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에 수확한 여름사과
‘썸머킹’
꼭 한 번 맛보세요

햇살농원 이명배 대표

글 ㅣ 정수민·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초록빛이 싱그러운 초록사과 썸머킹은 질기지 않은 껍질과 달콤한 맛으로 우리나라 여름사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질긴 껍질과 떫은맛으로 풋사과와 같은 맛을 냈던 일본품종 쓰가루(아오리)를 대체하는 국산품종으로,
이제는 쓰가루 대신 썸머킹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충주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햇살농원은 7월 중순부터 썸머킹을 수확하는데 한창이다.
여름 한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사과, 썸머킹을 수확 중이던 햇살농원의 이명배 대표를 만나봤다.

2대째 정직하게
사과농사를 짓다

햇살농원 이명배 대표
햇살농원 이명배 대표
충주에 위치한 햇살농원은 1만4,000평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사과농장이다. 이명배 대표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사과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아버지가 30여년, 이명배 대표가 20여년 사과를 재배했으니 무려 50년이나 사과를 재배해온 것이다.
“2대에 이어 농사를 짓다보니 농업인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정직하게 사과를 재배하셨기 때문에 저도 아버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더욱 정직하고 맛있는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사과를 사랑해주시는 소비자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있지요. 그래서 더욱 맛있는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신품종에도 관심이 많아요. 썸머킹도 그런 이유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품종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한 ‘썸머킹’은 7월 중순부터 수확하는 여름사과 품종으로 아삭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그동안은 일본품종인 쓰가루가 대부분 유통되고 있었지만, 질긴 껍집 때문에 껍질째 먹기엔 부담스럽고 떫은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쓰가루는 초록색이 아닌 좀 빨갛게 익어야 맛있는 품종이에요. 8월 말 정도에 수확해서 먹어야 맛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덜 익은 상태인 초록색일 때 수확하기 때문에 떫은맛이 납니다. 여름사과는 약간 떫다는 인식은 사실 적기에 수확하지 않아서 생긴 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썸머킹’은 7월이 수확적기입니다. 덕분에 떫은맛이 없고 당도가 높습니다.”

농촌진흥청 보급사업으로
썸머킹 재배 시작

현재 햇살농원에서는 썸머킹을 200주 재배하고 있다. 사실 농사를 지으면서 신품종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과를 수확하기까지 4~5년이 걸리고, 어렵게 재배한 사과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썸머킹’은 농촌진흥청 보급사업으로 6~7년 전쯤 심었습니다.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쓰가루 품종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여름사과 품종이 개발된 것이죠. 신품종을 심는 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많은 노동력과 비용을 들여 재배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4~5년 후엔 나무를 뽑아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썸머킹’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햇살농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썸머킹’은 초록색에 붉은 빛이 살짝 감돌고 있었다. 이명배 대표는 한창 수확 중이라는 ‘썸머킹’을 하나 따서 맛보라고 건넨다. 바로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함과 달콤한 과즙이 느껴지며 이게 바로 진정한 여름사과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썸머킹’은 초록사과이기 때문에 빨간사과처럼 색을 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맛만 좋으면 수확할 수 있죠. 보급사업으로 썸머킹을 재배하면서 사과연구소 권순일 박사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초기에 저희 농장에도 몇 차례 방문해 재배법을 지도해 주셨고요. 지금도 ‘썸머킹’보급사업에 참여한 농가들과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더욱 맛있는 ‘썸머킹’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썸머킹’ 200주를 재배 중인 햇살농원의 모습
‘썸머킹’ 200주를 재배 중인 햇살농원의 모습
햇살농원에서 재배한 ‘썸머킹’
햇살농원에서 재배한 ‘썸머킹’

크기와 모양보단 맛과
건강한 사과를 키워내다

오랜 시간 사과농사를 지어오며 이명배 대표가 지키는 철칙이 있다.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명배 대표는 비료 대신 저탄소 재배법인 초생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초생재배란 밭에서 풀을 무릎까지 키웠다가 깎아서 땅에 퇴비로 돌려주는 농사법이다. 그렇게 하면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사과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매일 제초기로 풀을 깎는 게 주된 일 중 하나입니다. 풀들이 워낙 잘 자라서 깎아도 또 금세 자라나요. 농장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풀을 깎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초생재배로 흙을 건강하게 만들고, 그 힘으로 사과를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농기계의 사용도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맛있는 사과,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사과를 위해 이러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명배 대표의 노력 덕분에 햇살농원은 농산물우수관리제도인 GAP 인증을 받았다.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농업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덕분에 지역 학교에 급식용으로도 사과를 공급하고 있다.
“비료를 많이 쓰면 사과의 크기는 커지지만 맛이 떨어집니다. 사실 크기가 크고 모양이 예쁘면 시장에서는 더 좋은 평가를 받지만 저희는 맛과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과를 재배하려고 합니다.”
현재 이명배 대표는 ‘아리화’와 ‘골든볼’ 등 사과 신품종을 재배할 계획을 갖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고, 사과재배의 어려움을 개선해주는 신품종들이 개발·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화’ 품종은 익으면 스스로 열매를 떨어뜨리는 비중이 약 60%로 일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골든볼’은 골드색의 사과로 빨갛게 착색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사과농사를 지으시는 대부분의 농업인들의 마음도 저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분들께서 정직하고 건강하게 키운 우리 사과를 많이 드셔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평소 작은 사과도 많이 찾아주신다면 인위적으로 크고 색을 내려는 사과재배 문화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면 농업인도, 유통업체도, 경매인도 바뀝니다. 맛있고 건강한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햇살농원 이명배 대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햇살농원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제내리 504-5
전화 : 043-846-6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