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 품종의 시대를
열어나가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현재욱 소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이제형
겨울이 다가오면 제주도의 감귤 농가에서는 손이 절로 바빠진다.
그간 정성껏 키운 감귤을 하루 빨리 수확해서 출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귤농장들의 수확 시기가 비슷해 감귤이 과다 출하되면서 가격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 해결과 감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는
다양한 감귤 품종 및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의 현재욱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맛과 향이 뛰어난
우리 품종 개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현재욱 소장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감귤연구소는 지난 1991년 11월 15일 제주감귤연구소로 설립된 이래 감귤산업의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업무를 추진해 왔다. 그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품종 육성 분야다. 1992년 주심배 실생, 1994년 교배육종을 실시한 이래로 현재 24개의 우리 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대부분의 감귤은 온주밀감이라는 일본 품종입니다. 한라봉, 황금향 등 만감류도 일본에서 육성된 품종을 도입한 경우가 많아요. 우리 토양과 기후에 적합하고, 뛰어난 맛과 향을 지닌 품종을 육성·보급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지요.”
이렇게 개발된 우리 품종 중 대표적인 것이 하례조생, 윈터프린스, 미니향 등이다. 하례조생은 온주밀감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당도가 더 높고 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보급 초반에는 과실크기가 커서 농가들 호응을 얻는 게 힘들었지만, 2~3년 전부터는 온주밀감보다 확실한 차별성을 가진 것이 알려지면서 농가들이 관심을 갖는 추세다.
“하례조생은 당이 높고 산 함량이 조금 낮습니다. 올해 시설에서 재배되는 하례조생과 온주밀감 품종인 궁천조생을 우연하게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요. 확실히 하례조생이 1°Bx 정도 당도가 높고, 색이 빨리 착색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색이 빨리 든다는 건 그만큼 수확이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재배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류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하례조생을 재배하면 경제적으로도 유리하지요. 온주밀감과 출하시기가 겹치지 않아 가격도 20~30% 정도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하례조생은 토양멀칭재배를 추천하는 품종이다. 감귤나무에 빗물을 차단하고 약 2개월가량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수분스트레스로 인해 감귤의 당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이후 3~5일 간격으로 3~5mm씩 소량으로 물을 주면 당이 높아지고 산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윈터프린스는 ‘겨울의 왕자’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12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나오는 품종 중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윈터프린스는 12월 초에 수확해 1월까지 유통할 수 있는 만감류입니다. 올해 초에 온라인마트에서 시범 판매를 했는데, 고객 분이 후기를 남긴 것 중에 ‘와이셔츠를 입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이 있었어요. 한라봉이나 천혜향을 껍질을 까기가 어렵고 손에 과즙이 묻는데 윈터프린스는 크기가 크면서도 껍질을 벗기기가 쉽습니다. 앞으로 레드향이 본격 유통되는 1월 하순까지는 윈터프린스가 많은 부분 점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기가 작지만 맛과 향이 뛰어난 미니향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품종으로 농가에도 소규모 재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맛과 향, 그리고 숙기가 다양한 우리 품종을 개발함으로써 점차 시장의 다변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죠.”

감귤 품종 육성에는 10년,
보급은 그 이상 걸려

감귤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우리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감귤은 빠른 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통 품종 개발을 위해선 교배를 한 후 열매에 씨가 생기면 파종을 한다. 그리고 새싹이 돋고 열매가 맺히면 평가를 진행한다. 그런데 새싹이 나고 열매가 생길 때까지 무려 7~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유년성을 갖고 있는 감귤의 특징 때문이다.
“따라서 과실특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묘목을 만들어서 다시 키우고, 지역별로 시범 재배와 품질테스트를 한 후 최종 농가단위 실증을 해야 보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15~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연구소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부분이라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이와 함께 우리 품종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농가에서는 새로운 품종을 심으면 5년 정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면 판매가 가능할지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유통업자의 입장에서도 초기물량이 있어야 판촉을 하는데, 새로운 품종의 경우 수확량이 많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뛰어난 우리 품종을 개발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확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5월 감귤연구단을 출범했습니다. 감귤연구단은 품종 개발부터 보급, 유통까지 아우르는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인데요. 현재 감귤농업에서 우리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인데, 2029년에는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윈터프린스를 보급하기 위해 대규모로 묘목을 육성하려고 합니다. 아마 내년에는 30ha에서 많게는 50ha까지 재배가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감귤연구소와 감귤연구단은 감귤농가의 노동력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아직도 감귤농가에서는 사람이 직접 농약을 치고 있다. 모든 농업이 힘들지만 감귤은 배나 사과보다 노동 강도가 2배는 더 높다. 한 여름에도 방제복을 입고 농약을 치고, 수확철에는 감귤 하나하나를 직접 손으로 따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기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방제기술 개발이나 병행충이 발생하기 전 이를 자동 예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그 일환입니다.”

감귤산업 활성화 위해
함께 노력해야

현재 감귤은 매년 과잉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확철인 1~2월에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거나 농가에서는 남은 감귤을 그대로 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소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섭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귤연구소에서는 감귤의 기능성 성분을 밝혀내 화장품과 건강보조제, 가공식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감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에서 건강에 좋은 식품 20개를 선정했는데 그중 감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비만에 효과적인 식품에도 감귤이 선정되었지요. 감귤연구소에서는 감귤의 항비만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이 거의 끝난 상태이고, 내년에는 이러한 기능성 성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풋귤의 바이오겔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은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듯 감귤연구소는 다양한 우리 품종 개발, 디지털 팜 재배 기술개발, 기능성 연구라는 세 개의 축으로 감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감귤산업의 성장은 감귤연구소만의 노력으로만 이루질 수는 없다. 가장 먼저 감귤농가들의 인식 변화와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감귤농가에서는 우선 맛있는 감귤을 생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감귤을 적기에 수확하는 일입니다. 품종마다 적절한 수확시기가 있고 완숙된 감귤이 맛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순간의 이익만 생각해 무리하게 가온한 감귤을 출하하면 결국 돌아오는 건 소비자의 외면입니다. 한라봉의 경우도 이러한 문제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적인 감귤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직하게 좋은 감귤을 소비자들에게 전하셨으면 합니다.”
감귤농가들이 미숙과를 조기에 출하하는 이유에는 감귤 과다출하로 인한 가격 하락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욱 소장은 더욱 다양한 우리 품종을 개발·보급하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다양한 맛을 가진 품종, 그리고 숙기가 다른 품종을 1년 내내 출하하면 다양한 감귤을 즐기기 위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품질 좋은 감귤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감귤연구소와 농업인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감귤을 드실 수 있도록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비자 분들도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감귤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현재욱 소장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감귤을 드실 수 있도록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