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본부는 화학공정연구본부, 화학소재연구본부,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 화학플랫폼연구본부로 나누어진다. 그중에서도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가 속한 본부는 의약바이오연구본부다.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는 국내 유일의 친환경신물질 작물보호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센터로 신규 작물보호제 개발, 국민생활문제 해결형 R&D, 저독성 고기능 대체제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의 모태는 한국에 1987년 물질특허가 도입된 뒤 국내 순수기술에 의한 국산 신농약 개발을 기치로 설립된 ‘농약활성연구실’이에요. 지금은 국내 유일의 친환경 신물질 작물보호제 원천기술 개발 연구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물 보호 기능은 높으면서도 저독성 및 환경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친환경 작물보호제 소재발굴 및 기술개발이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의 주요 연구분야에요.”
독성이 적으면서도 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합성 작물보호제가 첫 번째로는 환경에, 더 나아가서는 인체에도 장기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성분 개발의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다. 꾸준한 연구에 힘입어 합성 작물보호제의 큰 장점이었던 효율성도 점차 따라잡는 추세다.
“바이오 제초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고 생태계에 안전할 가능성이 커요. 천연물질 기반의 소재인 만큼 자연 생태계에서 미생물 등에 의한 분해가 쉽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을 미치는 것을 줄일 수도 있고요.”
제초제가 환경과 인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로 살충제이자 제초제로 쓰였던 DDT가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1971년 농약 허가가 취소되었지만, 토양 잔류성이 높다는 사실이 2017년 유기농 계란 DDT 검출로 다시 한 번 알려지게 되었다, 38년 전 과수원이었던 땅에 뿌려졌던 DDT가 그 흙을 쪼고 다녔던 닭에 흡수되어 달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DDT가 무서운 이유는 반감기가 오래 간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DDT는 지방에 잘 녹기 때문에 체내에 들어오면 외부로 배출하기가 쉽지 않고 몸 안에 오랫동안 남아있게 된다. 문제는 인체가 DDT에 오랜 기간 노출되었을 때는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암을 비롯해 뇌종양,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반면 DDT의 살포 목적이었던 해충과 잡초들은 세대교체가 빠르다 보니 DDT에 내성이 생긴 잡초와 해충은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기합성 작물보호제를 뛰어넘는 친환경적인 작물보호제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해외에서 수확 직전 뿌리는 제초제로 자주 쓰이는 글리포세이트 같은 경우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발암 물질 2A 등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학교 운동장의 관리인이었던 드웨인 존슨의 암 발생이 글리포세이트를 주원료로 한 몬산토의 제초제와 연관성이 인정된다며 2억 8,9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어요. 2020년 판결이 난 항소심에서 배상액이 2,040만 달러로 줄어들긴 했지요. 하지만 현재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제초제가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