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물로 농사를 짓는 것과 인삼 농사를 짓는 것의 차이점 중 가장 큰 것은 들이는 시간이다. 한 번 인삼 묘종을 밭에 옮겨심고 나면 최소 3년간, 길게는 6년까지 같은 장소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토양 조건을 잘 관리해야 하고, 들이는 정성도 적지 않다. 그런 데다 여름이 너무 뜨거우면 고온장해를 입어 광합성을 중단하고 뿌리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인삼 농사의 어려운 점이다. 6년간 정성을 기울였어도 자연재해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늘과 동업한다는 말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작물을 심고 거두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품종개발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순계분리육종법에 의해 인삼의 품종을 육성하고자 할 때도 12년에서 15년이 소요되고 이런 순계의 품종을 교잡해서 상품성 있는 품종을 만들어 내려고 할 때는 30년 가까이 소요되기도 한다. 인삼 한 뿌리에서 채종할 수 있는 씨앗이 1년에 약 40개가 되기 어려운 것, 유전 형질의 변이 폭이 좁고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도 인삼 육종을 어렵게 했던 요소들이다.
키우기가 어려운 작물인 만큼 육종을 통해 개량하고자 하는 요소들도 다양하다. 뜨거운 온도에서 쉽게 자라지 않고 지상부부터 잎까지 황갈색으로 타들어가는 습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온저항성 형질을 키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인삼은 토양의 성질에 민감하지만, 장기간 재배하면서 땅의 염류농도가 높아지는 것에도 영향을 받아 황화, 적변 등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생리장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염류 저항성을 키우는 것도 육종의 목표 중 하나다. 인삼 재배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공기전염성 병해인 점무늬병 저항성 높이기, 연작을 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피해인 뿌리썩음병 저항성 높이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각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낸 품종들도 다양하다. 인삼공사에서는 2002년 최초로 등록한 천풍을 비롯해 약 20품종을 개발했다. 여기에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천량 등 4품종, 경기도원과 경희대 산학협력처가 공동으로 개발한 2품종, 충남도원에서 개발한 3품종 등이 있다. 재래종에 비해 병해충에 강하고 약용 성분인 사포닌을 다량으로 함유하면서도 수량이 많이 날 수 있도록 개발한 품종들이다. 다만 증식 배율이 낮은 편이라 육성된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조직배양을 통한 대량 증식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정상적이고 우량적인 식물체를 얻기 힘든 데다 조직배양을 한 모종이 자연환경에서 생존율이 낮아 실제 인삼 품종 증식에 적용되지는 못했다. 또한 생산자 중심의 품종 육성이 우선적으로 진행된 만큼 가공적성이 우수한 소비자 중심 품종 육성도 숙제로 남아있다.
반면 인삼 품종개발과 함께 거두게 된 성과도 있다. 인삼 품종을 구분할 수 있는 DNA 판별기술과 PNA 판별기술이 대표적이다. DNA 판별기술은 인삼 유전자를 기반으로 품종을 구별할 수 있는 마커를 선발해 이를 표지삼아 인삼 품종을 판별하는 방식이다. 반면 PNA 판별기술은 국산 주요 인삼 품종과 대표적 외국삼인 미국 화기삼의 펩티드 핵산을 칩에 심어 구별하게 한 방법이다. 값싼 수입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다, 신품종 인삼에 대해 품종 보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별을 위해 수집된 DNA 정보는 우수 품종을 육종하는 토대로도 쓰일 수 있어 한층 약효가 우수한 인삼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