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식량과학원의 밭작물개발과는 말 그대로 밭에서 나는 작물을 전반적으로 개발하는 곳이다. 땅콩, 들깨, 참깨처럼 기름을 짤 수 있는 작물들은 유지작물연구실에서 맡고, 그 외 조, 기장, 팥 등은 잡곡연구실에서 맡는다. 연구원 한 명당 작물을 하나씩 맡아서 육성하는 만큼 국산 팥 종자 개량에서 송석보 연구사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팥은 기상재해에 민감하고 습기에 약해서 재배하기 쉬운 작물은 아니에요. 기후차가 많이 나는 곳에서 향과 맛이 강하고 품질이 좋은 팥이 나옵니다. 우리 국산 팥도 위도가 높거나 산골에서 자란 팥이 특히 맛있는 편이죠. 생산량이 연 5,000톤 정도로 많지 않아요. 그나마도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팥 소비량은 약 3만 톤가량으로 부족한 공급량은 수입산으로 충당한다. 국내 팥은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약 2.5~3배에 달해 가격경쟁력이 약한데다 재배하기가 까다롭다는 어려움이 있다. 바람이나 비가 거센 경우에는 팥의 줄기가 쓰러지는 경우도 많아 기계 수확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2011년 개발한 품종이 줄기가 잘 쓰러지지 않고 기계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품종이 ‘아라리’다. 일반 농가에서 재래종의 수확량이 110~150kg가량이었다면, ‘아라리’는 시험장에서 재배할 때 205kg, 일반 농가에서 재배했을 때도 170kg의 수확 성적을 거두었다. 국산 팥을 쓰는 곳은 ‘아라리’ 품종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판로 확보에도 성공했다. 품종을 개발하는데 멈추지 않고 가공업체에서 사용했을 때의 품질까지 테스트 한 결과다.
“‘아라리’는 팥에서 우러나오는 팥 향이 좋아요. 앙금으로 만들었을 때 맛과 향도 우수합니다. 경주 황남빵 업체에 가서 테스트를 받고 직접 시식을 하면서 확인을 받았는데 맛이 우수하더군요. 농가 입장에서는 수확량도 많고 기계수확까지 가능하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컸어요.”
2014년 황남빵 업체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아라리’ 재배 단지를 구축하면서 지역별로 ‘아라리’를 사용하는 특산물 업체들이 많아졌다. 경주 황남빵은 황남팥영농조합법인에서, 안흥찐빵은 지역 농협에서, 천안 호두과자는 황금들녘영농조합법인에서 각각 ‘아라리’를 계약재배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