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방언인 ‘밧디글라’는 ‘밭에 가자’는 뜻으로, 장숙향 대표는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서 한라봉과 양파, 콩 등을 재배해 왔다. 농장의 이름처럼 밭으로 가 농사를 짓는 게 일상이던 장숙향 대표는 지난해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용과를 시설재배하고 있다. 용과는 가지에 열매가 열린 모습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원산지는 중남미로, 아열대 기후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산 용과가 판매되며 이를 찾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과일이다.
“용과는 과육 색에 따라 백색, 적색, 분홍색, 황색계로 분류되는데요. 저희는 적용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식감이 아삭하면서 새콤한 백용과와 달리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장숙향 대표는 지난 4월, 콩과 양파를 재배하던 밭에 용과 시설재배를 시작했다. 7~8년 동안 재배한 작목을 변경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콩과 양파를 연작하다 보니 연작 피해가 발생했고 주위 농장들이 시설재배로 전환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날씨가 40℃에 육박하는 날이 지속되면서 장숙향 대표가 재배하던 콩은 물론 다른 농장들에서 재배하는 작목들도 피해를 입고 있었다.
“콩을 예전보다 15일 정도 수확일이 앞당겨졌어요. 콩이 어느 정도 큰 상태에서는 고온을 견디는데,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냥 죽어버려요. 수확시기가 되어도 수확할 콩이 거의 없었죠. 매일 아침 일찍 밭에 나와 농사를 짓는 데 수확할 게 없으니 허탈하고 힘들었어요. 재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 비용을 생각하면 속이 상했죠. 2,992m2의 밭에서 일 년에 수익이 잘 나와야 500만 원이었으니 기운이 쭉 빠졌어요.”
농사는 기후가 조금만 안 맞아도 쉽게 적자가 발생한다. 일 년 동안 정성껏 농사를 지어도 갑작스러운 폭염, 집중호우, 장마 등으로 인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는다. 이상기온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병해충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장숙향 대표는 점점 고온현상을 보이는 제주도에서 더 이상 노지재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주도의 날씨를 고려했을 때 막연하게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