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상황버섯의 재발견,
꽃피는 청년 농부의 꿈

동그리농장 손동현 대표

글 ㅣ 김유진 사진 ㅣ 박형준
영지버섯과 상황버섯은 예로부터 불로초로 여겨져 약재로 쓰일 만큼 귀한 작물이다.
항암·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인 베타글루칸이 풍부하지만, 까다로운 재배 방법으로
전국의 농가는 채 100여 개가 되지 않는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전북 진안군 동그리농장 손동현 대표는
영지버섯, 상황버섯 재배를 넘어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찾기 위해 가공식품개발에 한창이다.

귀농의 꿈, 약용버섯으로 실현하다

손동현 대표는 어릴 적부터 창업을 꿈꿨다. 창업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그중 농업에 가장 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농업에 뜻을 품은 손동현 대표는 농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농수산대학교 버섯학과에 입학했다. 부모님은 농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장인이었고, 손동현 대표 역시 농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농업에 뜻을 품은 그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농업의 길을 걸어갔다.
“다양한 작목이 있지만 버섯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약용버섯 때문입니다. 식용버섯은 이미 농가가 많고 생산량에 비해 소비가 못 따라가서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었죠. 반면 약용버섯은 재배기술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판매도 어렵지만 강점을 가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약용버섯 농가들 역시 재배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새로 진입하는 저에게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손동현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동갑내기 친구인 노현영 씨와 결혼해 지난 2018년 아내의 고향인 진안으로 귀농했다. 영지버섯 2동으로 시작한 동그리농장은 올해 증축으로 생산량을 늘렸다. 현재 8,264m2 규모의 재배동에서 상황버섯 1.5톤과 영지버섯 3톤을 재배하고 있다.
“첫해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기록적인 폭염으로 하우스 온도가 50도까지 올랐는데 대처를 할 수가 없었어요. 오래 공부했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이론과 현장은 달랐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첫해는 하우스를 붙잡고 울면서 지냈어요.”
손동현 대표는 좌절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전국의 영지·상황버섯 재배 농가를 찾아가 묻고, 배우고, 보면서 발로 뛰기 시작했다. 초보 농사꾼에게 선뜻 기술력을 내주는 농가는 많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려 재배법부터 기후 대처, 하우스 관리 등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의 동그리농장은 전국 농가들을 자주 찾아가 발로 뛰면서 만든 농장이에요. 약용버섯 농장 100여 곳을 전부 방문해 조금씩 친분을 쌓으며 노하우를 배웠지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점점 노하우가 쌓여 지금의 농장이 될 수 있었어요.”

청년농업인의 성장

영지버섯과 상황버섯은 하루하루 세심하게 지켜봐야 하는 작물이다.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조량과 환기 역시 중요하다. 특히 영지버섯은 단년생이라 하루라도 잘못 관리하면 열사 피해를 입어서 수확이 어렵다. 하루하루 세심하게 지켜봐야 하는 작목이다. 온도, 습도 등은 스마트팜으로 관리하지만 포자, 생육, 균사 등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첫해 농사를 망친 후에는 시설 보완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 고심 끝에 대부분의 자재를 직접 만들었어요. 동그리농장에 맞는 시설이 필요하기도 했고, 비용 절감을 위한 부분도 있었죠.”
손동현 대표는 환기구와 환기통, 거치대 등을 직접 만들며 농장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나갔다. 재배기술도 점점 발전해 나갔다. 상황버섯은 포자에 약효가 더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포자가 생길 수 있는 생육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더라고요. 매일 농장에서 재배에 적합한 생육환경을 조절하고, 약용버섯 농가들과도 소통하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귀농 2년차에 제대로 된 영지버섯과 상황버섯을 수확할 수 있었지요. ‘작물은 농업인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죠.”
동그리농장은 현재 영지버섯과 상황버섯을 연차별로 관리해 국내 판매와 해외 수출을 하고 있다. 1년 차는 특상품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2~3년 차는 중품으로 백숙 프랜차이즈나 건강식품·화장품 원료로 납품하고 있다. 영지버섯은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을 베트남으로 수출하고 있다.

제품 개발로 꽃 피는 6차 산업의 꿈

손동현 대표는 약용버섯을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약용버섯을 차로 마시기 위해선 3시간 이상씩 3번 끓여야 하는데, 아무리 몸에 좋아도 가정에서 끓여 먹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지버섯은 쓰다고 안 먹는데 커피는 써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 그렇다면 이 둘을 합칠 수 없을까?“처음엔 드립백으로 개발했는데, 약효성분이 충분히 우러나지 못하는 것 같았죠. 그래서 동결건조 후 분쇄해서 과립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인스턴트커피처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서도 약효성분과 향이 충분히 살아있습니다.”
버섯차 역시 호박, 캐모마일 등을 접목해 맛을 살렸다. 또한 감기에 좋은 도라지와 자소엽, 불면증에 좋은 페퍼민트를 블랜딩했다. 특히 자소엽을 넣은 버섯차는 보라색으로 우러나 더욱 특별한 느낌을 자아낸다.
“약용버섯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어려웠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재배기술이 확립되어 약용버섯 농가들이 많아지면 함께 판매시장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내년부터는 노현영 씨도 본격적으로 약용버섯 가공식품 개발에 뛰어들 예정이다. 손동현 대표는 진안군 4-H 활동, 귀농귀촌 멘토로 다양한 교육 등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귀농을 하고 싶다면 처음엔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 현장에서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농장과 소통하며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필요하고요.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농사를 짓는다면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면서도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앞으로 손동현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나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소비자들과 더 가깝게 만날 예정이다. 또한 더 먼 미래에는 가공공장과 카페를 만들고 약용버섯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약용버섯으로 6차 산업을 실현하는 것이 꿈입니다. 농장을 더 크게 성장시키고 약용버섯 전문가로 거듭나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약용버섯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동그리농장
주소 |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 887-1
전화 | 010-5161-3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