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순무 이야기

토종농산물의 브랜드화

글 ㅣ 이승호
수많은 외래 농산물이 범람하는 요즘, 우리 밥상에서 토종 농산물을 찾기 쉽지 않다.
외래 농산물의 약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홀로 존재감을 뽐내며 선전을 이어가는 토종농산물이 있다.
보랏빛 자태에 알싸한 맛이 일품인 강화순무이다. 유독 강화도에서 제맛이 난다는 강화순무.
외래 농산물과 자웅을 겨루며 토종 농산물 브랜드로 성장한 강화순무 이야기를 들어보자.

변화로 더욱 특별해진
토종농산물

강화순무
아삭함과 알싸함이 매력인 순무는 일반 무와 달리 단맛이 난다 하여 ‘과일 무’라고도 불린다. 순무는 고려 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가 쓴『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순무로 담근 장아찌는 여름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우내 반찬 되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당시 여름철 식재료로 순무가 널리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강화도에선 조선 중기부터 재배되었고, 이곳에서 재배된 순무는 맛이 좋아 왕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온 순무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한바탕 큰 변화를 겪게 된다.
1893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사관학교가 설립될 당시 영국에서 파견된 해군 교관 콜웰은 본국에서 순무 2종을 가져와 강화도에 심었다. 이때 심은 순무는 100여 년 동안 퍼져나가 토종순무와 교잡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탐스러운 강화순무라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강화순무가 외래종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지만, 자연적 교잡과 강화순무만의 독특함은 우리 토종농산물이라고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특이하게도 강화순무를 타 지역에서 재배하면 길이가 길어지고 강화순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독특함이 만들어낸
강화순무 브랜드

강화순무
강화순무는 둥그스름한 모양에 윗부분은 보랏빛이고 아랫부분은 하얗다. 이파리는 진한 녹색을 띠는데 갓을 많이 닮았다. 향은 겨자처럼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무 맛이 난다. 겉모양을 보아서는 잎이나 뿌리의 모양이 거의 무와 흡사하지만, 뿌리의 맛이나 향은 배추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강화순무는 무가 아닌 배추로 분류되는 독특한 작물이다.
강화순무는 그 맛이 독특해 먹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하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면 중독될 정도로 계속 찾는 것이 강화순무다. 마성의 맛을 지닌 강화순무를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1994년 11월 지역 특산물인 강화순무를 상품화하자는 논의가 이어졌고, 지금은 고유 브랜드로 자리 잡아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항염, 항암작용이 뛰어난 영양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새로운 슈퍼 푸드로 떠오르고 있는 강화순무. 오늘 식사는 잘 익은 강화순무김치와 함께 우리 토종농산물의 진미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