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우리 사과,
발전된 재배법과 신품종 개발로
국민 과일의 위상을 지켜내다

글 ㅣ 김주희사진·자료 ㅣ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접할 수 있는 과일 중에 익숙한 과일을 고르자면 아마 사과가 최상위권에 올라갈 것이다.
사과 산지로 유명한 지역도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렵고, 마트에서도 저장 사과가 1년 내내 판매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같은 맛을 지닌 사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맛과 크기를 가진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도전으로 한층 튼튼해지는 우리 사과에 대해 들여다본다.

서양식 신품종에서
우리 품종으로 나아가다

추석이나 설날 차례상에 사과가 올라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꼭 올라가야 하는 과일로 대추와 밤, 배와 감을 들지만, 사과가 올라간 것은 빠르게 잡아도 20세기 즈음이다. 전에도 사과와 비슷한 능금이라는 과일이 있었지만 보편적으로 제사상에 올렸다는 기록은 보기 어렵다. 지금처럼 과실도 크고 달콤한 맛이 강한 사과는 구한말 시기, 캐나다와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들여온 사과들로 과수원을 개원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전까지 능금으로 유명했던 대구도 1899년 우드브릿지 존슨 박사가 사과나무를 심으면서 사과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처럼 선교사와 일본인들이 들여온 품종 위주로 꾸려지던 사과 농사는 1980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사과 교배육종이 시작된 것이다.
1980년에 원예시험장에서 시작된 교배육종은 1988년 처음으로 국내에서 교배된 ‘홍로’라는 품종으로 열매를 맺었다. 1991년에는 농촌진흥청 과수연구소 산하 대구사과연구소가 설립되면서 1992년부터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한층 박차를 가했다. 몇 번의 소속 변경이 있었지만, 사과연구소는 지금도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으로서 꾸준히 사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품종 한 가지에 약 10년을 한 주기로 잡아 개발이 진행이 되는 만큼 많은 품종이 육종되지는 못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쌓여 현재 37품종이 개발되었다.
사과
사과
지역별 특산물의 의미가 중요해지는 만큼 최근에는 지자체나 지방 거점 대학교에서 사과연구소를 개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의 사과이용 연구소, 문경농업기술센터의 사과연구소가 그 예다. 1995년 사과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되었던 경북대에서도 사과연구소를 운영하여 사과나무의 수형 연구나 폐광지 사과 재배 등에 일조하고 있다.

사과 재배와 수요 창출,
다양한 방식으로 헤쳐 나가다

사과의 재배 환경이나 시장에는 꾸준한 변화가 있었다. 기후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사과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고, 사과를 괴롭히는 병충해의 종류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에 다양한 외국 과일들이 수입되고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과의 선호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구분 1992년 2017년
겹무늬썩음병, 부란병, 갈색무늬병 탄저병, 갈색무늬병, 부란병
해충 사과응애, 점박이응애, 사과혹진딧물,
조팝나무진딧물, 복숭아심식나방, 사과굴나방,
은무늬굴나방, 잎말이나방 2종
사과응애, 점박이응애, 사과혹진딧물, 조팝나무진딧물,
사과면충,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썩덩나무노린재,
갈색나무노린재,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복숭아순나방,
복숭아순나방붙이, 복숭아심식나방, 나무좀
이러한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재배 방식의 변화다. 서양식 사과재배 초기에는 나무를 크게 키워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지금은 사과 종자를 번식시켜 만든 실생대목보다 사과나무를 작게 키우는 왜성대목에 원하는 품종을 접목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나무의 모양을 잡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나무 한 그루당 면적을 넓게 잡고 가운데의 중심 가지를 잘라내는 자연개심형 재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밀식재배에 적합한 가늘고 긴 방추형 모양의 수형이 많이 도입되었다. 나무의 생장량은 떨어지지만 나무 밑 부분까지 햇빛이 도달하기 쉬워 과실의 품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수확할 때나 가지치기를 할 때 노동력을 줄이는 데 적합한 점도 밀식재배가 늘어난 원인이다.
밀식재배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기후에 잘 맞는 대목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시작되었다. 가장 최근에 맺은 결실로 사과연구소에서 1994년 교배한 KARI3 대목을 들 수 있다. 실생대목의 30% 크기로 키울 수 있는 극왜성대목으로 사과 해충에 저항성이 있고 뿌리를 내리는 힘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그간 많이 쓰였던 영국 이스트말링 시험장의 M.9와 M.26이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뿌리를 내리는 힘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병해충 방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1992년과 2017년에 사과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해충을 분석해보면 그 변화는 확연하다.
해충의 종류도 바뀌었지만, 가짓수가 많이 늘어났다. 까다로운 것은 잔류농약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방제 기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해충을 적기에 방제할 수 있도록 살충제를 뿌리는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해충의 발생 빈도를 예측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페로몬 트랩도 그 일환이다. 노린재나 복숭아순나방과 같은 해충들이 동종의 페로몬에 끌려 트랩에 잡히는 개체 수를 분석해 방제시기를 정하는 도구로 현재 3,500여 농가에 해당 트랩이 보급되었다.
한편 딥러닝 기술, 무인 스마트팜 등의 기술 개발도 한창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기술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이 없어도 해충을 인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이다. 처음에는 정확도가 72%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정확도가 94.5% 수준까지 이르렀고, 이를 적용한 곳도 15개소에서 120개소로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2020년 7월에는 영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수압식 회전 분무기 설치를 통해 기존보다 적은 양으로 3분 만에 약제를 살포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사과나무의 병해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방제를 할 수 있는 스마트팜의 보급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시기도, 강점도 다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리 사과품종

