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한 땅콩
고창이엠푸드 땅콩 밭
이누리 대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때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주변의 조언대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해 더 넓은 세상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경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넌지시 하신 말씀에 진로를 바꿨다.
“아버지가 농사를 지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에 과묵하신 아버지라서 그냥 하신 말씀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농사지으시는 걸 평소에도 옆에서 자주 봐왔거든요. 하늘의 뜻이었다고 할까요? 결국 농사를 택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여자인데 험한 일을 어떻게 하냐,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며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미 결심을 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할 준비를 했죠.”
이누리 대표는 아버지의 조언대로 한농대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해 땅과 흙, 토양 등 농사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성실히 배운 뒤, 농촌진흥청에서 4년간 토양 연구가로 일하며 실무를 익혔다. 틈틈이 고창이엠푸드의 일을 도우며 미생물 농법과 땅콩에 대해서도 공부했고, 2017년에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누리 대표가 합류하고부터 고창이엠푸드는 활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기존에 판매하던 것보다 상품의 가짓수가 늘어났고, 제품 포장 등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자연히 온라인 판로도 더욱 확대되면서 고창이엠푸드의 농작물과 가공식품의 판매율도 올릴 수 있었다. 전국의 오프라인 마켓과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하며 단순 농사가 농업으로 발전했다.
“제가 고창이엠푸드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고창이엠푸드, 우리 땅콩이 저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해요. 농업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뀌었고요. 날씨 따라, 계절 따라 모습이 바뀌는 땅콩 나무를 보면 마치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렇게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땅콩을 더 알릴까 생각하기도 해요.”
땅콩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밭을 지키는 이누리 대표를 보고 마을 어르신들은 ‘땅콩 소녀’, ‘땅콩 딸내미’라 부른다. 초보 농사꾼으로 시작해 어느덧 고창의 농산물까지 함께 홍보하는 이누리 대표는 이제 어엿한 농업인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