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파릇파릇한 청보리밭을 만날 수 있었다. 보리연구팀이 품종 개발을 위해 다양한 보리 품종을 심고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식량과학원 안에 조성된 보리밭과 비닐하우스에서는 생김새도 크기도 다른 보리들이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규모가 꽤 크죠?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창이나 가파도에서 열렸던 청보리축제가 취소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청보리를 즐겨 보세요.”
밝게 웃으며 보리밭을 소개하는 작물육종과 박종호 연구사에게서 보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보리를 연구한지 8여 년, 그는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청보리를 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육종은 한 사람이 할 수 없기 때문에 팀 단위로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보리의 주 용도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밥에 같이 넣어서 먹는 혼반용, 식혜, 블랙보리 음료, 보리떡, 보리빵 등을 만드는 가공용, 맥주를 만들 때 이용하는 맥주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료용과 경관용으로 사용되는 청보리가 있고요.”
박 연구사가 육종가로서 참여한 품종 중 하나는 보리의 뾰족한 까락 부분을 퇴화하게 만든 ‘유진’이 있다. ‘유진’은 가축의 겨울 먹이로 말리지 않은 채 저장하는 풀인 사일리지를 만들 때 발효 품질이 기존 품종보다 좋으면서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다. 까락이 뾰족하지 않아 소들이 기침하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농가에서 최근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다.
“‘유진’은 초기에 개발된 ‘영양’ 품종을 대체하기 위해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통상실시를 했습니다. 최근에 품종 등록을 마쳤고 현재 약 100톤가량이 보급된 상태입니다. 소규모로 재배할 때 유리한 품종으로 향후 더 확대 보급할 계획입니다.”
사료용은 보리 품종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발된다.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보리의 양이 일정 부분 채워지면 사료용으로 개발되는데, 병에 강하고 수량도 많아야 하는 특징이 있다. 사료용이 보리 품종 개발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청보리를 먹인 한우들이 나오는데 육질이 부드럽고 마블링 색이 좋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것이죠. 또한 축제용이나 경관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고창청보리축제에 가면 키가 크고 파릇파릇한 청보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