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셰프에서
청년농업인으로의 변신, 건강하고 맛있는
배즙을 만들어내다

도담농원 지은정·양인동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전예영
경기도 남양주시는 먹골배가 특산물로 유명하다.
사질양토로 배수가 양호하고 수확기에는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고 과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남양주 별내동에 위치한 도담농원은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던 귀한 먹골배로 배즙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귀농 5년차인 청년농부 지은정, 양인동 대표를 만나봤다.

귀농 5년차가 된
부부 청년농업인

도담농원 지은정·양인동 대표
귀농한지 어느덧 5년차를 맞은 지은정, 양인동 대표의 원래 직업은 호텔 셰프였다. 서울 유명호텔에서 함께 일하던 두 사람은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이어갔다. 조금씩 지치고 몸이 힘들 때쯤 양인동 대표가 먼저 귀농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이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예전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흙을 만지며 사는 삶을 꿈꿔왔죠. 귀농을 하자고 저를 계속 설득했는데 전 그때만 해도 자신이 없었어요. 아이들도 있으니 삶의 터전을 아예 옮기는 것도 망설여졌고요. 결국 남편이 먼저 귀농을 해서 경험해 보기로 했죠.”
그렇게 양인동 대표가 먼저 남양주 별내동으로 귀농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루베리 농사와 애완용으로 기르기 시작한 식용달팽이로 체험농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시행착오도 잇따랐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식용달팽이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저 혼자 귀농해서 시작한 일인데 농업에는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니 힘든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당시 식용달팽이로 체험농장을 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서 꽤 입소문을 탔었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체험을 위해 많이 왔었어요. 그래도 달팽이를 키운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다른 방향을 찾기로 결심했지요.”
그렇게 식용달팽이농장을 정리할 때쯤 지은정 대표도 귀농을 결심했다. 그동안 양인동 대표가 열심히 해온 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휴일을 이용해 돕기도 하면서 귀농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쉬운 결심은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에서도 귀농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귀농을 한 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어요. 겨울에 아이들은 비닐포대를 갖고 눈썰매를 타고 놀아요.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농업을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는 훨씬 마음이 여유로워졌어요. 귀농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는
훨씬 마음이 여유로워졌어요.
귀농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지은정 대표

다양한 배 품종으로 만든
특별한 배즙

지은정 대표까지 귀농하며 양인동 대표는 한층 힘을 얻었다. 두 사람이 새로운 분야를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취합하며 결정한 것이 바로 지금 도담농원의 대표제품인 배즙이다. 남양주는 예로부터 먹골배가 유명했고, 두 사람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에 아이들의 기관지가 안 좋아서 천식이나 비염, 기침 등에 효능이 있는 배즙에도 관심이 높았던 차였다.
“저희가 셰프로 일했었기 때문에 맛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특히 남편은 미각이 뛰어나서 배 품종의 배합이나 끓이는 온도를 잘 맞출 수 있었죠. 황금비율이라고 할까요. 시중에 많은 배즙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저희 배즙은 정말 특별한, 최상의 맛이라고 자부해요.”
도담농원은 남양주에서 생산되는 먹골배를 베이스로 식미가 우수한 최고급 품종인 만풍, 감산이 조화되어 맛이 뛰어나고 과즙이 풍부한 화산, 당도가 매우 높고 향이 좋은 원황 등 7가지 종류의 배를 혼합하고 있다.
도담농원 지은정·양인동 대표
“배 품종마다 특성과 맛이 달라서 배합을 잘 해야 첨가물 없이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어요. 품종에 따라 당도와 산도의 차이를 구분하고 이를 배합해 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맛을 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농산물의 특성상 해마다 동일한 맛이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항상 같은 맛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희가 내고 싶은 맛의 기준을 정해놓고 거기에 최대한 맞게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고객 분들이 변치 않는 맛이라는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배를 통째로 갈아 원액을 그대로 착즙해 만들었다는 것도 도담농원 배즙의 특별한 점이다. 순수한 배를 가장 맛있을 시기에 수확해 세척, 파쇄, 착즙, 살균, 포장의 과정을 거쳐 100% 배즙만으로 맛을 내고 있다. 또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소량생산을 해 가장 신선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하고 있다.
“가공식품 제조는 처음 도전한 거라 걱정되는 부분도,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특히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는 게 힘들었죠. HACCP 인증도 받아야 했고요. 다행히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받고 사업지원 및 컨설팅을 받아서 설비를 마련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지금처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그만큼 배즙의 품질을 유지하며 소비자들께 되돌려 드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년농업인들의 동반 성장을 꿈꾸다

도담농원이 성장하면서 지역 내 청년농부들에게도 힘이 되고 있다. 먹골배가 남양주의 특산물인 만큼 주위에 배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많지만, 뜻이 맞는 청년농부들이 재배하는 배를 우선 수매하고 있다.
“현재 배를 수매하거나 또는 배를 제공 받는 대신 착즙해서 제품을 드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계약한 농가 중엔 배즙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는 품질 좋은 배를 사용하다 보니 원가가 높아서 적정 가격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적정선이 안 지켜지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뜻이 맞는 농가와 계약해서 배를 전량 수매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컨테이너 2,500개 양의 배를 수매해 배즙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지난 2019년 처음 배즙을 시작해 2년차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가 냉해피해를 입어서 저희가 구매할 수 있는 양이 부족했어요. 더불어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배즙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지은정, 양인동 부부는 귀농 후 4-H회 활동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농촌에 자리를 잡는 것부터 농사와 식품 제조, 배 수급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청년농업인들이 힘을 보태준 것이다. 귀농한 청년농업인으로서 시행착오를 겪고, 또 그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두 사람도 농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농작물 재배, 수확, 판로 개척, 마케팅, 가공식품 제조 등을 한 사람이 전부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각 분야를 잘할 수 있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그 부분을 한창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몸이 아파서 중단을 했어요. 남양주라는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모델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아쉬운 상황이지요. 하지만 지금 건강을 회복하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청년들이 있는 한 언젠가는 꼭 실현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이란 뭐든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두 사람은 계획했던 대로 됐으면 현재의 도담농원 배즙은 없을 것이라며 밝게 웃는다.
“귀농을 생각한다면 농업인들에게 먼저 배우면서 경험해 보세요. 농업도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청년농업인들의 성장을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농업에 확실한 꿈이 있는 청년들이 많이 육성되면 좋겠고, 앞으로 저희도 지금처럼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인동 대표

귀농한 청년농업인으로서 시행착오를 겪고,
또 그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두 사람도 농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도담농원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114-3
연락처 : 010-8926-8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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