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시설 구축으로
효율성을 높이다

인화목장 공태희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정송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인화목장은 30대 초반인 공태희 대표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축산농장이다.
일반적으로 축산농장은 매일 착유를 해야 해 쉬는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태희 대표는 지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자동화 시설을 구축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깨끗한 환경·개별관리로
좋은 유질 생산

인화목장은 깨끗한 축사와 주변 환경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주관한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축사 입구에 조성된 화단엔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고, 축사라면 당연한 분뇨 등 악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제가 대학을 다닐 땐 부모님이 농장에 꽃을 심고 돌을 쌓는 것에 불만이 있었어요. 주변 환경 개선보단 빨리 농장 규모를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꽃 하나, 나무 한 그루 심으며 주변 정리를 잘 해놓으니 마을 주민 분들이 깨끗한 목장이라고 인식하시더라고요. 장기적인 운영 관점에서 부모님이 하신 일이 옳은 거였죠.” 인화목장은 젖소 23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하루에 3,300리터를 착유할 수 있는 규모로, 전량 P사에 납유하고 있다. 공태희 대표는 많은 유업업체 중 까다롭기로 P사에 납유할 수 있었던 이유를 ‘관심’이라고 말한다. 매뉴얼대로 축사를 깨끗이 관리하고 소들에게 관심을 쏟은 것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이다.
“축사 시설이 30년이 넘어서 굉장히 오래됐어요. 그럼에도 좋은 유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소를 건강하게 관리하기 때문인데요. 소는 말을 하지 못하니 아파하는 게 사람 눈에 띄면 이미 늦은 거라고 생각해요. 자주 보고 관심을 가지면서 개체별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소를 관리하다 보면 소에겐 좋지만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축산농장들은 편리성을 위해 소 평균 데이터로 접근하곤 한다. 하지만 소 무게, 컨디션, 유량 등에 따라 사료량을 조절하는 등 개별관리를 해야만 건강한 소, 그리고 좋은 유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공태희 대표 생각이다.

로봇착유기 도입 등 자동화시설 구축

현재 인화목장은 자동화시설 구축에 한창이다. 2세대 로봇착유기 2대를 비롯해 환풍기, 천장개폐기, 안개분무기 등을 설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재비 인상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예상했던 비용보다 2배가 들었지만, 지금이었다면 아예 엄두도 못 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자재비나 인건비가 갈수록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시설에 큰 비용이 들어간 만큼 추가 수익을 내야 하지만, 규모를 키우기보단 내실을 단단하게 할 계획입니다. 이젠 착유를 많이만 한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도태되는 소 없이 100%에 가깝게 착유를 하고, 뛰어난 유질을 유지하면서 생산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공태희 대표가 자동화시설을 구축한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2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농장에 묶여있는 게 어려워졌다. 또한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경제적인 것보단 개인의 삶,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낙농업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꼭 착유를 해야 합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일이 손으로 착유하고 사료 급여, 분뇨 처리 등 다양한 일을 해야 하죠.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밖에 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저 혼자 농장에 남는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무리 없이 운영 가능한 자동화시설 구축이 필요했습니다.”
설치한 로봇착유기는 착유뿐만 아니라 젖소의 상태를 체크하고 발정 여부, 실시간 유성분(유량, 유지방, 유단백, 체세포수 등) 분석, 질환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렇게 매일 쌓인 데이터로 젖소의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1세대 로봇착유기를 사용했다가 다시 손 착유로 바꾼 농장들도 있는데요. 기계와 사용하는 사람 모두 미숙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2세대 로봇착유기를 도입하기 전 이미 설치해 사용하는 농장들을 견학하고 관련 해외 자료들도 많이 찾아봤는데요. 지금은 로봇착유기 시스템이 안정화된 상태고, 사용하는 사람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자동화가 가능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축산업에도
따뜻한 관심 필요

공태희 대표는 원래 태권도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태권도협회에서 지도자로 생활했다. 당시엔 젖소가 몇 마리 있는지 모를 정도로 농장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비자 때문에 한국에 잠깐 들어온 사이에 농장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축산업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형이 한 명 있는데 축산업은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부모님이 평생 해 오신 걸 이어야하지 않을까 해서 운동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늦게 한국농수산대학교 축산학과에 입학해 체계적으로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했습니다.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경험을 통한 노하우로 농장을 운영했다면 학교에선 원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인화목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두당 유량 생산량도 늘었고 조사료 작업이나 드론 방제도 직접 하고 있다. 특히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멀리는 안 보시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30~40년을 운영해야 하니 건물을 짓더라도 나중에 옆에 하나 더 지을 것을 고려하고 투자를 하는 게 달라요. 지금은 야영장을 겸한 체험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종종 지금 하는 일이 잘 하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축산업에 종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는 공태희 대표. 그러나 막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해야 되기 때문에 한다고 말한다.
“현재 농업 분야에서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고,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축산농장도 많습니다. 하지만 축산업, 낙농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렵습니다.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쟁이나 펜데믹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식량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성 있는 정책과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도 품질 좋고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