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 펀펀한 체험
농촌 여행 사용설명서

- 전라북도 편

글 ㅣ 김그린사진 ㅣ 전주 자만벽화마을·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임실치즈마을
전라북도의 지형은 동고서저라는 말이 딱이다.
서해를 접하고 있으면서 새만금사업, 호남평야 등의 지리적 이유로
서쪽은 지평선을 볼 수 있을 만큼 드넓지만, 동쪽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동쪽에도 특색 있는 농촌마을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사실이다.
교통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독특한 체험들이 그 불편함을 상쇄시켜준다.
향기로운 꽃들이 가득 피어나는 5월, 꽃보다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를 하러 전라북도로 출발해보자.

산동네의 정취,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은 말 그대로 벽화로 가득하다. 전주 한옥마을과 함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고가며 당일치기 여행으로 들리곤 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벽화는 만화를 소재로 한 벽화들이 많아 세대별로 다양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시때때로 새로운 벽화들이 그려지고 예전 벽화도 꾸준히 칠을 다시 하기 때문에 산뜻한 맛이 살아있다. 이 벽화마을이 이름을 타게 된 것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을 옮겨놓은 듯한 화사한 모습 때문이다. 빨간머리 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이웃집 토토로 등 여러 캐릭터가 정겹게 맞아준다.
지금은 벽화마을이 되었지만 원래는 태조 이성계의 선조들이 함경도로 근거지를 옮기기 전 대대로 살았던 마을이다. 이성계의 5대 조인 목조까지 전주 일대에서 나고 자랐으나 이를 알려주는 것은 자만길 한편에 세워져 있는 자만동금표가 유일하다. 이후 이 마을을 채운 것은 한국전쟁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었고, 나날이 낙후되던 마을 경관이 새로워진 것은 2011년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된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사업’을 통해서다. 그러나 꾸준히 벽화가 새로 그려지고 보수가 잘 된 것은 마을 내 가게들의 수익금이 다시 벽화마을의 벽화나 문화행사 등에 쓰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벽화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안의 카페나 식당 등을 이용해달라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벽화마을의 특성을 살린 캐리커처 체험, 문인화 체험 등도 골목 안에 살포시 자리하고 있다. 곰손이라도 붓에 물감을 묻혀 톡톡 찍어내는 식으로 매화, 난을 생각보다 쉽게 그려낼 수 있다. 물론 마지막에는 전문가인 공방 선생님의 손길을 거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름에는 부채, 겨울에는 손난로에 문인화를 그려내는 식의 계절 체험도 있지만, 손수건이나 손거울, 사각등처럼 사계절 가능한 상품도 있다.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50-158
홈페이지 | www.jeonjuhanoktown.com/tour05
주변여행지
한옥마을과 이목교로 이어져 있어 자만벽화마을과 함께 묶어서 돌아보기 좋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완산구 전동의 남부시장과 청년몰, 혹은 인근에 위치한 전주 객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남부시장은 모범적인 전통시장으로 선정될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데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야시장이 열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전주 객사는 조선시대 칙사나 외국의 사신들이 묵었던 곳이다. 풍패지관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풍패라는 단어가 한 나라의 건국자의 고향을 일컫는 단어로 쓰인다는 것을 고려할 때 조선왕조의 뿌리가 여기에 있음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순창과 고추장은 마치 단짝친구처럼 떼놓기 어려운 느낌이다. 고추장을 만드는 농촌체험마을이야 여러 군데 있지만, 순창 고추장은 그 자체로 맛을 보장하는 브랜드의 위치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찾아가던 참에 얻어먹은 순창의 초시장 맛을 잊지 못해 이를 진상품으로 명하면서 순창의 발효식품이 유명해졌다고도 한다. 이 초시장은 산초 혹은 호초를 넣어 만든 된장류로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해지기 전 매콤한 맛을 내는 반찬으로 쓰였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전래되면서 산초 대신 고추장이 들어간 순창 고추장이 확립되었다고 한다.
고추장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는 만큼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놓칠 수 없다. 개인이나 단체나 체험비는 똑같이 15,000원이다. 체험 인원이 20명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일 경우 꼭 예약 확인 전화를 해봐야 한다. 고추장도 숙성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만든 고추장을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대신 숙성이 끝난 고추장을 1인당 100g씩 나눠주기 때문에 체험 후 집으로 가져갈 기념품은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할 수 있는 체험으로 전통 떡 만들기가 있다. 순창 고추장은 찹쌀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 마을에서 직접 찹쌀 농사를 짓는다. 이를 고두밥으로 지어 2인 1조로 떡메를 치며 뜨끈하니 차진 떡을 만들어볼 수 있다. 고추장 떡볶이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1인당 추가로 5,000원을 내면 되는데 감칠맛 있는 고추장 소스가 떡에 간간하니 배어들어간 맛이 일품이다.
장 담그기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만 체험이 가능하지만 기념품으로 각종 밑반찬과 고추장을 사러 들리기에도 좋다. 순창은 장류가 맛있는 만큼 한정식도 수준이 높다. 특히 장아찌 종류가 맛있기로 유명해 여행 차 들러서 손 무겁게 사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주소 | 전북 순창 순창읍 민속마을길 5-13
문의 | 063-653-0703
홈페이지 | http://sunchang.invil.org
주변여행지
순창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다양한 힐링 여행이 가능하다.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경치가 수려하다. 또한 매표소에서 천우폭포까지 이르는 산책로에서는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 단월야행이라는 미디어쇼가 펼쳐지는데,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 설공찬전을 각색한 내용을 둘러볼 수 있다.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을 이어주는 채계산 출렁다리도 들러볼만 하다.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 현수교로 길이가 무려 270m에 달한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우리나라 치즈의 수도,
‘임실치즈마을’

