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재배가 쉬운
사과 품종 개발로
농업인과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박종택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김주선
과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과다.
아삭한 식감에 새콤달콤한 맛의 사과는 한국인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과일 중 하나다.
하지만 다양한 수입과일,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 등으로 사과 역시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썸머킹’, ‘썸머프린스’, ‘골든볼’, ‘아리수’ 등 다양한 특성의 품종들이 개발·보급되어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박종택 연구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과산업의 발전을 위한
연구 수행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박종택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는 지난 1991년 경북 군위군 소보면에 설립된 사과만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품종개발연구실, 재배시스템연구실, 환경정보연구실 등 총 3개의 연구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65명의 직원이 사과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품종개발연구실에서는 새로운 품종육성과 육종기술개발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과 유전자원을 평가하고 보전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재배시스템연구실에서는 사과 재배방법과 생산비 절감,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진행합니다. 환경정보연구실은 사과 병해충 생태 및 방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실입니다.”
사과연구소는 그동안 다양한 품종을 개발·보급해왔다. 여름에 처음으로 출하되는 ‘썸머킹’과 ‘썸머프린스’, 추석 즈음 출하되는 ‘홍로’, ‘아리수’, 맛있다고 입소문을 타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감홍’ 등 다양한 품종을 육성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M9대목을 사용한 고밀식 사과재배 체계를 확립하여 농가의 노동력 절감 및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가, 고품질 과일생산으로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해 오고 있다.
“다양한 품종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사과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들은 여름부터 겨울까지 맛과 모양, 향이 다채로운 사과를 선택해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여름엔 ‘아오리’라고 흔히 불리는 일본 품종인 ‘쓰가루’, 다른 계절엔 ‘후지(부사)’를 즐겼다면, 이제는 한층 다양한 우리 품종을 맛볼 수 있는 선택권이 늘어난 것이죠.”
이와 함께 사과연구소는 사과 병해충종합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 체계를 확립하여 과학적인 예찰을 통한 병해충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물보호제 사용을 크게 줄여 친환경적인 과수원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여 농가손실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사과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후에 적합한 대목품종 및
맛이 뛰어난 접수품종 개발
사과는 뿌리부분에서 양분수분을 흡수하며 나무를 지지하는 대목품종과 지상부에서 우리가 먹는 사과가 열리는 접수품종이 접목된 나무다. 즉, 대목품종은 사과나무의 키를 작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접수품종은 우리가 먹는 사과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박종택 연구사는 새로운 대목품종과 접수품종을 만들어 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목품종은 영국에서 개발된 품종으로 건조, 저온, 다습에 취약하여 고사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여름엔 고온다습하고 겨울엔 저온건조한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새로운 대목품종과 더 맛이 좋고 저장이 잘될 뿐만 아니라 기르기도 쉬운 접수품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는 대목품종을 사용하지 않고 키우면 10m 이상 자라나서 가지치기, 열매솎기, 수확하기 등 농작업이 어렵고, 단위면적 당 수확량이 떨어져 경제성이 낮아진다. 또한 병해충이나 불량환경에도 취약하여 병해충에 저항성인 왜성(키를 작게 하는)대목을 사용하여 농작업이 편리하도록 나무를 작게 관리하고 과일 착색, 균일성 등을 높여 과일품질을 높이게 된다. 대목품종과 접수품종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근래 국내 과수산업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과수화상병입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데요. 이에 따라 과수화상병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품종 개발에는 짧게는 18년 정도가 소요되고 있어 이 기간을 단축하고 육종효율을 높이기 위한 마커(marker, 분자표지)를 제작·활용하는 업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커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를 판별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있는 개체는 DNA에 저항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염기서열이 있다. 이 서열을 보유한 개체는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기 때문에 해당 서열의 존재유무를 알 수 있는 마커를 제작·사용하면 병원균을 인위적으로 접종(감염)하지 않고도 저항성 유무 판단이 가능하다.
“
앞으로 더 맛있고 재배가 쉬운
사과품종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사과를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외국으로 수출하여
로열티를 받는 사과품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다양한 사과품종 개발로
시장 확대할 것
무더운 여름,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한 우리 사과 품종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7월 중하순경에 수확하는 ‘썸머프린스’는 과중이 289g 정도로 크고 과즙이 풍부하며 청량감이 뛰어난 품종이다. 7월 하순경부터 수확이 가능한 ‘썸머킹’은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골든볼’은 8월 중순경 수확이 가능한 황색과피 품종으로 과육이 단단하고 맛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 붉은색 과피의 사과는 착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착색이 잘되려면 주·야간의 온도차가 커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황색과피 사과는 온도에 상관없이 황색으로 착색되기 때문에 ‘골든볼’은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품종으로 기대됩니다.”
이렇듯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먼저 기존 품종의 단점보완이다. 붉은색으로 착색이 잘되는 품종을 개발하면 농가에서 착색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마찬가지로 특정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면 병해충 방제를 위한 작물보호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로열티 문제다. 외국에서 개발된 품종을 재배하면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국부가 외국으로 유출된다. 하지만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을 이러한 문제가 없다.
“연구소에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때는 최초 씨앗 1립에서 1그루의 나무를 양성하여 평가를 하고, 최소 18년 정도의 선발기간을 거쳐 품종으로 만듭니다. 이 1그루의 나무는 지구상에서 딱 1그루 밖에 없는 특별한 나무입니다. 이렇게 1그루로 시작한 품종이 농가포장에서 수만, 수십만 그루씩 재배되는 풍경을 보면 육종가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 맛있고 재배가 쉬운 사과품종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사과를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외국으로 수출하여 로열티를 받는 사과품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썸머프린스
골든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