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에 위치한 물고추냉이 농장 ‘흥’은 차대로, 김현구 대표가 지난 2018년 귀농하면서 세운 농업법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각자 대기업 웹디자이너로, 마케팅 회사 대표로 일하던 두 사람은 귀농의 꿈을 안고 연고도 없던 강원도에 터를 잡았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던 두 사람이 택한 건 바로 농사였다.
“제 주위만 해도 40대에 직장을 그만두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지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차대로 대표도 마침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서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의기투합하게 된 거죠.”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던 차대로 대표는 제조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가 1차 산업인 농업이었다. 하지만 농사를 오래 지어온 농민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작물이어야 했다.
“오랜 기간 조사하고 고민하다가 물고추냉이를 찾았습니다. 물고추냉이는 달면서도 매콤한 맛이 셉니다. 하지만 재배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재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고추냉이는 10~13℃의 물이 흐르는 곳에서 뿌리를 돌로 누르고 차광을 시켜 재배한 후 근경이 굵어지면 수확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온이 낮고 용천수가 흐르는 지역이어야만 물고추냉이 재배를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지역을 찾기란 쉽지 않아 강원도 철원지역 4개 농가가 재배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차대로 대표는 먼저 물고추냉이 재배를 배우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하지만 너무 폐쇄적이었다. 농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물고추냉이 농장주는 입을 닫았다. 종자를 파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렇게 차대로 대표는 대만, 캐나다, 미국, 체코 등 다양한 나라를 찾아갔지만 잡상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노력 끝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토양재배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물재배는 일본에서만 가능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밭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신 물고추냉이의 맛이 무척 씁쓸합니다. 그래서 주로 약제로 사용하죠. 하지만 저희는 요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물고추냉이를 밭에서 재배하려는 목표가 있었기에 부단한 연구와 실험을 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