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 저품질 육류 등을 자주 먹었던 탓인지 소화관에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인 크론병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에 소화를 시키고 변을 보는 것이 너무 아프고 무서워 기존에 먹던 모든 안 좋은 음식들을 끊고 백김치와 쌀밥만 먹고 지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에 염증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건강이 좋아지면서 다시 예전의 식사 방식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다시 염증이 생기며 몸이 아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우유, 햄, 치즈 등
평소 즐겨 먹던 음식들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단순히 먹는 것만 달라졌는데 건강이 좋아지면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귀농을 고민하면서 소, 돼지, 양계 사육농장들을 직접 찾아가 일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죠. 문제가 있던 음식들이 내 체질과 잘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일부 농장들의 사육환경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요.
산란닭들은 좁은 케이지에 갇혀 머리만 내민 채 사료를 먹고 달걀을 생산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케이지에서 닭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여러 가지 약물을 거의 매일 먹고 있었습니다. 사육환경도 깨끗하지 않았죠. 이러한 환경은 닭들이 낳는 달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농장에서 일을 해본 후 어떻게 판매할지 계획을 세우고, 2여 년을 준비한 끝에 충남 태안에 터를 잡았습니다. 6,600m2 규모의 농장에서 산란닭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닭들은 좁은 케이지가 아닌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벌레와 풀을 뜯어 먹도록 했습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란 닭들에게는 약품을 먹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튼튼하게 자란 닭들은 건강하고 신선한 달걀을 생산했습니다. 자연에 방목해 키우니 분뇨의 악취도 적어 주위의 민원도 없었지요.
그렇게 생산한 달걀은 ‘심다누팜’ 온라인 카페를 통해 주문을 받아 안전하게 직배송 해드리고 있습니다. 카페에는 자녀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달걀, 투병 중이라 먹거리를 고민하는 분들이 걱정 없이 먹는 달걀이라는 고객분들의 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제 백김치와 쌀밥만이 아닌 제가 생산한 달걀을 먹으며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느덧 귀농한지 10년이 되었고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농장 규모가 5배로 커졌고, 충남 홍성에서는 소에게 오로지 풀만 먹이는 그래스페드비프를 사육하고 있으며 3ha 농장에서는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함께 농장을 운영하는 아내, 농촌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 더 이상 크론병 약을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진 저, 그리고 심다누팜을 믿어주시는 고객분들까지, 귀농 후 얻게 된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신뢰를 잃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3월호 그린에세이는 심다누팜
김성한 대표의 사연을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