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눈이콩 이야기

영양분이 풍부한 토종 콩

글 ㅣ 김희정사진·자료 ㅣ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최만수 농업연구사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고, 삶은 콩을 살살 갈아 콩국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밥에 넣어 고소한 맛을 즐기기도 할 정도로 우리의 식문화는 콩에 많이 기대어 있다.
그중에서도 쥐눈이콩은 기능성이 풍부해 약콩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사랑받아 왔다.

생산성이 좋아진 쥐눈이콩,
우리 곁으로 돌아오다

강화순무
우리나라의 콩 유전자원은 매우 풍부하다. 쥐눈이콩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관한 국산 재래종 콩만 해도 9,889점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이토록 다양한 콩 자원도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멸종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미국이 1970년대 콩 유전자원을 수집해 개량한 뒤 세계 최대 콩 생산국으로 성장하면서 우리 토종 콩이 설 자리가 나날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쥐눈이콩은 기적적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콩 품종 중 하나다. 정선군에서 야생 종자를 특용작물로 보급하면서 재배가 다시 시작되었고, 2010년대에 들어서는 각 지역에서 씨앗도서관 등을 통해 보급이 활성화된 것이다.
토종 자원을 기반으로 한 종자 개발도 보급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재래종 콩은 키가 커지면 쓰러져버리기가 쉽고 콩 꼬투리가 잘 튀어버리기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었다. 1997년에 나온 다원콩은 괴저병에 강하고 맛이 좋아 주요농작물종자협의회에서 장려품종으로 지정되었고, 2015년에는 수량이 많이 나오고 재배 안정성이 뛰어난 소청자가 개발되었다. 이렇듯 콩 종자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쥐눈이콩 역시 기능성이 점차 강화되면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기능성 약콩,
아토피도 지방간도 잡는다

강화순무
쥐눈이콩이 ‘약콩’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은 병을 고쳐줄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혈과 독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준다는 기록이 의서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였으니 그 당시에도 사람들이 어렵잖게 구할 수 있었던 건강기능식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봐도 쥐눈이콩은 다양한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다. 콩에 풍부한 이소플라본과 레시틴은 물론, 블랙푸드에 주로 포함되어 있는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아 탄수화물 흡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당뇨병과 복부비만 방지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쥐눈이콩의 약성을 한층 강화시키는 기능성 약콩이 개발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공동 연구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콩 핵심집단을 활용해 피부주름, 알코올성 지방간, 아토피 피부염 개선효과를 모두 지닌 품종을 개발해낸 것이다. 특히 지방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료제나 염증치료제로 알려진 성분 등과도 비슷한 효과를 보이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 쥐눈이콩은 기능성이 한층 강화된 약콩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두유, 뻥튀기, 선식 등의 식품으로는 물론, 화장품 등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는 약콩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