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도 행복하다면 괜찮아
러스틱 라이프

글 ㅣ 김유진참고자료 ㅣ 트렌드코리아 2022
과도한 업무와 인구 과밀도로 삶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러스틱 라이프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러스틱 라이프는 ‘시골 특유’의 러스틱(Rustic)과 ‘생활’의 라이프(Life)를 합친 말로,
도시를 떠나 시골 특유의 매력을 즐기고 편안함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한다.
2022년의 트렌드로 소개되며 일주일의 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서 지내는 5도 2촌 등 농촌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들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들
한국 특유의 문화인 ‘빨리빨리’에 지치는 사람들이 늘었다. 쳇바퀴처럼 빠르고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본인의 마음을 돌보는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
러스틱 라이프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여유롭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인식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여행 중 가장 희망하는 활동으로 꼽히는 3가지는 자연경관 감상(60.1%), 식도락 관광(59.7%), 휴양·휴식(46.7%)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농촌은 더 이상 낙후된 공간이 아닌 일상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여유를 즐기는 러스틱 라이프가 더욱 가속화 되었다. 사람을 피해 더욱 깊숙한 곳으로 떠나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포화상태인 도시를 벗어나 일상의 짐을 벗는 일은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도시에 나만의 작은 텃밭을 만들어 가꾸기도 하고, 은퇴 후 농촌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러스틱 라이프를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이다. 최근 동물과 식물, 농촌의 문화와 농업 활동을 통해 심리·사회·신체적 치유를 꾀하는 치유농업 체험이 늘었다는 것만 봐도 러스틱 라이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촌에서 지내는 것은 도시에 익숙한 우리에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농촌이나 어촌에 거점을 두는 복수 거점 생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MZ 세대들의 변화다.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농촌 문화를 새로운 문화로 인식한 MZ 세대들은 온라인과 미디어 속에서 나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농촌 생활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러스틱 라이프를 동경하고 실천하며 유행의 흐름을 타기도 한다. 도시의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농촌의 소박함과 여유를 더하는 것은 잃어버린 감성과 추억을 되새기는 데 좋은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한다.
삶의 터전을 도시와 농촌에 균형이 있게 두는 듀얼 라이프는 러스틱 라이프가 추구하는 최적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르른 녹음과 맑은 물은 우리에게 기분 좋은 여유를 선물해 준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실천 가능하기에 자신감과 행복함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떠오르고 있다.

일상에 스러움을 더하다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도시와 농촌 생활의 비중을 어디에 더 두느냐에 따라 4가지 변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첫 번째는 ‘떠나기’ 단계이다. 넓게 펼쳐진 논과 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소박하지만 푸짐한 시골의 밥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불멍, 물멍, 논멍과 밭멍은 이러한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 즐기는 가벼운 단계이다.
두 번째는 농촌에서 일상을 보내는 ‘머물기’ 단계이다.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호캉스보다, 끝도 없는 수평선이 이어진 오션뷰보다 논밭뷰가 보이는 농촌 바캉스, 일명 촌캉스가 대세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은 일상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세 번째는 방문과 관광에 그쳤던 휴가에서 머무르는 휴가로 변화된 ‘자리 잡기’ 단계이다. 일상화된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농촌에 잠시 지낼 거점을 마련하기도 하고, 주말 농촌 체험, 농촌 컨셉의 숙소에서 지내며 삶의 터전을 도시와 농촌에 두고 생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사와 집, 경험을 짓는 ‘둥지 틀기’ 단계이다. 시골에서 직접 살아보는 ‘농촌에서 한 달 살기·보름 살기 체험’을 통해 농촌에 둥지를 트는 것이다. 관광객이나 체험객에 그쳤던 예전과는 달리 주체가 되어 농촌의 삶을 누리는 과정이다. 5도 2촌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실제로 2020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농촌에 자리를 잡은 귀촌 가구(34만 5,205가구)는 작년(31만 7,660가구)보다 8.7%(2만 7,545가구) 증가했다. 이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귀농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러스틱 라이프를 꼭 농촌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내가 편한 시간, 내가 원하는 취향을 반영한 러스틱 라이프 생활이 가능하다.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 나를 위한 것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릇파릇한 녹색의 식물들이 가득한 카페를 방문하거나 그런 식물들로 나의 공간을 채우는 플랜테리아도 러스틱 라이프가 될 수 있고, 베란다에 작은 모종을 심어서 키우는 홈파밍도 러스틱 라이프의 일종이다. 보다 자연과 가까워지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나를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녹음이 우거진 곳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나만의 공간에서 차 한잔 마시면 쉬는 것. 상상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농촌에서의 삶이다. 러스틱 라이프는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지만 고령화 현상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는 농촌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삶의 방식이다.
다양한 러스틱 라이프 방식 중 나에게 잘 맞는 방식을 찾아 이번 주말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을 잠시 덜어내고 촌스러움을 더하는 것 자체가 러스틱 라이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