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애인>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장수군에서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지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는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등을 잔잔하게 말하는 모습이 쭉 이어진다.
카메라 앞에서 크게 긴장하거나 삶의 편린을 내보이는데 출연자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것도 이 영상의 특징이다. 자연이나 동물을 피사체로 하는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사람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는 출연자와의 관계가 크게 중요하다. 물론 같은 지역으로 귀농귀촌을 온 사람들이라는 데서 오는 동질감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보다 쉽게 만들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마음속의 이야기를 툭 털어놓는 데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기에 다큐멘터리의 담담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든 사람들의 옷과 풍경에서 보이는 시간의 변화도 이 다큐멘터리의 정감을 한층 더하는 요소다. 각자의 삶의 결이 시간 변화에 따라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일상을 영위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와는 어떻게 다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