현재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에서 교배해서 보급까지 마친 품종은 37종에 이른다. 출하 시기도 다르고 저장성이나 내병성도 각자 다르다. 과실의 크기도 다양해졌다. 추석이나 설 차례상에 잘 올라가는 품종은 여전히 색이 붉고 크기가 큰 편이다. 반면 혼자서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작은 사과품종은 급식용으로 적합하다. 여기에 수분수나 조경수로도 사용할 수 있는 꽃사과 등 새로운 품종이 등장하는 추세다.
홍로

홍로

단맛이 진한 사과로 사과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교배하고 품종 출원을 마친 사과 품종이다. 무게가 300g 내외로 착색이 잘 되면서도 크기가 큰 데다 9월 상순에 출하되기 때문에 추석용 품종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과육이 단단한 편이라 저장성이 좋다.
홍금

홍금

9월 하순에 나오는 중생종 사과로 2007년 품종 출원되었다. 후지, 홍로 등과 자가불화합인자형이 달라 수분수로도 쓸 수 있으며 해발 400m 이상에서 좋은 품질의 열매가 나온다. 장기저장성이 좋은 편이다.
피크닉

피크닉

과육이 단단해 유통하기 좋고 생리장해가 거의 없는 품종이다. 1994년 후지와 산사를 교배해 2011년도 품종을 출원했다. 소풍이나 나들이에 가져가기 좋은 중과형 과실이라는 데에서 피크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린볼

그린볼

9월 상순에 나오는 녹황색 사과 품종이다. 과실의 무게가 320g 내외로 크기 때문에 추석용으로 붉은색 사과와 함께 이색 사과로 출하가 가능하다. 붉은색 사과처럼 색을 내기 위한 잎 따기나 과일 돌리기와 같은 작업이 필요 없어 노동력 절감에도 유리하다.
썸머킹

썸머킹

1994년 후지와 골든딜리셔스를 교배해 2013년 품종 출원이 된 여름 사과 품종이다.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에 과실이 익는다. 다른 사과가 미숙과로 나올 시기에 맛이 다 든 채로 나와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든벨

골든벨

황색의 조그만 과일이 달리는 조경수 겸 수분수용 꽃사과 품종이다. 2004년 갈라와 Mo.84를 교배해 2011년 최종 선발되었다. 골든벨은 후지나 홍로 등 대부분의 재배품종과 유전자형이 달라 수분수 및 관상용으로 활용 가능하다.
팅커벨

팅커벨

2003년 홍로와 메이폴을 교배해 2012년 최종 선발되었다. 붉은색 과실이 달리는 꽃사과 품종으로 대부분의 주요 품종과 수분을 할 수 있다. 진한 붉은색 꽃이 오랫동안 달려있기 때문에 조경수로도 아름답다.
루비에스

루비에스

8월 하순에 나오는 작은 사과 품종으로 과중이 86g 내외다. 미니 사과로 유명한 알프스 오토메와 산사 품종을 교배해 만들었다. 크기가 작아 급식용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껍질째 먹어도 식감이 좋다.
아리화

아리화

2001년 홍로와 감홍을 교배해 2018년 최종 선발되었다. 8월 말부터 9월 초순에 수확 가능한 조·중생종으로 조생종 중에서도 당도와 산도가 잘 어우러진 맛을 보여준다. 아리화는 자과적과성이 있어 노동력 절감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