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선택,
우리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간다

청춘작당 민찬양 대표

글 ㅣ 하우람사진 ㅣ 황성규
도시에서는 끊임없는 경쟁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청년들은 일자리 확보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회의를 느끼거나 좌절하는 경우가 생긴다.
도시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청춘작당’의 민찬양 대표는 새로운 선택지로 귀촌을 제시한다.
민찬양 대표는 청년들이 현실적인 귀촌을 고민할 수 있도록 ‘곡성에서 100일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민찬양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시의 청년들,
농촌에서 길을 찾다

청춘작당 민찬양 대표
치열한 삶에 지친 사람들은 한적한 농촌에서의 전원생활을 꿈꾼다. 도시의 대안공간으로 농촌이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농촌에서의 두 번째 삶을 염두에 두기 마련이고, 지방의 시·군에서도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귀농귀촌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tvN에서 방영 중인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도시민들의 니즈가 엿보인다.
문제는 청년들이다. 일정기간 직장생활을 해왔던 중장년층은 그간 축적해온 경제력을 바탕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지만, 여건이 열악한 청년들에게는 특별한 연고 없이 농촌으로 향한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의 벽에 둘러싸인 도시의 청년들에게 농촌은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왜 청년들은 지역에 사는 게 어려울까?’ 청춘작당 프로젝트는 간단한 물음으로 시작됐다. 농촌의 고령화는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식상할 정도로 만성화되어 있었고, 청년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했다. 청춘작당의 민찬양 대표는 기존의 귀농청년 지원사업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청년들에게 귀촌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게 ‘곡성에서 100일 살기’ 청춘작당 프로젝트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주거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해요. 또, 막상 생활해보니 농촌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를 수도 있고요. 청춘작당은 이런 세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구상됐어요. 30명의 청년들에게 100일동안 곡성에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함께 지역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는 거예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 모여 농촌을 알아보는 거죠.”

농촌을 바꾸기 위해 모인
‘발칙한 작당’

청춘작당 민찬양 대표
민찬양 대표와 청춘작당 운영진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와 무중력지대, 청년허브 등 수도권의 청년공간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첫 번째 시도였던 만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막상 지원서류를 마감하고 나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30명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가운데 90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셔서 많이 놀랐어요. 마음 같아서는 모두 함께 하고 싶었지만,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일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상채팅으로 한 분 한 분 인터뷰를 진행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보며 30명을 선발했어요.”
인터뷰는 일반적인 면접과는 달리 치열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전공이나 출신 대학 같은 요소는 완전히 배제된 채 진행됐고, 100일 동안의 프로젝트를 마친 이후에 귀농귀촌 가능성이 있을지, 함께 하고 싶은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싫어하지만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삶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등이 주요 질문이었다.
이렇게 선발된 30명의 멤버들이 바로 ‘청춘작당 1기’였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일부터 12월 10일까지 100일 동안 곡성에 머물며 지역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재능을 발휘했다. 곡성군에서는 청춘작당 1기 활동기간에 앞서 지역민의 문제를 파악했고, 총 10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멤버들은 100일 동안 디자인, 컨설팅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지역 축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홍보를 필요로 하는 농가를 어떻게 홍보해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다.
“청춘작당에서는 지역민을 ‘NPC’라고 부르고 멤버들을 ‘플레이어’라고 불러요. 청년들이 모인 만큼 뭐든 재밌게, 게임을 하듯 수행하자는 의미에서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퀘스트’를 깬다고 말해요. 청춘작당은 일종의 게임 이름이고, 주인공은 참가한 청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청춘작당을 통해 청년들과 지역민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부터가 중요하니까요.”
청춘작당 1기 활동을 마무리할 무렵,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만난 사장님은 보자마자 이들을 알아봤다. 젊은 사람이 드문 농촌에서 이들의 존재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소위 말하는 ‘인싸’들로 구성된 멤버들은 지역민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지역을 활기차게 바꿔나갔다.
“한번은 곡성의 한 고등학교 행사에 청춘작당이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프로젝트는 아니었는데, 청년으로서 학생들과의 인생상담 혹은 진로상담을 진행했던 거죠. 그때 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곡성은 아이들에게 졸업하면 떠나는 곳으로 생각됐는데, 지역으로 찾아오는 케이스도 있다는 걸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지역사회에서도 청년들을 필요로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 장면이 가슴에 남았어요.”
청춘작당 활동하는 모습

청춘작당을 통해 청년들과
지역민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부터가
중요하니까요.

지역을 바꾸는
청년마을 프로젝트

청춘작당 1기의 공식적인 활동은 지난해 12월 10일 마무리됐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30명의 참가자 중 13명이 여전히 곡성에 머물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했고, 일부는 100일로는 알 수 없었던 농촌에 대해 더 알아가는 중이다. 청춘작당의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민찬양 대표는 현재 전라남도의 제안으로 청춘작당 2기를 준비하고 있다. 1기와 비슷한 규모, 더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2기, 3기를 넘어 꾸준히 청춘작당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에도 곡성에 남는 이들의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이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청년들이 머무는 ‘청년마을’을 만든다는 게 민찬양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다.
“실리콘밸리처럼 비슷한 목표를 가진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청년마을을 구상하고 있어요.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들이 있어요.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들에게 지역을 알릴 수도 있고, 지역민들은 당연하게 느끼는 곡성만의 장점을 발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저희끼리는 이 프로젝트를 ‘전남곡성’이라고 불러요. ‘전 남아서 곡성에서 성공할 거예요’를 줄임말로요.”
민찬양 대표는 ‘농촌 만능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귀촌은 퇴직자에게도, 청년들에게도 어려운 결정이다. 그저 청년들이 마주할 삶의 선택지 중 하나에 귀촌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청춘작당은 강요하지 않는다. 농촌이 그런 것처럼 민찬양 대표와 청춘작당은 또 다시 찾아올 새로운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청춘작당 롤링페이퍼
청춘작당 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