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요

연의하루 김수지 씨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한상훈
경북 구미시 해평면 금호연지 마을. 연과 관련한 역사가 깊은 이곳에는 백련을 재배하는 ‘연의하루’가 자리하고 있다.
김수지 씨는 결혼 후 귀농해 시어머니인 정말순 대표를 도와 연의하루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농촌에서 일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는 김수지 씨를 만나봤다.

연 재배하는 시어머니 돕다 귀농까지

금호연지는 홍련이 피는 연못으로, 신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아도화상이 심은 연꽃을 수백 년 동안 피워내고 있다. 연의하루는 정말순 대표가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건강상 이유로 은퇴한 후 금호연지 마을에서 시작한 백련 농장이다.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연지의 정화된 물을 양수기로 퍼 올려 깨끗하고 건강하게 재배하는 것이 특징이다.
“7~8년 전쯤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하고 있었어요. 어머님이 연의하루를 시작하실 때였는데,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해 보고 싶어 하셨어요. 제가 마침 블로그를 하고 있어서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처음 뵌 자리에서 블로그 이야기를 한참 하면서 어머님과 비즈니스 사이로 발전했지요.”
연의하루 블로그 운영을 돕다보니 남편보다 정말순 대표와 연락할 일이 더 많았다며 웃는 김수지 씨. 연의하루가 1차 생산물인 연잎, 연근, 연자육에 이어 가공식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김수지 씨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제품 디자인부터 웹사이트 구축, 제품 상세페이지까지 김수지 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다. 웹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은 고스란히 연의하루에 녹아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IT 협업 커뮤니티 ‘개기디마셔’를 운영했어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퍼블리셔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지은 이름인데요. 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IT 비전공자로서 개발자와 일할 때 어려움이 있었어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협업할 수 있는 정보를 나누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죠.”
‘개기디마셔’는 2,000명이 넘는 IT 업계 사람들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김수지 씨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고, 한 스타트업의 제안으로 마케터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자 회사에서 무언의 압박을 느꼈다.
“아이를 낳아도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마침 어머님이 연잎으로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6차 산업을 하고 계셨어요. 그 현장을 직접 보니 무척 매력적이고 어머님이 자랑스러웠죠. 디자인, 홍보, 마케팅 등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을 농촌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남편은 서울에 두고 저만 먼저 구미로 내려왔어요.”

직장생활 경험을 농촌에서 활용하다

귀농하겠다는 김수지 씨의 말에 정말순 대표는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5년 계획을 세워오라고 말했다. 김수지 씨는 남편과 함께 5년 계획을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시부모님께 드렸고, 한 달 동안 농촌생활을 해보며 귀농이 자신에게 맞을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촌에서도 제가 원래 하던 디자인과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즐거웠어요.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고, 확장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죠. 최근엔 3분 연잎밥을 개발했는데요. 전자렌지에 3분만 데우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이에요. 곧 온라인 판매를 앞두고 있는데 소비자 분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연의하루는 연잎차, 연근차, 연잎가루, 연근가루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수지 씨는 백련이라는 깨끗한 느낌을 살린 제품 디자인으로 가장 많은 소비층인 40~60대 여성들을 겨냥하고 있다. 신라 최초 사찰인 도리사와 아도화상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금호연지 연못 이야기를 브랜딩해 지역 특산품으로도 발전시켰다.
“회사에 다닐 때는 마케팅 비용을 받아서 쓰는 입장이었어요. 그때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만 하다 보니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홍보했던 게 역효과가 났죠. 지금은 직접 수제작하는 제품을 홍보하니 더 재미있고 소비자 반응도 좋아요, 좋은 피드백이 올 때마다 무척 신난답니다.”

체험장·캐릭터 개발… 많은 기회가 있는 농촌

현재 연의하루는 체험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수지 씨가 ‘청년농업인 창업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일이다. 봄엔 연잎, 여름엔 연꽃, 가을엔 연자방, 겨울엔 연근을 주제로 사계절 동안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귀농 초기에 농촌에도 사람이 오는지 궁금해서 연잎빙수를 만들어 판매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많은 분들이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오시는 걸 보고 체험장의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체험장이 완공되면 연을 활용한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들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체험장 브랜딩은 최근 김수지 씨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개구리 캐릭터도 구상 중이다. 캐릭터를 강조한 브랜드를 만들어 기념품을 제작할 계획도 세웠다.
“일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했던 일들을 이곳에서 다 활용해 보고 있죠. 회사를 다닐 때 했던 일이 끊어지면 아쉬울 것 같은데, 농촌에서도 할 수 있으니 좋아요. 또 농업기술센터 등 다양한 농업·농촌 관련 교육을 다니며 청년농업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김수지 씨는 농촌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농촌에서도 자신이 원래 하던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어머님이 하시던 일에 숟가락을 얹은 상황이라 특별한 사례예요. 아무 기반 없이 귀농하시는 분들은 보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제가 조언을 드리기엔 무척 조심스럽지만, 농촌엔 지원사업도 많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농업·농촌에 관심이 있다면 많이 준비하고 배우면서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김수지 씨도 귀농 초기에 농촌진흥청 SNS 기자단으로 2년 동안 활동하며 많은 청년농업인들을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귀농, 창업 등 준비과정과 적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농업·농촌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많아요. 다만 직접 농업과 농촌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적어서 귀농을 결정하기 어렵죠. 앞으로 농촌에서 살아보며 가공,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청년들이 농촌에서 적성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우리 농업·농촌이 더욱 활기차지고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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