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딸기가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가장 좋아한 간식이었다.”
2018년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여자 컬링대표팀 스즈키 유미 선수의 인터뷰는 한국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카메라에는 하프타임 때 딸기를 먹는 일본 선수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선수의 솔직한 감상은 이후 딸기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신경전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스즈키 선수가 감탄한 우리나라 딸기가 바로 ‘설향’이다. 우리나라 딸기의 역사는 설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향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인 2006년 한·일간 로열티 협상 당시 우리나라는 연간 30억 원 내외의 로열티(품종사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농촌진흥청은 딸기 주산지의 도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 ‘딸기연구사업단’을 구성하여 딸기 신품종 개발과 보급 및 맞춤형 재배 기술을 개발하며 꾸준히 국산화가 진행됐다.
“설향은 2005년 논산딸기시험장에서 김태일 전 시험장장님을 중심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후 딸기연구사업단을 비롯한 농촌진흥기관, 농가들이 합심하여 오늘날과 같이 널리 보급된 거죠. 10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 급격한 시장 변화는 한두 사람의 성과물이 아닙니다. 훌륭한 품종인 설향의 연구개발이 있었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보급한 이들이 있었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품종을 키워보고자 노력한 농가들이 있었던 거죠.”
오늘날 딸기는 겨울철을 대표하는 과일이 되었지만, 2005년까지만 해도 이른 봄철이 되어서야 수확할 수 있는 ‘봄 과일’이었다. 겨울부터 딸기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설향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부터다. 설향(雪香)은 ‘눈 속의 향기’라는 이름 그대로 겨울철 달콤한 향기로 대한민국 딸기 시대를 열게 됐다.
“국내에서 설향만을 재배한다면 향후 급격한 트렌드의 변화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은 설향보다 점유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꾸준한 연구개발은 필요합니다. 외연확장뿐만 아니라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았을 때 중요한 일입니다.”
김대영 농업연구관은 고품질 차별화 전략의 사례로 전남 담양의 농가에서 재배하는 ‘죽향’을 예로 들었다. 죽향은 재배가 어렵고 수량이 적지만, 봄철 고품질 딸기로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마찬가지로 최근에 개발된 ‘킹스베리’, ‘금실’, ‘아리향’ 등도 품종의 특성을 반영한 재배법을 찾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개척한다면 딸기 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