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신품종 단감
우리나라
단감 산업을 이끌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마경복 연구사

글 ㅣ 정수민·김주희 사진 ㅣ 전예영
가을 풍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감은 예로부터 ‘금의옥액’이라고 불렸다.
황금빛 옷 속에 신선이 마시는 단물이 들어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맛이 뛰어나고 영양가가 높은 과일이다.
하지만 최근 과일 소비에서 고급화, 편리성이 중요해지며 단감도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마경복 연구사에게 단감 신품종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 단감의 단점 개선한
신품종 개발 필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마경복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마경복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배, 감, 소과류 품종을 육성하고 육종기술을 개발·연구하는 기관으로, 배연구실, 감·소과류연구실, 생산시스템연구실로 구성되어 있다. 마경복 연구사는 감·소과류연구실에서 단감 신품종 개발을 위한 유전자원 보존·평가와 선발, 신품종 보급 확대를 위한 이용촉진사업, 생리장해 원인 구명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6대 과수 중 하나인 감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먹어온 과일입니다. 아삭한 맛이 일품인 단감, 부드러운 연시, 달콤하고 쫀득한 곶감과 반건시, 감말랭이 등 우리는 가을 내내 감을 다양하게 즐기고 있지요.”
우리나라 단감 재배면적은 8,000ha 이상으로 대부분 일본 품종인 ‘부유’, ‘차랑’이 재배되고 있다. 1960년대 공식적으로 도입하여 품종 특성을 평가한 후 농가에 보급했지만,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재배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와 ‘차랑’품종은 만생종으로, 수확할 시기에 서리피해의 위험이 있어 과실이 충분히 익기 전에 수확합니다. 이 점이 단감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단감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단감의 품질 저하와 함께 소비패턴의 변화도 단감 재배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 수입 과일이 증가하면서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고급화와 편리성이 강조되면서 소비 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후에 안정적으로 재배가 가능한 조·중생종 품종과 고급화된 소비자 취향에 맞춘 다양한 품종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배연구소에서는 신품종인 ‘원미’, ‘감풍’, ‘연수’, ‘봉황’을 개발해 보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맛·모양·먹는 방법까지 새로운
단감 신품종

현재 생산·유통되고 있는 단감 품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기존 단감의 상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신품종 개발이 필요했다. 기존 단감의 모양과 색, 생과로만 먹을 수 있었던 특성, 껍질 때문에 먹기가 불편했던 점 등을 개선해 단감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어야만 신품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봉황’은 과실의 모양이 타원형으로 길고, 황금색이라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는 단감의 모양과 색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단감입니다. 단감으로 아삭하게 즐길 수 있고, 과육이 연해지면 연시로도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기호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품종입니다. ‘연수’는 현대인의 소비 취향에 맞춰 껍질을 깎지 않고 먹어도 이물감이 적은 고품질의 품종입니다. 과육이 달콤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편리성이 한층 높아졌지요.”
‘원미’는 10월 상순에 수확하는 품종으로 빛깔이 좋고 저장성이 높아 농업인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단감보다 일찍 수확하지만 충분히 익은 상태라 맛이 뛰어나고 서리피해를 입을 우려도 없는 품종이다. ‘감풍’은 과실이 매우 큰 품종으로 과육이 아삭하고 달콤한 과즙이 풍부해 맛이 일품이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신품종들이 보급되면 ‘부유’와 ‘차랑’ 등 만생종 품종의 편중재배를 해소하여 감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일본 품종들은 우리나라에 품종보호 출원이 되어 있어 재배하려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품종 보급이 확대된다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감을 연구 중인 마경복 연구사

우리 신품종은
기존 품종의 단점을 보완했고,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보급이 확대되면
단감 소비가 활성화되고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외 수출로 우리 신품종
경쟁력 확보할 것

단감의 수출시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국한되어 있고, 주요 수출 품종인 ‘부유’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미’와 ‘감풍’은 수출시장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홍콩 시장에서 판촉, 홍보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현지 소비자들은 과실이 크고 단맛이 좋다고 평가했으며 재구매 의사도 높았습니다. 단감 신품종들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해외시장 평가를 진행하고, 스페인, 호주를 대상으로 해외 품종출원,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 품종출원이 되면 개발 품종의 보호권 확보뿐만 아니라 로열티 수익 창출로 이어지면서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수출시장에서 중국단감의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신품종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수출된다면 충분히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우리 신품종은 기존 품종의 단점을 보완했고,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보급이 확대되면 단감 소비가 활성화되고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품질과 재배안정성을 높인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완벽한 품종은 없습니다. 완벽한 품종은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신품종을 믿고 재배하신다면 저희도 최선을 다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마경복 연구사는 추석용 품종,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한 내한성 품종, 씨가 없어 먹기 편한 무핵 품종, 탄저병에 강한 병저항성 품종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흑시단감 등 모양과 색이 다양한 단감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정겨운 풍경으로 감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우리 기술로 만든, 나아가 세계 수출시장에 우뚝 설 우리 품종으로 채워가겠습니다.”
단감 시험포장
단감 시험포장
익어가는 단감
익어가는 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