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령 대표가 산청으로 귀농을 하게 된 데는 이모님에게 받은 영향이 크다. 산청에서 15,000평 넓이에 감 농사를 지으시던 이모부가 돌아가시면서 이모님 홀로 감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것이 첫 걸음이었다. 형제들과의 논의 끝에 함께 산청으로 귀농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시작한 것이 알천농원이다. 감 농사가 가을에만 수익이 있는 만큼 이와 별개로 장류와 식초 등을 담가 꾸준한 수익을 올려보고자 가족기업을 세운 것이다.
“원래는 알천농원에서 장류며 식초며 담그곤 했어요. 그런데 장아찌 종류를 만드는 발효정원을 세우고 나니 여기에서도 장류나 식초를 담그는 것이 꼭 필요해진 거예요. 판매 품목이 겹치기 때문에 여러 모로 고민을 했어요. 나중에는 알천농원에서는 학교 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식으로, 발효정원에서는 여러 발효 장류와 장아찌 등을 판매하는 식으로 정리가 되었죠.”
이혜령 대표가 이렇게 발효정원을 세우게 된 데에는 그의 요리솜씨와 밝은 눈이 한몫했다. 본래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 선생에게 요리를 배울 정도로 요리에 관심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농토에서 지천으로 발견되는 약초를 보았을 때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당귀, 취나물, 민들레 등 다양한 풀을 채취해 장아찌로 만들어두었다가 지인들이 왔을 때 장아찌들을 반찬으로 내놓으니 반응도 좋았다.
“2008년에 남편이 명예퇴직한 뒤 산청에 아예 집을 짓고 귀농했어요. 지인들이 한 명, 두 명 놀러오면 밥을 차려주니 다들 판매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밖에 있는 장항아리들도 참 토속적이고 장식으로 괜찮다고요. 체험장을 만들거나 장아찌류를 담그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용기를 냈죠. 그래서 약초들이 피우는 꽃도 아름답지만 우리 모두 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하며 인생을 꽃피우고 발효도 꽃피우자는 의미로 지리산이혜령발효정원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지천에 있는 약초들이었지만 정작 농부들은 농사에 바빠 이를 캐고 손질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운이 좋기도 했다. 번듯한 농토도 있고, 형제들이 함께 귀농한 만큼 재미있게 농사를 지으며 소통할 사람들도 주변에 있었다. 기반이 탄탄한 만큼 돈벌이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만들어 전파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장아찌가 산청 약초축제와 약초 엑스포 등 지역행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그녀의 사업도 궤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