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작물인 적용과,
이제 제주도에서 맛보세요

밧디글라 장숙향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이제형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제주도의 한 비닐하우스에선 과일 수확이 한창이다.
가시가 돋아 있는 가지에 열린 붉은 열매의 모양이 흔히 접하는 과일 모양과는 달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남미와 동남아 등 아열대 기후에서 재배되는 ‘용과’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북촌리에 위치한 농장 밧디글라 장숙향 대표는
지난해 4월, 용과의 시설재배를 시작하면서 올해 첫 수확에 도전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용과 재배를 시작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연구소 전미경 연구사, 밧디글라 이성배 대표, 장숙향 대표
왼쪽부터 차례대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연구소 전미경 연구사, 밧디글라 이성배 대표, 장숙향 대표
제주도 방언인 ‘밧디글라’는 ‘밭에 가자’는 뜻으로, 장숙향 대표는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서 한라봉과 양파, 콩 등을 재배해 왔다. 농장의 이름처럼 밭으로 가 농사를 짓는 게 일상이던 장숙향 대표는 지난해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용과를 시설재배하고 있다. 용과는 가지에 열매가 열린 모습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원산지는 중남미로, 아열대 기후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산 용과가 판매되며 이를 찾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과일이다.
“용과는 과육 색에 따라 백색, 적색, 분홍색, 황색계로 분류되는데요. 저희는 적용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식감이 아삭하면서 새콤한 백용과와 달리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장숙향 대표는 지난 4월, 콩과 양파를 재배하던 밭에 용과 시설재배를 시작했다. 7~8년 동안 재배한 작목을 변경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콩과 양파를 연작하다 보니 연작 피해가 발생했고 주위 농장들이 시설재배로 전환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날씨가 40℃에 육박하는 날이 지속되면서 장숙향 대표가 재배하던 콩은 물론 다른 농장들에서 재배하는 작목들도 피해를 입고 있었다.
“콩을 예전보다 15일 정도 수확일이 앞당겨졌어요. 콩이 어느 정도 큰 상태에서는 고온을 견디는데,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냥 죽어버려요. 수확시기가 되어도 수확할 콩이 거의 없었죠. 매일 아침 일찍 밭에 나와 농사를 짓는 데 수확할 게 없으니 허탈하고 힘들었어요. 재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 비용을 생각하면 속이 상했죠. 2,992m2의 밭에서 일 년에 수익이 잘 나와야 500만 원이었으니 기운이 쭉 빠졌어요.”
농사는 기후가 조금만 안 맞아도 쉽게 적자가 발생한다. 일 년 동안 정성껏 농사를 지어도 갑작스러운 폭염, 집중호우, 장마 등으로 인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는다. 이상기온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병해충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장숙향 대표는 점점 고온현상을 보이는 제주도에서 더 이상 노지재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주도의 날씨를 고려했을 때 막연하게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적용과 열매
적용과 열매
밧디글라 적용과 재배시설 전경
밧디글라 적용과 재배시설 전경

당도 높은 용과를 첫 수확하다

지난 2019년, 장숙향 대표는 제주도함덕농협을 통해 정예소득작목단지 육성사업을 알게 됐다. 제주시에서 지역 특화품목을 소득 작목으로 육성해 농가의 신소득원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열대·아열대 작물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함덕농협은 기후변화에 따른 관내 고소득 작목 육성을 위해 이 사업에 참여하여 지난 2016년에는 백향과를 도입했으며, 2019년에는 적용과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함덕농협에서 용과를 재배할 10개 농장을 모집하는 것을 알고 신청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아열대 작물에 대해 잘 몰랐지만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용과 정예소득작목단지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존의 밭에 용과를 재배할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장숙향 대표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농장들과 함께 주산단지인 대만의 용과 농장을 견학하고, 상품성이 있는 품종을 선택해 적용과 묘목을 들여왔다. 우리나라에는 일반적으로 백용과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단맛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에 비해 적용과는 당도가 높아 상품성이 더 있다고 판단했다.
적용과 꽃
적용과 꽃
빨갛게 익고 있는 적용과
빨갛게 익고 있는 적용과
“용과는 수분이 많고 아삭해 그 맛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심심한 맛이라는 평들도 있었어요. 그에 비해 적용과는 당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었죠. 1,560개 묘목을 들여와 제주시에서 사업비를 지원 받아 설치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용과 재배를 시작했지만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장숙향 대표는 물론 함께 참여한 농장들도 어떻게 재배를 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아열대 작물을 연구하고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조언을 구하고, 용과 재배기술 책자를 읽으며 하나하나 재배기술과 경험을 쌓아갔다. 하지만 첫 용과 재배였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난해 겨울에는 냉해피해를 입기도 했다. 기온이 8℃까지 떨어지면 냉해피해를 대비해야 하는데, 이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당장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와 제주시농업기술센터 연구사 분들에게 연락을 드려 도움을 요청했어요. 직접 저희 농장을 방문해서 조언을 주신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요. 그렇게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조언과 도움을 구하고, 다른 용과 농장들과 정보를 교류한 덕분에 지난 7월부터 용과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용과

용과는 수분이 많고 아삭해
그 맛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심심한 맛이라는 평들도 있었어요.
그에 비해 적용과는
당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었죠.

아열대 작물의 특별함을 활용해
6차 산업까지

장숙향 대표는 지난 6월 7일에 첫 열매 수정을 했고, 37일 만인 7월 14일에 첫 용과를 수확했다. 용과 당도를 측정한 결과, 13~14브릭스에 달하는 달콤한 용과를 맛볼 수 있었다.
“열매 수정은 했지만 언제 수확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농촌진흥청에서 용과 수확적기를 알려주셨어요. 용과는 시설재배에서는 늦게 수확할수록 당도가 오르고 산 함량이 낮아지지만 꽃이 핀 뒤 35일이 지나면 열매가 터지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꽃이 핀 뒤 35~40일 사이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37일 만에 수확했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에요. 충분히 상품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산 용과는 수입산 용과에 비해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노지에서 재배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설재배를 하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수입 과정에서 방부제 처리나 훈증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변질될 우려가 없고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장숙향 대표는 농장 입장에서도 이점이 많다고 말한다.
수확한 적용과의 브릭스를 확인하는 모습
수확한 적용과의 브릭스를 확인하는 모습
“시설재배를 하지만 연료비 걱정이 없어요. 제주도의 기온이 높은데, 저희 농장이 위치한 곳은 해안가라 다른 제주도 지역보다도 2℃ 정도 높기 때문이에요. 한 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아도 평균 5℃를 유지할 정도지요. 용과를 재배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점점 더워지는 제주도의 기온 상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고, 시장에서 프리미엄 과일로 수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잘 재배해 수확한 용과를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장숙향 대표는 올해 용과 첫 수확에 성공하며 앞으로 용과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들도 구상하고 있다. 모양이 예쁘고 향이 좋은 용과의 꽃을 활용해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재배한 용과로 잼이나 청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흔하지 않은 작물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작물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소비자 분들도 한 번씩 경험해 보면서 이제는 더 새로운 체험을 찾으실 것 같아요. 소비자 분들이 용과라는 아열대 작물을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밧디글라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북촌리 1123-1
연락처 : 010-3458-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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