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주인 천비향을 완성한 이예령 대표는 가족들에게 본격적으로 전통발효주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천비향을 사업화하려면 술 제조공장을 세워야했다. 당시 평택에 집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남편과 두 딸은 이예령 대표의 의사를 적극 지지해줬다. 그렇게 새로 지은 집을 제조공장으로 리모델링하며 본격적인 천비향 생산에 들어갔다.
“천비향은 도수가 14도인 천비향 생주와 16도인 천비향 약주 제품이 있습니다. 도수가 높은 이유는 설탕 등 감미료를 넣지 않기 때문인데요. 도수가 낮으면 일반 막걸리 맛에 익숙한 분들이 맛이 밍밍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도수가 어느 정도 높아야 술의 진한 맛, 본연의 맛을 느끼실 수 있지요. 처음 천비향을 맛본 분들은 술에서 이렇게 진한 맛과 은은한 향이 풍길 수 있냐며 놀라시곤 해요.”
이예령 대표는 술을 빚을 때 ‘처음과 끝이 똑같아야 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빨리 담가서 판매하는 술이 아니라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한 장기 숙성과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또한 평택지역에서 재배한 가장 품질 좋은 쌀만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쌀을 쓰느냐에 따라 술의 맛과 향, 발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전통발효주는 어떤 때는 맛있고 어떤 때는 맛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생산자는 ‘이번엔 이렇게 담가서 맛있고, 이번엔 이런 상황이라 맛이 조금 떨어집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일정한 맛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술에 맞는 적정 온도와 제조방법, 가장 좋은 재료들을 찾아냈습니다.”
이러한 이예령 대표의 정성은 지난 2019년 청와대 만찬 식전주로 천비향이 선정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전화로 천비향 주문이 들어와 보내줬는데, 며칠 후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를 통해 천비향이 청와대 만찬주로 올랐다는 뉴스를 들은 것이다.
“뉴스를 듣자마자 정말 놀랐어요. 청와대에서 구입해 간지도 몰랐으니까요. 이후에 부산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천비향이 만찬주로 사용되며 인정을 받았지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많은 주문이 들어왔는데, 술이 숙성되는 중이라 많은 분들이 구입을 기다리셔야 했어요. 그래도 가장 좋은 맛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양해를 구하고 잘 숙성시킨 천비향을 보내드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