 지역특화작목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그래야 충남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김도혜 대표의 부모님과 같은 농업인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깜깜한 밤하늘의 길라잡이가 되는 물조리자리처럼 조합원들 하나하나가 별이 되어 밤하늘을 수놓고, 별이 모여 별자리로 빛날 수 있는 농업기업으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양대파를 통해 농업·농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대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물조리자리
영농조합법인
주소 : 충청남도 예산군 봉산면 예덕로 162
연락처 : 010-2823-9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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