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배우고 만들어낸
이름을 건 맛

선심전통식품정선심 대표

글 ㅣ 김희정사진 ㅣ 최성훈
선심전통식품의 정선심 대표는 여수 전통요리를 근 30년간 해왔던 달인이다.
시제 음식부터 이바지, 폐백 등을 치르는 데에 그녀의 손맛을 발휘한 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규모를 크게 늘리는 데 신경 쓴 것이 아니라 가게도 조촐하니 작게 유지하지만, 직접 만드는 요리로 꾸준한 단골을 유지하고 있다.
여수시 우리음식연구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전통적인 맛을 보급하는데 열심인 정선심 대표를 만나보았다.

집에서 시작한 요리,
입소문으로 사업까지

정선심 대표가 요리를 하면서 처음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던 아이템은 한과다. 결혼해서 아이를 양육하고, 몸이 아픈 남편을 돌보면서 멀리 나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요리로 한과를 시작했던 것이다. 전통음식이나 향토음식 관련 교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를 업고서라도 참가할 정도로 배움에 열심이기도 했다. 그렇게 소규모 가내수공업이었지만 입소문으로 꾸준히 주문을 받길 10여 년, 아파트 상가에 가게를 차리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제 이야기를 들었는지 조그맣게 설비를 할 수 있는 비용을 보조해 주셨어요. 바깥 활동을 대대적으로 할 처지는 아닌 터라 당시 살던 아파트 상가에 조그맣게 ‘선심한과’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냈지요.”
선심전통식품정선심
선심전통식품정선심
번듯하게 가게를 냈지만 요리를 워낙 좋아했기에 시간만 나면 요리 교육을 다녔다. 성격상 어떤 음식을 어설프게 안 채로는 남에게 내놓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집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보니 산자면 산자, 유과면 유과대로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맛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새롭게 구성해낸 조리법을 꾸준히 향상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여성 농업인 대상 요리 교육을 받으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이해도를 꾸준히 높여나갔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여성농업인 생활대학에서 농산물가공반을 전공했어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선별법부터 가공법, 조리법까지 익힐 수 있었지요. 우리음식연구회에 가입한 것도 그때쯤이었어요. 여수는 다른 곳에 비해 특징적인 산물이 많이 나는 곳인데, 이를 활용한 요리들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을 접할 수 있었죠. 서대를 이용한 요리나 문어를 이용해 천연조미료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한 장소에서 꾸준히 한길을 걷다 보니 알아주는 사람도 늘어났다. 아파트에서 시장 근처의 상가로 옮겨 1층을 가게, 2층을 살림집으로 꾸밀 수 있을 정도로 장사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한과를 전문으로 하던 ‘선심한과’라는 이름을 접고 선심전통식품이라는 간판을 새로 단 것이었다. 시대상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설이나 추석, 이바지 음식 때 쓰이는 것을 제외하면 한과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가게를 넓게 옮기면서 한과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여수의 명물인 갓김치, 간장게장 등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선심전통식품정선심

자신의 손맛을 이어받아 할 사람이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정선심 대표의 천성 덕분이다.

먹을거리도,
레시피도 널리 나누되
재료는 꼼꼼하게

선심전통식품정선심
정선심 대표의 하루는 가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거래처에서 들여온 재료를 손질하고 다듬는 것에서 시작한다. 꾸준히 나가는 상품인 간장게장이나 전복장, 새우장을 담그기 위해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손질해 간장에 팔팔 끓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양파와 마늘, 생강, 표고버섯, 배와 통고추, 청주는 맛간장에 쓰이는 필수 재료다. 그 외에도 제철 작물이 나왔을 때는 이를 사들여 다양한 저장식품을 만든다. 단골 손님들에게 조금씩 덤으로 드리는 편강은 향기 좋은 햇생강을 저며 달콤하게 조려내 만든다. 자칫하면 타거나 눌어붙을 수 있어 팔라는 사람도 많지만 소량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만들곤 한다.
다만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맛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판매량은 한결같다. 여수선심게장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지만, 인터넷 카탈로그 같은 형식이라 주문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보고 전화나 문자로 주문을 넣은 뒤 무통장입금을 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거든요. 지금도 요리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은 저와 남편, 그리고 직원 한 명밖에 없어요. 원체 크게 할 생각도 없었지만, 크게 해서 이름을 알리려면 많이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여러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만큼 맛을 지키는 것이 힘들어져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오래도록 찾아주신 단골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특히 뿌듯하게 여기는 것은 이런 단체교육 때 정선심 대표를 기억하고 다시 불러주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어딜 가서 교육을 하든 자신 있지만, 남들이 맛있다고 한 말이 피드백으로 돌아가서 다시 맡겨주는 것이라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그녀의 음식을 택배로 주문하고, 덕분에 한 끼, 한 끼를 맛있게 먹는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도 피곤이 녹는 듯하다. 재료 하나라도 거래처를 정해놓고 품질 좋은 지역 농산물을 가져다 쓴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도 대파 농사를 지어봐서 아는 거지만, 농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특히 갓김치 같은 경우에는 그런 특성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요리 중 하나에요. 갓 농사를 지을 때도, 물을 많이 주느냐, 제한해서 주느냐에 따라 갓의 무른 정도가 달라져요. 시장에 출하할 때는 물을 풍족하다 싶을 정도로 준 갓이 보기에도 좋죠. 하지만 김치로 담갔을 때 마지막까지 아삭아삭한 맛이 살아있는 것은 물을 제한해서 키운 갓이에요. 그게 진짜 갓김치지요. 다행히 매출이 소규모지만 꾸준하게 나오는 덕분에 거래처에도 제가 원하는 농산물을 꾸준히 수급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해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요리 과정을 그녀가 도맡아 하지만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활동하는 우리음식연구회에서 회원들에게 강사 활동을 연계해 주는 일에 열심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일을 갖고 싶다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심전통식품정선심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다면 돈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돈을 벌려고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날 수 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작게 기회를 만들어볼 수 있고,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도 즐거운 과정이거든요. 저도 처음에 한과를 만들 때 그랬어요. 거실이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되어도 좋으니까 힘든 줄 몰랐죠. 대신 작게 해도 알차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반찬가게 같은 경우는 한 가지만 맛있어도 손님들은 다른 반찬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오늘도 정선심 대표는 국내산 야채들을 모아 맛간장을 끓여내고 갓김치를 담그기 위해 양념을 무친다. 국내산 재료로 음식을 정직하고 정성껏 만들어내는 과정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전통의 맛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녀를 지금까지 있을 수 있게 한 자부심이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중심을 잡아 발전해 나가는 일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여성 창업자들이 반드시 가져야할 자세 중 하나일 것이다.
선심전통식품
주소 : 전라남도 여수시 서교7길 6
연락처 : 061-643-8789 / 010-5613-2389
홈페이지 : https://yssunsi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