임실치즈마을
임실치즈마을의 역사는 임실군의 가톨릭 사목 역사와 떼어놓을 수 없다. 벨기에 출신의 가톨릭 신부였던 지정환 신부가 1964년 임실군에 부임하면서 치즈사업에 대해 구상한 것이 지금의 임실치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견학까지 가서 기술을 배운 뒤 1969년에 치즈 생산에 성공하면서 당시 제대로 된 치즈 공장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유통망을 크게 넓혔다. 서울의 특급 호텔에 납품될 정도로 마을의 기둥산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임실치즈마을이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임실치즈마을에 온 만큼 치즈를 이용한 체험이 메인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는 피자 만들기 체험이 있다. 직접 모차렐라 치즈를 만들어 피자까지 만들 수 있는 C코스 체험도 있다. 4인 1조 단위로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조를 지어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즈와 피자 모두 만들어보는 체험은 4인에 68,000원, 피자 만들기 체험은 4인에 32,000원이다. 특히 치즈 커드를 뜨거운 물에서 조물거리고 쭉쭉 늘려내다 보면 모차렐라 치즈가 어떻게 쫀득한 질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피자체험도 치즈크러스트 피자로 만들 수 있어 치즈 향 가득한 따끈따끈한 피자를 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을 즐길 수 있다. 노력의 결과가 입도 즐겁게 해주니 금상첨화이다. 또한 임실치즈 초창기에 들여온 산양에게 직접 먹이도 주고 산양유를 이용한 비누를 만들 수 있는 체험도 있어 여러모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소 | 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1길 4
문의 | 063-643-3700
홈페이지 | http://cheese.invil.org
주변여행지
가족과 함께 임실 여행을 간다면 전북 119 안전체험관을 들려볼 법하다. 각종 안전사고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나와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 대처법을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화재, 지진, 교통안전, 태풍 등 다양한 콘셉트의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5세 미만인 아이들은 체험이 어렵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모든 체험을 다 할 수 있지만, 5~7세 어린이인 경우 제한을 둔 체험존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임실은 필봉농악 발상지로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필봉문화촌이 위치한 곳이다. 농악 전수자가 아니더라도 각종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임실치즈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