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는 농사부터
청년과 농촌의 연결까지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최성훈
농사를 시작해서 수익이 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정성껏 키운 청송사과를 판매하고 있는 청년연구소의 이석모 대표는 최소한 3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농업에 있어서 1년의 시간은 그리 길지도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현실화시키는 데에
오롯이 투자하는 시간으로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2017년 개업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했던 과정을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농업동아리에서
경북의 농산물 플랫폼으로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청년연구소의 태동은 이석모 대표가 경북대 농대를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청송군의 미래 대체 작물이었던 마카를 직접 생산하는 동아리를 여섯 명과 조직한 것이 현재의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동아리를 시작할 때 결과가 어떻게 되든 3년은 같이 해보자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이 청년연구소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처음은 동아리에서 경험을 쌓은 마카를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아버지가 친환경으로 지으신 사과와 같은 경북의 농산물을 유통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아버지가 사과 농사를 지으시면서 일부는 택배로 직거래를 하시고 나머지는 공판장에 경매를 하는 식으로 사과를 유통하셨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지으신 사과를 온라인으로 판매해 보니 공판장에서는 5천만 원 정도 받게 될 사과가 온라인 판매 두 달 만에 2배 넘는 매출을 올렸어요. 그때 고객들에게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이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모두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농민이 힘들게 농사 지은 농산물이 제 값을 받아야 농업이 유지된다는 생각이 회사의 규모를 키운 원동력이었다. 이석모 대표와 아버지가 수확한 농산물로만 직거래를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자라난 청송의 농촌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친환경적으로 재배를 짓는 농가를 신중하게 골라 회원 농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 사과를 인터넷으로 잘 팔다 보니 부모님께서는 다른 농가의 사과를 수매해서 온라인으로 팔아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셨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단순한 장사꾼에 지나지 않잖아요. 그래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정직하고 품질 좋은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들과 협력하겠다는 기준을 세웠어요.”
그가 세운 기준은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과실을 인위적으로 비대하게 만들거나 색을 입히지 않는 농가들이었다. 풀은 베어 썩힌 뒤 다시 퇴비로 쓰면서 땅을 살리고, 작물의 외관보다 맛을 살리는 농가들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렵게 한 농가를 찾아낸 것을 물꼬 삼아 소수의 농가를 찾아낸 것도 벌써 몇 년 전이다. 지금은 회원 농가들의 수매가를 최대한 높게 사주는 곳으로 소문이 난 청년연구소는 사과 품질에 자신이 있는 농가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동아리를 시작할 때 결과가 어떻게 되든
3년은 같이 해보자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이 청년연구소의 성장으로이어졌다.

질 좋은 과실에 걸맞은 마케팅,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다

이석모 대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한 문장으로 하면 ‘대한민국에 부족한 농산물은 없다’로 표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농업과학기술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2015년에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한 농업과학기술 수준 평가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농축산물 고품질 안정 생산기술은 최고국 대비 90.5%에 달할 정도로 발달했다. 아쉬운 것은 농산물 생산이 어렵지 않다 보니 농산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연구소
사과
“농산물의 생산 기술은 발전하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항상 능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실 생산량은 많은데 소비는 부족하기 때문에 값이 더 낮게 책정되는 점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먹거리의 안전과 맛이라는 질적인 부분을 끌어올리는 거예요. 회원 농가의 기준도 이 원칙을 지켜주실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회사를 키울 수 있던 거고요.
생산 측면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면 마케팅에서는 청년연구소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 의지가 가장 먼저 발휘된 것은 작명 부분이었다. 청송의 특산물인 사과 중에서도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사과 농가에서 생산된 사과들은 유난히 당도가 높다. 보통 부사 품종의 당도가 13Brix 정도지만 청년연구소 회원농가들의 사과는 15Brix 이상의 당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안에 꿀이 박힌 사과도 많다는 점을 강조해 이름을 ‘껍질째 온 거로 먹는 청송꿀땡이사과’로 지었다. 이렇게 달콤함이 연상되는 사과를 네이버 라이브 TV로 수확하는 모습을 방송했던 것도 청년연구소를 알리는 데 한 몫 했다. 또한 전국 사과 농가 중에서 최초로 종이만 이용한 포장을 구현하면서 배출된 뒤에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부분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친환경으로 어디 가서든 자랑할 수 있는 사과를 생산했는데, 여기서 배출된 포장재로 환경을 파괴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난좌를 만드는 회사와 연계해서 내부 포장을 하고 있죠. 외부 박스도 종이에 콩기름으로 인쇄해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었어요. 사과 생산 농가 중에서는 국내 최초로 모두 종이로만 포장하는 곳이라 친환경 크라프트지를 사용하는 등 신경도 많이 썼어요.”

생산 측면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면
마케팅에서는 청년 연구소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사람과 농촌을
이어주는 회사가 될 때까지

아버지가 사과농사를 지으셨고 한국생명과학고를 나와 경북대 농대를 나온 이력이 있는 이석모 대표는 어릴 적부터 항상 농사와 함께 해왔다. 농사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신념이 있었지만 직접 사업을 하는 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초기 자본이 부족한 것은 유통의 한계를 느낄 때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어려움이었다. 이를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온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었다.
“처음 청송군의 친환경 사과를 팔아보려고 생각했을 때 어려운 점은 원물을 선금 없이 수급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2017년에 설립한 회사를 농가들이 선금도 없이 믿는 건 쉽지 않죠. 다만 온라인 판매 특성상 판매와 동시에 정산이 빠르게 이루어지거든요. 그런 만큼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게 가능했던 시스템이라 농가와 긍정적인 합의를 할 수 있었어요.”
2019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한층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기반도 생겼다. 현재 청년연구소가 장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청년 유입을 통한 농촌 청년마을 조성이다.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 약 1년 반 정도인데 또래 청년이 마을에 별로 없어 농촌이 오래도록 활성화되지 않는다는데 시선이 미친 것이다. 굳이 청년연구소에 입사하지 않아도 마을에서 각자의 농촌 생활을 하며 일상을 재미있게 가꿔나가고 싶다는 이석모 대표의 희망이 반영된 목표기도 하다.
“저희 회사에서도 주 입사 연령대가 20~30대에 걸쳐있지만 모든 직원의 목표가 청년연구소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귀농을 꿈꾸면서 농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습득하는 직원도 있지만, 귀촌에 관심 있는 수도권의 청년들이 농촌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내려온 경우도 있죠. 청년연구소에서 일을 하면서 농업의 꿈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요. 중요한 것은 농촌에서 이루고 싶은 모습은 다 달라도 함께 즐거운 장을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도 20~30대의 청년이 농촌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직 드문 그림이다. 그러나 농촌의 오래 가는 활성화에 청년들이 큰 힘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농촌에 아예 정착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은 또 다른 구심점이 되어 새로운 청년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청년연구소가 즐기면서 하는 농업과 농촌 생활이라는 흔치 않은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연구소
주소 :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783
연락처 : 010-2923-1138
홈페이지 : https://youthlab.imweb.me/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