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우리 감귤을
더 맛있게 키워내다

푸른농장 강창민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이제형
제주도의 풍경이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농부들이 한 해 동안 정성껏 키운 감귤을 맛볼 시기가 찾아왔다는 뜻이다.
겨울철에는 감귤을 흔하게 접할 수 있고, 항상 비슷한 맛과 향을 지녀 특별한 과일로 여겨지진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맛과 향을 가진 감귤도 있다. 하례조생, 미니향 등
우리 품종을 도입해 고품질의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푸른농장 강창민 대표를 만나봤다.

더 맛있는 우리 품종을 도입하다

푸른농장 강창민 대표
강창민 대표가 푸른농장을 경영하게 된 것은 2002년, 40년간 감귤을 재배해온 아버지에게 감귤농장을 물려받은 것이 그 시작이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경험에 의지해 함께 감귤 농사를 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와 자신이 농업에서는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감귤품종부터 재배방식까지 서로의 차이를 느끼곤 했다. 이후 강창민 대표가 혼자 힘으로 감귤을 재배하기로 결심하면서 농장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가장 먼저 변화된 것은 품종이었다. 강창민 대표는 온주밀감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대부분의 감귤농장에서 온주밀감을 재배하면서 수확기인 1~2월에 물량이 한 번에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맛이나 향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없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기상변화에 따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온주밀감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이 주산지였는데, 강우량이 많고 기습폭우도 자주 발생해서 고품질 감귤을 만들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감귤나무가 수분을 과다하게 흡수하면 당도가 많이 떨어지거든요. 여러 해 농사를 짓다보니 이러한 문제를 더 빨리 체감할 수 있었고, 온주밀감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습니다.”
마침 온주밀감 나무들이 40년생이 되어 교체해야 할 상황이었다. 가온재배를 하면서 수세가 떨어지고 고사하는 경우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워낙 크게 자라 이를 대체할 나무를 구하기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했던 강창민 대표는 감귤연구소를 찾아갔다.
“감귤연구소에서 ‘하례조생’을 추천 받았습니다. 하례조생은 특별한 향이 있고, 수확 후 산도가 감소하는 속도가 빨라서 고객 분들이 받아볼 땐 당도가 더 높아지는 장점이 있었어요. 온주밀감보다 훨씬 과즙도 풍부하고 맛이 뛰어났지요. 출하시기도 11월이라 온주밀감보다 2개월 정도 빠른 것도 농장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었습니다. 당시 하례조생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지 않다는 것도 저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강창민 대표는 2014년부터 3년생 묘목을 들여와 하례조생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주밀감과 하례조생을 반씩 재배했다. 하례조생을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 온주밀감으로 매출을 일정 부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두 개의 품종을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하례조생이 훨씬 뛰어난 맛을 지녔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게 과도기를 거쳐서 온주밀감을 전부 하례조생으로 교체하게 됐다.
“하례조생은 크기가 큰 품종이지만 당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일반적으로 감귤은 크기가 크면 싱겁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하례조생은 크기와 상관없이 당도가 높아 과즙을 풍부하게 느끼고 싶은 분들이 맛보면 좋은 품종이에요. 또한 감귤연구소에서 개발한 미니향도 함께 재배하고 있습니다. 미니향은 골프공보다 작은 크기지만 달콤한 맛과 향을 지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품종이에요. 큰 감귤을 먹기엔 부담스러운 여성이나 아이들이 디저트용으로 하나 정도 맛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품종이지요.”

재배방식 변화로 유류비 부담
감소

푸른농장 강창민 대표
강창민 대표는 재배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감귤은 노지재배를 할 경우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수분 과다로 당도가 낮아지고 신맛만 강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직포 같은 재질의 타이벡을 이용한 피복 재배를 시도했다. 감귤나무가 심어진 땅에 타이벡을 덮어 비가 내려도 타이벡 위에 고일 뿐 땅으로 흡수되지 않는 효과가 있었다. 지금은 타이벡 감귤이 흔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감귤농장에서 시도하지 않는 재배방식이었다.
“타이벡을 설치하니 비가 많이 내려도 감귤의 당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타이벡을 다시 걷어내는 작업이 힘들고, 평지 같은 경우엔 빗물이 고였을 때 이를 치우는 것도 큰일이더라고요. 그래서 타이벡 양 끝에 봉을 설치해서 쉽게 감고 풀 수 있도록 만들고,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갈 수 있도록 이랑을 높게 올렸지요.”
또 하나의 문제는 시설재배를 하면서 발생하는 유류비였다. 시설재배는 겨울철에 계속 난방을 하며 재배한 감귤을 6월에 출하하는데, 유류비만 해도 매출액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농장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이에 시설재배를 노지 비가림재배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노지에서 비가림재배를 하면 시설재배보다 감귤의 당도가 떨어지지 않는지 우려를 많이 하세요. 하지만 노지에서 재배된 감귤과 하우스에서 재배한 감귤은 당도로만 비교할 수 없어요. 노지에서만 만들어지는 특별한 맛과 향이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감귤연구소에서 꾸준히 교육을 받았고,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 있어서 올해는 더 맛있는 감귤을 수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와 함께 강창민 대표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와 협업해 미니향 화분재배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화분으로 재배하고 내년에는 수형을 만들어 컨벤션센터나 호텔과 같은 곳에 관상용으로 납품할 계획이다.
“홍콩이나 동남아에서는 감귤나무를 화분으로 행사장에 비치해 놓더라고요. 우리 품종인 미니향도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품종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창출하는 일이라 즐거우면서도 책임감을 갖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면 판로
개척 가능

제주도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일본 품종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관행농법으로 인해 일본 품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판로를 개척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본 품종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품종을 변경하면 열매가 맺힐 때까지 4~5년 동안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로운 품종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다. 강창민 대표가 우리 품종 비율을 차츰 높여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품종을 변경하면 그동안 발생했던 수익이 거의 사라집니다. 온주밀감을 재배할 땐 한 해 1억 5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했었어요. 그런데 품종을 변경하면서 수익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가 최근 들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품종을 변경하는 일은 당장의 소득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다른 감귤농장에 우리 품종으로 바꾸라는 말을 쉽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면 감귤농장에서 걱정하는 판로개척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푸른농장 강창민 대표
강창민 대표는 고급화 전략으로 하례조생과 미니향을 납품하고 있다. 하례조생은 프리미엄 마켓에 납품되고 있으며, 고품질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가와 직접 연계하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푸른농장은 감귤연구소의 미니향 시범재배지로 선정되어 고품질 미니향을 재배하기 위한 농법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덕분에 푸른농장에서 재배되는 미니향의 맛과 향은 이미 보장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니향 유통에 관심이 있는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푸른농장을 찾아오는 이유다. 이렇듯 강창민 대표는 우리 품종을 선제적으로 재배하면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진 다양한 우리 품종들을 재배해보고 싶습니다. 윈터프린스에도 관심을 갖고 있고요. 다만 아직 저희 농장을 비롯해 소수의 농장들이 우리 품종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수확량으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는 어려워요. 앞으로 우리 품종이 더욱 확대되어 소비자들이 맛을 보고 우리 품종을 인정해준다면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감귤에서 벗어나 우리 품종을 맛보실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강창민 대표는 청년농업인들의 멘토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감귤농사를 지어온 농업인들이 일본 품종을 선호했다면, 요즘 청년농업인들은 우리 품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품종이 가진 여러 장점들이 시장에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직 감귤농업에서 우리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우리 품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소중하게 키우려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감귤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귤

우리 품종이 가진 여러 장점들이
시장에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푸른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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