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선택
글루텐 프리
(Gluten-Free)

글 ㅣ 김제림
참고자료 ㅣ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글루텐프리식품 해외시장조사(2016)」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글로벌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현황 조사(2022)」
건강이 트렌드가 된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식품에서도 무언가를 더 첨가해 맛을 내는 것보다는 건강에 해로운 성분을 빼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글루텐 프리(Gluten-Free)’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타난 새로운 식품 트렌드다.

소화불량 등 질환 개선을 위한
글루텐 프리

최근 건강한 식단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글루텐 프리’다.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성분이다. 밀가루의 종류는 그 안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누는데, 이 단백질의 대부분을 글루텐이 차지하고 있다.
글루텐은 빵의 쫄깃한 식감을 내거나 부풀어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끈끈하고 물에 용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불용성 단백질이라 셀리악병(Celiac Disease: 글루텐 불내증)을 진단받았거나 글루텐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변비나 소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셀리악병은 대부분 유전 또는 어려서부터 증상이 나타나는데 글루텐을 섭취하면 소장이 파괴되어 흡수력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잦은 설사, 소화불량 등이 발생해 아무리 음식을 섭취해도 몸무게가 빠지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하면 영양 부족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또한 소화되지 않는 글루텐으로 인해 장 내 염증이나 아토피,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은 다음 소화불량이나 설사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거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으로만 함유된 식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국의 가수 케이티 페리는 글루텐 알레르기 때문에 2014년부터 글루텐이 없는 식단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글루텐 프리 방식을 활용한 『It’s All Good』이라는 요리책을 펴내기도 했으며, 제시카 알바, 마일리 사이러스, 킴 카디시안, 러셀 크로우, 우리나라 배우 이준기, 강소라, 가수 현아 등 많은 유명인들이 글루텐 프리 식단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유명인들이 건강과 다이어트를 이유로 글루텐 프리 식단을 고수하는 것이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지며 글루텐 프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글로벌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해외 글루텐 프리 제품들
해외 글루텐 프리 제품들
해외 글루텐 프리 제품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글로벌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현황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은 2021년 기준 78억5,890만 달러(한화 약 9조9,384억 원)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규모 기준 주요 권역은 북미 50.7%, 서유럽 35.6%로, 해당 2개 권역의 시장규모가 전 세계 시장규모의 85%를 웃돌고 있다. 나라별 시장규모는 미국 45.4%, 영국 9.6%, 이탈리아 5.3%, 캐나다 5.2% 순이었다. 품목별 시장규모의 경우, 빵류가 3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시리얼류 32.5%, 과자류 11.3%가 이었다.
북미 국가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글루텐 프리식품으로 시리얼, 빵, 간편식품(피자, 리소토, 팬케이크 믹스), 스낵류, 면류, 소스류 등이 판매되고 있다. 시리얼류는 콩, 쌀, 감자 등 글루텐 미함유 곡물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으며, 빵류는 아몬드 가루, 쌀가루 등으로 제조한 베이글과 식빵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아몬드 가루, 쌀가루 등을 사용하고, 타피오카 전분을 배합하는 등 밀가루로 만든 식품의 식감과 맛을 구현한 다양한 글루텐 프리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도 북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밀가루 대신 쌀가루, 옥수수 전분, 감자 전분, 귀리 가루, 아몬드 가루, 병아리콩 등 밀 대체 원료를 다양화하여 글루텐 프리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에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의 특성상 밀이 주식인 북미나 유럽보다는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의 형성 및 제품 개발이 더딘 편이지만,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제조한 쌀빵이나 건면 등이 제조·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건강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닛케이 포스 데이터 플랫폼(日経 POS EYES)의 발표에 따르면, 2010~2014년에 판매된 글루텐 프리 식품은 총 6개였으나, 2015~2020년 사이 판매된 제품 수는 149개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갖출 수 있는
오프리·가루쌀 등 개발

알레르기 저감 밀 '오프리'
알레르기 저감 밀 '오프리'
우리나라는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제품이 아직 다양하지 않으며 쌀 가공식품 제품에도 대부분 밀이 혼입되어 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 건강한 식단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 제고로 세계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8.1% 성장하여 2026년에는 116억2,320만 달러(한화 약 14조6,987억 원)에 달할 전망으로, 이에 대비한 업계지원과 인식 제고가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 전북대학교, 미국 농무성(USDA-ARS)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제거된 밀 ‘오프리(O-free)’를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국내 품종 ‘금강’과 ‘올그루’의 인공교배로 탄생한 ‘오프리’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하나인 오메가-5 글리아딘과 셀리악병의 원인인 저분자 글루테닌, 감마글리아딘, 알파 아밀라아제 인히비터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단백질 분석과 혈청 반응 실험 결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빵이나 쿠키로 만들었을 때 가공 적성 또한 일반 밀과 차이가 없어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가루쌀은 건식제분이 가능해 빵, 국수 등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때문에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쌀 가공식품 개발·생산을 가속화하고 관련 산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확대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밀과 쌀의 신품종 개발·보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농업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가공식품 원료로 적극 활용한다면 세계시장을 선점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