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같이의 가치’

- 별난농부들 임세훈 대표 -

정리 ㅣ 편집부
‘직장생활도 힘든데, 귀농해서 농사나 지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직장생활의 도피처처럼 말하곤 하는 농촌생활.
서울에서 증권회사를 다니며 직장인으로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던 저는,
전라남도 영광에서 감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귀농을 결정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촌생활에 환상이 있었지만, 첫 해부터 태풍을 세 번이나 만나며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지요. ‘지역 농가들과의 상생’이 답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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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아내와 상의하여 전라남도 영광으로 귀농을 결정했습니다. 제가 직접 농사를 지은 적은 없었지만, 부모님의 농사일을 종종 도와드렸기에 충분히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처음 귀농을 하면서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저는 농사를 짓고,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는 작은 공방을 여는 것을 꿈꿨습니다. 때 묻지 않은 농촌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장밋빛으로만 물들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요. 귀농을 한 2012년, 첫해에 강력한 태풍을 세 번이나 겪었습니다. 작물을 심고 재배하고 수확만 하면 될 것 같았던 농사는 생각처럼,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를 겪으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첫해 감 수확량은 거의 없었고, 농사라는 게 무조건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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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영광농업기술센터를 찾았습니다.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갔지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전라남도창업경진대회에서 감과 감 가공품 아이디어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내의 도움으로 자체 브랜드인 ‘행복’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직접 농사지은 감과 감말랭이 등 가공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저희 제품을 찾는 고객들은 많아졌지만, 판매 종목에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른 농가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혼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가공품으로 만들기란 불가능했으니까요.
저를 비롯한 귀농인 6명과 기존에 농사를 지어온 농업인 6명이 의기투합해 '별난농부들'이라는 강소농 자율모임체를 만들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강소농 자율모임체육성사업을 통해 경영진단, 맞춤형 교육, 경영상담 등을 받을 수 있었죠.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임원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비롯해 가공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품이 다양해지니 찾는 고객들도 늘었고, 매출도 함께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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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계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판매를 하려면 오프라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야 했습니다. 모임원들과 함께 지역 축제장과 행사장을 찾아가 직접 소비자들을 만났고, 온라인에서도 함께 홍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별난농부들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매출도 늘고 새로운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데도 힘이 되었습니다. 특허까지 출원한 저탄소 인증 감꽃차를 비롯해 감식초, 감말랭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는 제품들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별난농부들’ 역시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가공식품을 만들며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성과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뜻을 함께한 농업인들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저처럼 어려움을 겪는 초보 귀농인들을 위해 강연 등 재능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농업인, 그리고 지역주민, 더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이의 가치’는 계속됩니다!