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맛과 풍부한 영양
건강별미식 우리 메밀

글 ㅣ 김주희 참고자료 ㅣ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농사로(nongsaro.go.kr)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흰 꽃으로 덮인 메밀밭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메밀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메밀의 진가는 열매에 있다.
다양한 기능성 성분으로 건강에 무척 이로운 곡물이기 때문이다. 건강별미식, 메밀에 주목해 보자.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있는 메밀

우리 선조들은 메밀을 청엽(푸른 잎), 홍경(붉은 줄기), 백화(하얀꽃), 흑실(검은 열매), 황근(누런 뿌리)의 오색을 갖춘 ‘오방지영물’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했다. 16세기 중국 명나라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메밀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훑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한방에서는 메밀 성질이 달며 독이 없고, 장·위를 실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기운을 돕고 적체, 풍통, 설사 등을 없애주며 정신을 맑게 해 소화제로 쓰기도 했다.
메밀은 중국 서남부와 동아시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기원전 8세기에 중국에서 들어왔다. 추운 곳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씨앗을 심은 뒤 3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한 효자 작물이다. 하늘하늘 작고 하얀 꽃은 관상용으로 좋았고, 껍질은 베갯속으로 사용했으며 열매는 다양한 음식에 활용했다. 먹을거리가 부족해 영양섭취가 충분하지 못했던 시절에 메밀로 건강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메밀은 비타민 B1, B2, E, D를 비롯해 다른 곡물이나 쌀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14%나 높은 매우 영양가 있는 곡물이다. 또한 쌀이나 밀가루보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단백가가 높으며 비타민 B1과 B2는 쌀에 비해 3배 정도 함유되어 있다.
메밀 성분 중 매우 특징적인 것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 P 일종인 플로보노이드 유도체 루틴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루틴은 고혈압, 동맥경화증, 폐출혈, 궤양성질환, 동상, 치질, 감기 치료 등에 효과가 인정돼 임상에 이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또한 체내 노폐물을 내보내 피를 맑게 하여 혈관을 부드럽게 하고 혈압을 안정시켜준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약 200g 메밀로 만든 묵을 두 달 동안 동맥경화증 환자가 계속해서 먹었을 때 약 80%에서 두통,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언어장애, 목이 뻣뻣한 감 등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이명, 팔다리저린감, 변비 등 증상은 모든 환자에서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개선은 메밀을 섭취한 지 약 3주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혈압은 첫 주부터 뚜렷하게 내렸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수축기 혈압이 최고 30mmHg 이상 내렸으며 혈압이 전혀 내리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총 콜레스테롤과 지질단백량도 감소되었고 동물실험에서도 항동맥경화, 항지간작용이 입증되었다. 또한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국수·메밀전 등 맛있는 메밀음식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은 메밀음식을 다양하게 즐기고 있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메밀음식은 막국수와 메밀전, 전병, 냉면, 수제비, 묵이 있으며, 최근에는 차가운 육수를 넣어 시원하게 먹는 냉메밀국수와 들깨와 들기름을 넣어 고소하게 비벼 먹는 들기름막국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메밀은 서늘하고 높은 지대에서 자란 것이 품질과 맛이 좋아 강원도산이 유명하다. 강원도 산골에서는 도로리 모임이라고 해서 메밀가루를 이용해 밤참으로 메밀국수나 메밀묵을 먹기도 했다. 늦은 밤에 면이나 묵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메밀가루에는 효소가 많아 소화가 잘 된다. 특히 메밀묵은 수분이 84%나 되어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밤참으로 좋은 음식이다.
메밀에는 프로라민이라는 끈기 있는 단백질이 밀처럼 많지 않아 면으로 만들기 위해선 밀기루나 콩가루, 달걀 흰자위를 섞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메밀 100%로 만든 면이 인기가 좋다. 끈기가 없긴 해도 소화에 더 좋고, 메밀 특유 향과 살짝 쌉싸래하면서도 심심하고 고소한 맛이 자꾸 입맛을 당기기 때문이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 식이요법으로 메밀을 먹을 경우엔 추천할 만한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메밀가루에 물을 조금 부어 적절하게 갠 다음 꿀을 섞고 끓는 물을 천천히 부어 만든 메밀주스가 좋다. 여기에 유자청이나 레몬을 띄워 마시면 맛이 한층 산뜻해진다. 두 번째는 메밀 줄기나 잎을 생채나 나물로 먹는 것이다. 파종 후 15∼30일에 수확한 메밀나물은 부드럽고 루틴 함량이 많다. 마지막으로 메밀국수를 삶은 물에는 루틴 등 유효성분이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메밀은 찬 성분이 있어 몸이 냉한 사람이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엔 차가운 메밀음식보다는 따뜻한 육수를 부어 먹는 메밀국수나 메밀차를 먹으면 좋다. 또한 가정에서는 요리하기 편한 메밀가루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루 상태로 오랫동안 저장하면 효소가 발효되어 메밀가루 고유 특성이 없어지고 만다. 신선한 메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맛은 물론 영양에도 좋다. 따라서 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메밀가루를 소량만 구입해 빠른 시일 내에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최초 기능성 쓴메밀
‘황금미소’ 선보여

메밀은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지만, 여기에 기능성을 더한 신품종이 나왔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 기능성 쓴메밀 품종 ‘황금미소’다. ‘황금미소’는 항당뇨, 항염증 효과가 있는 루틴 함량이 일반 메밀보다 51배나 많다. 가공 특성이 우수해 식품 가공용으로 적합하고 국수, 묵, 빵, 선식 재료로 쓰면 구수한 맛이 한층 살아난다. 차나 음료로 가공하면 기능성 성분을 쉽게 섭취할 수 있다.
‘황금미소’는 병해에 강하고 자가수정이 가능해 봄, 가을 연 2회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일반 메밀인 ‘양절메밀’ 품종에 비해 씨알 생산량도 21% 많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보급종 생산을 위한 증식 단계에 있으며 현장 실증시험을 통해 원료 가공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품종 점유율을 2021년 35ha에서 2023년 330ha, 2025년에는 1,200ha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황금미소’가 확대 보급되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메밀음식과 가공식품을 통해 더 쉽게 기능성 성분을 섭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건강을 이롭게 하는 미식생활을 맛과 영양이 뛰어난 메밀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