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제조된 흑삼으로 간()편하게
면역력을 높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이대영 연구관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인삼 제품인 홍삼이다.
최근에는 홍삼과 차별화된 새로운 가공인삼을 제조·판매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중 ‘흑삼’은 홍삼과 제조방식은 유사하지만 증숙과 건조 횟수를 3회 이상 거치며 완성한 담흑갈색 또는 흑다갈색 삼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이대영 연구관은
흑삼 제조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간 기능, 호흡기 건강 개선 효능까지 밝혀내는 성과를 이뤘다.

흑삼의 새로운 기능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 매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이대영 연구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이대영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는 국내산 특용작물이 세계 최고 명품화 작물로 거듭나기 위해 신 가치 향상과 창출을 목표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용작물의 기능성물질 탐색부터 기능성 평가, 안전성 평가 및 산업화 연구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용작물이용과 이대영 연구관은 15년 동안 인삼 연구를 지속해온 전문가다. “고려인삼은 예로부터 뛰어난 효능을 인정받아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경분야에서는 최초로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인삼을 주로 홍삼으로 섭취하고 있는데요.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의 약 36%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홍삼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1조600억 원에 이른다. 이미 국내에서 홍삼시장은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홍삼으로 인삼을 소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높은 부가가치 창출과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홍삼과 차별화된 새로운 가공인삼의 개발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대영 연구관은 ‘흑삼’에 주목했다. 흑삼은 홍삼 중 미량으로 존재하는 생리활성 성분의 함량을 더욱 증가시키고자 한약 숙지황의 전통적 가공법의 하나인 구증구포(九蒸九曝)의 방법을 이용하여 제조하고 있다.
“구증구포란 수삼을 9번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가공법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얼마동안 찔 것인지, 건조는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 등 표준화 공정이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흑삼을 제조하는 업체마다 다른 온도와 시간으로 구증구포를 진행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독성물질인 벤조피렌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화학적 특성변화와 가공공정 및 품질기준 설정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대영 연구관은 안전하게 제조된 표준 흑삼으로 홍삼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기능성을 밝히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중인 흑삼, 홍삼, 백삼

고려인삼은 예로부터
뛰어난 효능을 인정받아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경분야에서는 최초로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지요.

신규 제조공정 개발로
간 기능 개선 효과 확인

이대영 연구관은 표준화된 공정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경우 인삼류 제품들의 품질 증진 및 업체의 잘못된 제조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반복하며 안전하고 경제적인 흑삼 신규 제조공정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신규 개발한 흑삼 제조공정은 수삼을 세척하고 예비 건조한 뒤 90~95℃에서 3~5시간 찌고, 약 50℃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6시간 건조하는 증숙 과정을 총 3~4차례 반복하는 방법이다.
“개발된 흑삼은 유통 흑삼과 대비해 생산비용 절감과 동시에 발암물질이 현저히 낮습니다. 벤조피렌 검출량은 유통업체 12곳의 평균치인 1.03㎍/kg에 비해 현저히 낮은 0.06㎍/kg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공정에서 벤조피렌 기준은 흑삼 2.0㎍/kg, 흑삼농축액 4.0㎍/kg 이하로, 이와 비교했을 때 신규 제조공정으로 생산한 흑삼의 벤조피렌 검출량은 인체에 매우 안전한 정도의 수치입니다.”
이번 연구의 또 하나의 성과는 ‘간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이대영 연구관은 동물실험으로 통해 세포 및 동물모델에서 나빠진 간수치(ALT, AST)가 약 80% 회복됨을 확인했다. 홍삼이 42% 회복, 헛개가 34% 수준의 회복 효과를 보인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개선 효과다. 현재 간 기능 개선 효과는 인체적용 시험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홍삼과 차별화를 위한 흑삼 고유 지표성분(Rg3, Rk1, Rg5)을 발굴했다. 또한 안전하고 경제적인 새로운 제조공정 및 개발된 흑삼을 이용하여 새로운 건강기능성 식품 개발에 응용하고, 흑삼과 홍삼의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가공 시 생성되는 주요 기능성 물질을 분석하여 판별기술 및 간 기능 대사체 판별마커도 개발했다.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 강화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면역력에는 홍삼뿐만 아니라 인삼, 흑삼도 그 기능이 있습니다. 아직 인체 적용시험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흑삼의 경우 간 기능개선은 물론 호흡기 건강 효능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이대영 연구관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 강화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면역력에는 홍삼뿐만 아니라
인삼, 흑삼도 그 기능이 있습니다.

기술 이전으로
인삼산업 발전 유도

현재 흑삼의 간 기능 개선 효과 등은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되었으며, 개발된 흑삼 관련 제조기술 및 기능성 성분 증진 기술은 ‘간 손상 예방 기능성 성분을 포함하는 발효흑삼 추출물 및 그 제조 방법’ 등으로 9건의 특허출원 및 등록이 완료된 상태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제도적으로 흑삼 표준 제조공정 확립을 통한 ‘흑삼 제조기준(안)’을 마련하여 인삼산업법의 ‘흑삼’ 분야 제도 개선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현재 흑삼 제품별로 300g당 18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가격편차가 큰 문제와 표준 제조기준이 없어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품질관리 측면을 개선해 흑삼 유통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흑삼의 경우 기능성식품 수준에서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제조공정으로 만든 흑삼
새로운 제조공정으로 만든 흑삼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이대영 연구관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이대영 연구관
흑삼의 지표성분 및 원료표준화 기초자료 제공으로 인삼을 이용한 기능성 원료개발 및 산업화 확대와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인증을 통해 인삼류 제품의 산업에서의 발전을 유도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개발된 기술은 5개 업체에 기술 이전되어 개발기술의 사업화가 기대되고 있다. 실용화재단에서 실시한 흑삼 간 기능 기술의 기술가치는 408억1,000만 원으로 측정되었다. 또한 ‘인삼 및 건강보조식품’ 산업에서 68억3,900만 원의 생산유발효과 발생한다고 평가된 상황이다.
“앞으로 흑삼의 면역력 효과와 더불어 간 기능 개선 효능의 우수성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외국인들이 블랙푸드를 좋아하듯이 흑삼을 커피처럼 매일 마시는 그날을, 그리고 인삼 생산농가의 소득증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흑삼의 기능성 연구에 매진해 또 다른 효능을 발굴하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