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를 해결하는
K-농업기술의 힘

글 ㅣ 김제림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 KOPIA 센터를 중심으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등에
작물 품종 개발 및 농업기술 전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세계로 전해진 K-농업기술의 성과를 알아본다.

세계로 전해진
우리 무병 씨감자

무병 씨감자
감자
감자는 감자를 되심어야 또다시 감자를 생산할 수 있는 특성을 지녔다. 해마다 계속해서 일정양의 감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씨감자가 필요한데, 가능한 한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병 등 각종 병에 걸리지 않은 깨끗하고 순도가 높은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생명공학연구소에서 무병 인공 씨감자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보급하였다.
무병 인공 씨감자는 기내에서 증식된 감자 줄기로부터 콩알만 한 크기의 아주 작은 괴경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기내소괴경’이라 한다. 기내소괴경은 기내에서 어린 감자 줄기로부터 직접 생산되기 때문에 무병 씨감자의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내소괴경의 낮은 출현율과 초기생육 부진이라는 최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덩이줄기의 크기를 증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시험장(현 고령지농업연구소)은 1992년부터 수경재배를 이용한 씨감자 생산연구에 착수하였고, 이 기술을 이용하여 1998년부터 씨감자를 생산해오고 있다. 수경재배 씨감자는 시설 내에서 집약적으로 생산되므로 바이러스나 각종 병에 의한 오염을 줄일 수 있고 환경제어를 통한 생육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그 크기가 5~30g으로 포장에 직파하여도 출현율과 초기생육이 좋고 수량 또한 일반 씨감자와 대등하기 때문에 현재는 지자체의 도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의 씨감자생산 프로그램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농촌진흥청은 감자를 주식으로 섭취하지만 감자를 생산하기 위해 씨감자를 비싼 가격에 전량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프리카 알제리, 에콰도르 등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씨감자 생산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기술지원한 씨감자 생산기술은 땅에서 생산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깨끗한 물속에서 병이 없는 씨감자를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이러한 지원으로 인해 감자생산 문제를 자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식량위기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캄보디아 최초
1대 잡종 옥수수 품종 개발

1대 잡종 옥수수>
옥수수
캄보디아의 옥수수 재배면적은 소와 닭 등 가축집단사육이 늘어나면서 2017년 11만6,000ha에서 2019년 21만5,000ha로 2배가량 증가했다. 사료용 옥수수 종자를 미국과 태국에서의 수입에 의존하는 캄보디아는 연간 약 3천2백만 달러의 외화를 지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KOPIA 캄보디아 센터를 통해 캄보디아 농업과학 역사상 최초로 1대 잡종 옥수수 품종 ‘CHM 01’을 개발·등록했다. ‘CHM 01’은 캄보디아 최초 1대 잡종 옥수수 품종(Cambodian Hybrid Maiz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료용으로 쓰이게 될 이 품종은 성숙기가 수입 품종에 비해 10~15일 빨라 옥수수 재배 시 노동력 분산 효과가 크고 메콩강 지역의 우기 침수피해를 피할 수 있는 품종이다.
또한 수입 품종에 비해 약 50cm 정도 짧고 줄기가 강해 돌풍에 의한 도복 피해가 없는 특징을 가지며, 캄보디아 5개 주 53개 지역에서 지역 적응성 및 생산력을 검정한 결과, 건기에 ha당 평균 8.7톤을 수확해 수입 품종(7.5톤)보다 생산량도 많다.
앞으로 ‘CHM 01’이 캄보디아에 본격적으로 보급된다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종자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가의 종자 구입비용도 40%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CHM 01’의 우수성을 알리고 1대 잡종 종자 생산과 보급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농민의 소득향상과 사료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간다 오렌지 과수원의 기적

오렌지 과수원
오렌지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부,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리는 우간다의 오렌지 과수원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사연은 이렇다. 오렌지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우간다 테소 지역의 오렌지마을에 지난 2018년 가뭄과 병해충이 발생하면서 오렌지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오렌지 주스 공장은 멈춰 섰고, 농민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오렌지 농가의 대부분이 관행재배에 의존하고 있어 병해나 가뭄에 취약하고 수확 후 관리 및 나무 관리 기술 수준이 낮아 생산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더 큰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우간다 농업연구청(NARO)은 농촌진흥청에 도움을 요청했고, KOPIA 우간다센터는 오렌지 병해 방제 및 가뭄 극복 방안에 대한 실증농가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오렌지 주요 병해 원인이 곰팡이균의 일종인 Psedocercospora(슈도서코스포라)라는 것을 밝혀냈으며, 방제에 탁월한 살균제(가벤다짐)을 선발하고, 병해 관리기술을 오렌지 농가에 보급했다. 또한 소규모 빗물 유도시설과 수반저장시설을 농가에 적용해 가뭄에 대비하는 한편, 현지 농업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현지어 및 영어로 오렌지 재배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우간다의 2020년 관행 재배농가 대비 실증농가의 오렌지 생산량은 55%, 소득은 75%가 향상됐다.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 기술을 도입해 우간다 농업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우간다 식량안보와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공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