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재배 환경이나 시장에는 꾸준한 변화가 있었다. 기후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사과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고, 사과를 괴롭히는 병충해의 종류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에 다양한 외국 과일들이 수입되고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과의 선호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재배 방식의 변화다. 서양식 사과재배 초기에는 나무를 크게 키워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지금은 사과 종자를 번식시켜 만든 실생대목보다 사과나무를 작게 키우는 왜성대목에 원하는 품종을 접목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나무의 모양을 잡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나무 한 그루당 면적을 넓게 잡고 가운데의 중심 가지를 잘라내는 자연개심형 재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밀식재배에 적합한 가늘고 긴 방추형 모양의 수형이 많이 도입되었다. 나무의 생장량은 떨어지지만 나무 밑 부분까지 햇빛이 도달하기 쉬워 과실의 품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수확할 때나 가지치기를 할 때 노동력을 줄이는 데 적합한 점도 밀식재배가 늘어난 원인이다.
밀식재배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기후에 잘 맞는 대목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시작되었다. 가장 최근에 맺은 결실로 사과연구소에서 1994년 교배한 KARI3 대목을 들 수 있다. 실생대목의 30% 크기로 키울 수 있는 극왜성대목으로 사과 해충에 저항성이 있고 뿌리를 내리는 힘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그간 많이 쓰였던 영국 이스트말링 시험장의 M.9와 M.26이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뿌리를 내리는 힘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병해충 방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1992년과 2017년에 사과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해충을 분석해보면 그 변화는 확연하다.
해충의 종류도 바뀌었지만, 가짓수가 많이 늘어났다. 까다로운 것은 잔류농약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방제 기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해충을 적기에 방제할 수 있도록 살충제를 뿌리는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해충의 발생 빈도를 예측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페로몬 트랩도 그 일환이다. 노린재나 복숭아순나방과 같은 해충들이 동종의 페로몬에 끌려 트랩에 잡히는 개체 수를 분석해 방제시기를 정하는 도구로 현재 3,500여 농가에 해당 트랩이 보급되었다.
한편 딥러닝 기술, 무인 스마트팜 등의 기술 개발도 한창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기술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이 없어도 해충을 인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이다. 처음에는 정확도가 72%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정확도가 94.5% 수준까지 이르렀고, 이를 적용한 곳도 15개소에서 120개소로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2020년 7월에는 영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수압식 회전 분무기 설치를 통해 기존보다 적은 양으로 3분 만에 약제를 살포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사과나무의 병해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방제를 할 수 있는 스마트팜의 보급도 시간문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