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키되
제철마다 색다른 맛이 있는
농가맛집으로 남고 싶습니다

보리각시 황순옥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농가맛집 보리각시는 황순옥 대표가
찹쌀보리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찹쌀보리를 활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한상을 차려내고 있다.
좁은 농촌 길을 꼬불꼬불 올라야 보리각시에 도착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음식들을 맛보면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몸에 편한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는 보리각시 황순옥 대표를 만나봤다.

지역 특산물로 선보이는
건강한 밥상

황순옥 대표가 거주해온 경북 구미시 고아읍에 위치한 금오산은 예로부터 찹쌀보리가 유명한 지역이다. 황순옥 대표는 구미시 우리음식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찹쌀보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보리활용법을 연구해 왔다.
“찹쌀보리는 찰기가 많아서 불리지 않아도 물을 잘 먹어요. 쌀과 함께 넣어 밥을 짓기에 좋고 보리로만 밥을 해도 잘 퍼지는 경향이 있어 가정에서 활용하기가 좋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보리를 먹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 마을의 특산물인 찹쌀보리를 판매할 곳이 없었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마침 농촌진흥청 향토음식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찹쌀보리를 주 재료로 하는 보리각시를 열 수 있었습니다.”
보리각시 황순옥 대표
요리솜씨가 좋고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황순옥 대표였지만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사람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였다. 원체 요리솜씨가 좋을 뿐만 아니라 한 마을에서 살면서 자주 교류해왔기에 황순옥 대표는 더욱 힘을 얻어 보리각시를 함께 운영해 나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농촌진흥청의 컨설팅과 홍보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찹쌀보리로 만든 음식을 연구하다 보니 여러 음식을 개발할 수 있었어요. 가장 처음 나오는 보리볶음죽은 예전 배고픈 시절에 많이 먹었던 음식인데, 지금은 건강식으로 많이 드시지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보리새싹은 분말로 만들어 밥을 짓거나 고기를 재울 때 사용하고요. 맥우너비아니, 보리새싹비빔밥을 비롯해 곰치, 명이, 곰보배추, 눈개승마, 두메부추 등 직접 농사를 짓는 농산물들로 손님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황순옥 대표는 마을 특산품인 찹쌀보리를 활용한 것처럼 지역 내에서 직접 키운 식재료들을 사용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리를 먹여 키운 한우로 맥우너비아니를 만들고, 구미지역 특산품인 메론으로는 샐러드드레싱을 만들고 있다. 밑반찬으로는 향토음식을 기본으로 양념해서 한 솥 끓인 깻잎찜, 멸치와 고추장, 들기름을 넣고 칼칼하게 끓인 멸치고추장물이 한층 입맛을 돋운다.
“신선한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인공첨가제나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아요. 가끔은 보리각시를 요리집으로 생각하시고 맛이 심심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희는 건강한 음식을 드리는 것이 목적이에요. 입맛을 자극하는 요리보다 몸에 편한 음식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몸에 약이 되는 음식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다

보리각시 황순옥 대표
보리각시를 운영한지 12년차에 접어들면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맛집이 됐다. 한 번 찾아온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은 것이 보리각시의 특징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계절별로 색다른 풍경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다.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소수 인원이 와서 편하게 휴식하다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위치한 게 아니라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제일 큰 이유는 농사를 직접 지으니 한창 바쁠 시기에는 음식점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고요. 저희도 많은 고객 분들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더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있어요. 음식도 예약고객님에 맞춰 당일 만들고 여분을 남기지 않아요.”
단골이 많은 만큼 황순옥 대표가 신경 쓰는 또 하나는 조금씩 메뉴를 변경하는 것이다. 한두 번 정도는 같은 음식도 괜찮지만, 자주 찾는 고객에게는 제철재료를 중심으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음식이 차례대로 나올 때마다 제철재료, 만드는 방법, 음식과 얽힌 이야기 등을 곁에서 설명해주는 것도 황순옥 대표의 몫이다.
“생소한 식재료가 많아서 설명 없이 드리면 흔한 풀이나 채소로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효능이나 재배한 방법 등을 설명해 드리면 몸에 약이 되는 것 같다며 드세요. 다음에 오셔서도 그때 먹어보셨던 음식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시고요. 의미를 두시는 것 같아서 더욱 신나서 설명해 드리곤 하죠.”
아직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지는 않지만 보리새싹가루, 볶음보리가루 등을 집에 가서 가족들과 나누어 먹고 싶다는 고객들에게는 소량으로 챙겨주기도 한다. 밭에서 막 수확한 제철 농산물을 갈무리해서 전하는 것도 고객들에게 더 좋은 음식과 식재료, 추억을 전하고 싶은 황순옥 대표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변치 않는 농가맛집 되고파

보리각시는 음식점 운영과 함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성인을 대상으로는 보리술떡, 보리개떡, 보리고추장, 보리새싹 물김치, 약된장, 장아찌 등 전통·향토음식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올바른 식생활 교육을 진행한다. 떡이나 장과 같은 전통음식에 대한 교육을 한 후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포장해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맥우너비아니를 가장 좋아해요. 아무래도 학생 때는 고기인가 봐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교육을 받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져요. 구미시농업기술센터에서 학교와 연계를 많이 해주셔서 원래 상하반기에 각각 2,500명 정도 교육을 실시했었는데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절반 정도로 줄였어요.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있거든요.”
보리각시 음식 사진
보리각시 음식 사진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다는 황순옥 대표는 보리각시를 운영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꼭 물어보는 이야기가 있다. ‘변하지 않았습니까?’, ‘늘상 똑같습니까?’라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는 두 가지 마음이 담겨 있어요. 하나는 언제나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지, 또 하나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인지에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계절에 맞게 조금씩 달라진 맛을 선보이고 싶거든요. 10년,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변함없는 맛, 그러면서도 재방문하면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곳으로 남고 싶어요.”
보리각시
주소 : 경북 구미시 무을면 안곡2길 38-27
연락처 : 054-481-3004

<농가맛집 >
보리각시 레시피

보리각시 전경
#01
지역 특산품으로 만드는 메론드레싱
주재료

메론, 꿀, 플레인 요구르트
 
 
 
 

만드는 법
1. 메론 껍질을 초록색이 남아 있도록 얇게 벗긴다.
2. 메론 씨는 전부 긁어내고 과육만 잘라서 냄비에 끓인다.
3. 케첩 정도의 농도로 잼처럼 과육을 졸인 후 보관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저장한다.
4. 샐러드를 먹기 전 졸여놓은 메론 1T, 플레인 요구르트 1t, 꿀을 기호에 맞게
섞어 드레싱으로 사용한다.
#02
고소하게 입맛을 돋우는 보리볶음죽
주재료

불린 찹쌀 1컵, 볶음보리가루 1컵, 물 4컵, 참기름 1t
 
 
 
 

만드는 법
1. 겉보리째로 팬에다가 갈색이 될 정도로 볶는다.
2. 볶은 보리는 곱게 갈아준다.
3. 불린 찹쌀을 냄비에서 참기름과 함께 볶는다.
4. 갈은 보리와 물 4컵을 넣고 끓인다.
5. 소금 한 꼬집 정도를 넣어 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