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밀감 재배 초창기 귤은 귀한 과실 중 하나였다. 아무나 먹을 수 없으며 구입하기도 어려웠고,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는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다 하여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만 하면 좋은 가격을 받던 감귤은 재배면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과잉생산으로 이어져 가격이 폭락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품종 개발이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배법이 적용되고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맛이 좋은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 햇빛을 최대한 이용하고 빗물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토양멀칭재배가 도입되었고, 비닐하우스 가온재배법이 개발되어 우리는 사시사철 맛있는 귤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품종도 온주밀감 위주에서 한라봉, 레드향, 레몬과 같은 품종으로 다변화됐다. 특히 껍질 벗기기 쉬운 온주밀감과 향이 좋은 오렌지를 교배하여 향이 있고 당도가 높은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품종들을 만감류라고 한다. 오렌지는 추위에 약한 품종인데 오렌지 혈통을 갖고 있는 만감류들은 대부분 하우스에서 재배된다. 어쨌든 그 덕택에 우리는 한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맛있는 한라봉, 레드향과 같은 감귤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품종들이 일본에서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종자전쟁이라하여 심심찮게 뉴스가 나온다. 우리 기후와 토질에 맞는 경쟁력 있는 고유의 품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칠맛 나는 온주온주밀감 하례조생, 향이 있고 독특한 맛이 있는 미니향, 우수한 식감이 돋보이는 윈터프린스 등 몇 가지 품종은 그 자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농가에 보급되어 정착되었거나, 농가의 많은 관심 속에 보급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품종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 외 세계의 품종과 경쟁하더라도 충분히 우위에 설 수 있는 많은 품종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맛있는 감귤 품종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감귤이 몸에 좋은 것은 예로부터 잘 알려져 있다. 이미 감귤은 진피, 귤피, 지실, 귤핵, 청피 등으로 불리며 한방에서는 소화기능 증가, 가래억제, 식욕부진 그리고 동맥경화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현대에 들어 기능성 성분 분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감귤에 함유되어 있던 기능성 성분들이 밝혀지고 있다. 감귤은 각종 비타민, 무기염류, 식이섬유 등과 함께 항산화, 항암, 항염증 효과가 있는 플라보노이드와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베타크립토잔틴이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감귤의 기능성 성분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제품이 개발·보급되고 있다. 이전의 단순한 농축액을 이용한 주스 생산을 넘어 현재는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감귤와인 그리고 미생물을 이용한 감귤바이오겔 생산기술 개발로 의료분야까지, 우리 감귤의 무한한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감귤연구소는 앞으로 국민의 건강과 맛을 챙겨주는 감귤의 무한한 진화를 약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