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함과 알싸함이 매력인 순무는 일반 무와 달리 단맛이 난다 하여 ‘과일 무’라고도 불린다. 순무는 고려 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가 쓴『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순무로 담근 장아찌는 여름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우내 반찬 되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당시 여름철 식재료로 순무가 널리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강화도에선 조선 중기부터 재배되었고, 이곳에서 재배된 순무는 맛이 좋아 왕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온 순무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한바탕 큰 변화를 겪게 된다.
1893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사관학교가 설립될 당시 영국에서 파견된 해군 교관 콜웰은 본국에서 순무 2종을 가져와 강화도에 심었다. 이때 심은 순무는 100여 년 동안 퍼져나가 토종순무와 교잡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탐스러운 강화순무라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강화순무가 외래종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지만, 자연적 교잡과 강화순무만의 독특함은 우리 토종농산물이라고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특이하게도 강화순무를 타 지역에서 재배하면 길이가 길어지고 강화순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