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심 대표의 하루는 가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거래처에서 들여온 재료를 손질하고 다듬는 것에서 시작한다. 꾸준히 나가는 상품인 간장게장이나 전복장, 새우장을 담그기 위해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손질해 간장에 팔팔 끓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양파와 마늘, 생강, 표고버섯, 배와 통고추, 청주는 맛간장에 쓰이는 필수 재료다. 그 외에도 제철 작물이 나왔을 때는 이를 사들여 다양한 저장식품을 만든다. 단골 손님들에게 조금씩 덤으로 드리는 편강은 향기 좋은 햇생강을 저며 달콤하게 조려내 만든다. 자칫하면 타거나 눌어붙을 수 있어 팔라는 사람도 많지만 소량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만들곤 한다.
다만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맛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판매량은 한결같다. 여수선심게장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지만, 인터넷 카탈로그 같은 형식이라 주문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보고 전화나 문자로 주문을 넣은 뒤 무통장입금을 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거든요. 지금도 요리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은 저와 남편, 그리고 직원 한 명밖에 없어요. 원체 크게 할 생각도 없었지만, 크게 해서 이름을 알리려면 많이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여러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만큼 맛을 지키는 것이 힘들어져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오래도록 찾아주신 단골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특히 뿌듯하게 여기는 것은 이런 단체교육 때 정선심 대표를 기억하고 다시 불러주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어딜 가서 교육을 하든 자신 있지만, 남들이 맛있다고 한 말이 피드백으로 돌아가서 다시 맡겨주는 것이라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그녀의 음식을 택배로 주문하고, 덕분에 한 끼, 한 끼를 맛있게 먹는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도 피곤이 녹는 듯하다. 재료 하나라도 거래처를 정해놓고 품질 좋은 지역 농산물을 가져다 쓴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도 대파 농사를 지어봐서 아는 거지만, 농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특히 갓김치 같은 경우에는 그런 특성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요리 중 하나에요. 갓 농사를 지을 때도, 물을 많이 주느냐, 제한해서 주느냐에 따라 갓의 무른 정도가 달라져요. 시장에 출하할 때는 물을 풍족하다 싶을 정도로 준 갓이 보기에도 좋죠. 하지만 김치로 담갔을 때 마지막까지 아삭아삭한 맛이 살아있는 것은 물을 제한해서 키운 갓이에요. 그게 진짜 갓김치지요. 다행히 매출이 소규모지만 꾸준하게 나오는 덕분에 거래처에도 제가 원하는 농산물을 꾸준히 수급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