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만큼 한 사람이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있을까. 세계 각지의 특산물이 마트에 놓여있고, 관심만 있다면 인터넷으로도 이런 특산물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때로는 예약구매를 통해서까지 산지의 신선한 먹거리를 직거래로 살 수 있으니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시대다. 이러한 상황은 종자 도입에서도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품종이 우리나라의 풍토와 잘 맞아떨어져 새로운 특산물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초당옥수수가 그렇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던 것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고, 지금은 제주도를 비롯해 호남 남부에서 신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1997년에 한번 보급화 사업을 했었지만, 저장시설이나 유통 인프라가 전무했던 그 당시와는 다른 결과다. 특히 해남에서는 초당옥수수의 재배 면적이 660,000㎡가 넘어갈 정도로 대규모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이신영 대표의 초당옥수수로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자리하고 있다.
“2014년에 종자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먹어보라면서 초당옥수수 2개를 줬어요. 그 때 먹어보고 이걸 유통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9,917㎡에서 나오는 초당옥수수를 매입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해봤는데 완판이 된 거에요. 그런데 초당옥수수가 워낙 달콤해서 벌레도 잘 먹고 온도에도 민감해서 상품가치가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원래는 유통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품질을 보장받으려면 직접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남으로 귀농한 것이 2017년이었지만 바로 성공이 따르지는 않았다. 초당옥수수 농사를 지었을 때 3.3㎡에서 나오는 이삭은 12개가 될까 말까였다. 유통할만한 개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광작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 해 여름은 폭염이었고, 이신영 대표는 떨어져 있는 밭마다 물을 대느라 발로 뛰어야 했다. 농기계도, 관수시설을 설치할 돈도 없이 땅을 빌린 만큼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